펜스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2020.07.15 12:02

Sonny 조회 수:1361

박원순이 자살한 지금 몇몇 남자들 사이에서 돌아다니는 것이 "펜스룰"입니다. 아내 외의 어떤 여자와도 1:1 동석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말했던 내용이죠. 본인은 다른 여자와 1:1로 술자리를 갖지 않는다고 말했고, 남자들과도 술자리를 갖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것이 한국에서는 여자를 멀리한다는 남녀백세부동석으로 좀 변질되어서 돌아다닙니다. 이것을 본인의 생활패턴으로 혼자 주장하고 다닌다면 모르겠지만 문제는 성별이 뒤섞여서 함께 생활하는 직장 생활에서 남자들이 혼자 꼭 주장한다는 것이죠. 여성을 성추행한 남자가 도마 위에 올라갔을 때만요. 실제로 불가능하거니와 합리적이지도 않은 주장을 저렇게 하는 것은 그저 억울함의 표현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습니다. 여자를 성추행한 남자를 원인에서 지우고 여자를 악의 근원처럼 묘사하는 여성혐오의 합리화이기도 하고요. 이번에도 홍영두가 헛소리를 해서 많은 지탄을 받았죠. 굳이 짤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곧 점심시간이니까.


성추행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남자가 성추행을 안하면 됩니다. 이것이 인과관계입니다. 성추행이 일어나는 까닭은, 남자가 성추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남자가 여자를 성추행안하면 됩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남자의 폭력입니다. 그런데 펜스룰은 엉뚱한 것을 인과로 짚습니다. "여자의 존재"를 원인으로 놓고, 남자가 성추행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남자는 여자가 있으면 무조건 성추행을 한다는 남성혐오와도 같은 말입니다. 존재를 원인으로 두려면 남자라는 존재를 원인으로 두는 게 훨씬 이치에 맞습니다. 펜스룰은 사실 남자를 없애야합니다. 통계적으로도 여자와 단 둘이 있는 남자가 성폭력의 원인이니까요. 그런데 펜스룰을 이야기하는 남자들은 한사코 여자를 원인으로 규정하려 합니다. 저는 어떤 남초커뮤니티에서 우리 가게의 여직원들은 다 자를 거라고 울분에 찬 소리를 하는 남자도 봤습니다. 인과의 분석은 중요합니다. 부르카를 착용해도 그걸 힐긋대며 웃는 남자들을 볼 때, 우리는 여자의 옷차림이 아니라 남자의 눈깔이 죄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있는 것은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죠.


박원순이 죽은 이유는 뭘까요? 박원순이 자살했기 때문입니다. 박원순이 자살한 이유는 뭡니까? 자기가 저지른 성추행의 책임에서 도망칠 수 없을 것을 알고 있던 박원순 때문입니다. 박원순의 자살은, 박원순이 인과입니다. 다른 무엇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박원순을 죽인 무엇"을 인과로 놓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박원순의 죽음에 계속 슬퍼하려 하고요. 박원순과 성추행 피해자는 그냥 상관관계입니다. 성추행 피해자가 박원순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서 박원순을 죽인 게 아니고, 시청 직원들이 박원순을 죽이려고 보고 한 게 아니란 말입니다. 박원순 지지자들의 이 미친 논리에 애꿎은 피해자만 또 죽어납니다. 진짜 너무너무 짜증이 나요. 박원순을 죽인 건 성추행했던 박원순입니다. 다른 무엇도 원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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