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위에 내리고 있는 빗물은 오펜하이머의 눈물과 슬픔 혹은

인류의 비극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요?


몇 장면에 등장하는데 지도가 온통 눈물에 홍수가 난 것처럼 느껴지죠.


이 영화에 대해서 숱한 해석본이 있었지만 저한테는 감정적인 호소력이

상당한 영화였습니다.


항상 놀란은 머리로만 영화를 하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펜하이머만은

감정적인 호소력으로 폭발할 것같은 영화였어요.


듀게에서 쓰셨듯이 "솔라시도"에서 시작해서 내내 폭발하고 절정으로 치닫는

영화였죠. 킬리안 머피의 불가해한 눈동자와 절제된 연기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전체가 감정을 끓어오르게 만들더군요.


듀게에 있는 영화 감상만 읽어도 굉장히 여러 각도에서 이 영화를 느끼게 되죠.

모두의 찬탄에도 불과하고 그렇게 대단치도 않고 그저 지루하고 장황한 영화였다고

느낄 수도 있겠죠.


절대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는데

이게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의 깊은 내면 심리를 쫓아가는 심리극, 비극적인

인물영화라는 걸 알고서는 영화관에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난해하다는 편집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노골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눈물씬도 그런것 아니겠느냐라고 했지만

정말 아주 오랜만에 보는 고전적인 영화에요.


아이맥스가 아니더라도, 1달 후가 아니라 빨리 보고 싶었거든요.


내가 기대했던대로 복합적인 내면심리를 다룬 한 인물의 비극이자

역사극이고 정치극이었고, 매우 고전적인 영화였어요.


영화적으로 얼마나 훌륭한지 아닌지를 두고 논쟁이 많지만 그건 저한테

중요하지는 않더군요. 여전히 전 크리스토퍼 놀란의 전체적인 영화를 볼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오펜하이머를 다시 집에서 조용히 혼자서 음미하면서 몇번이고 보고 싶군요.


과학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도 상관이 없더군요. 출연하는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알고 본다면 더 의미가 있겠지만요. 그 과학자들의 과학적인 업적보다 그 과학자들의

정치적인 배경, 사상, 실제 행보같은거죠.


위대한 과학자들이 너무 다들 짧게 짧게 지나가서,,,스냅샷처럼 보이지만요.


라미 말렉은 전반부에 대사도 없이 배경처럼 지나가지만 청문회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과학자로 출연하죠.


전반적으로 짧게 나오든, 길게 나오든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볼만한 가치는

충분한 영화에요. 게리 올드만이 나온다는건 전혀 몰랐는데 말이에요.


킬리안 머피는 앞으로도 훌륭하고 기억할만한 연기를 수없이 보여줄 수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킬리안 머피의 눈빛을 계속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도 이 영화에서 연기는 정말,,,,"아이언맨" 이후로 그가 어떤 영화에 출연하게

될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의 연기는 정말 아~~~~~


이렇게 길게 주절거리지 않으려고 했는데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차분히 읽고 싶어졌습니다. 


- 김혜리의 필름클럽을 듣고 있는데 진 테트록에 대한 아쉬움은

  진 테트록이 이런 식으로 소비되었어야 하나, 사상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어떤 영향을 끼친 사람인지 전혀 다뤄지지 않고 그 정사신으로만 낄낄거리는

  유투브 컨텐츠도 봤지만 오펜하이머를 "평범한" 스캔들로 전락시키려고 했던

 외부의 시선에 비친 어떤 불륜녀 정도로 스케치하고 넘어간 거라고 봐야겠죠.


 진 테트록은 실제로 어떤 여성이었는지는 오펜하이머의 전기를 통해서

 보다 입체적인 살아있는 사람으로 살펴봐야겠죠.


-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서 여성은 늘 희미하거나 피상적인 존재였지 않나요?

  늘 남자들만 가득하거나 여자들은 주변 소품이거나, 그렇지 않았나요.

  오히려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키티 캐릭터가 매우 예외적인 경우죠.


- 김혜리 기자가 놀란이 이 영화의 대본은 1인칭 시점으로 쓰고 배우들에게 주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매우 놀랐다고 하면서, 크리스토퍼 놀란이 오펜하이머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관점에서 영화를 만들었을지도라고 하는군요. 꽤 설득력있게 들리는군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989
124320 [왓챠바낭] 어떤 일이든 진심으로 최선을 다 하면... 음... '외계인 삐에로'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09.25 410
124319 어떤말이 맘에 드세요 [2] 가끔영화 2023.09.24 274
124318 이연걸의 소림사 [3] 돌도끼 2023.09.24 283
124317 [나눔 완료] 26일(화)까지 메가박스에서 <구니스>나 <위대한 개츠비> 보실분 계신가요. [1] jeremy 2023.09.24 176
124316 프레임드 #562 [4] Lunagazer 2023.09.24 93
124315 [티빙바낭] 간만에 아주 짧은 영화!!! '언씬' 잡담입니다. [6] 로이배티 2023.09.24 309
124314 디플에 꽤 재밌는 신작영화가 올라왔네요. [15] LadyBird 2023.09.24 929
124313 로키 시즌 2 티저 예고편(10월 6일 공개) 상수 2023.09.23 163
124312 잡담 - 당근마켓에서 당근, 로켓배송보다 더 빠른 배송, 어른의 태도 - 중년의 태도, (추가) 남이 틀린만큼 나도 틀렸다는 걸 알았을때 [5] 상수 2023.09.23 307
124311 가렛 애드워즈의 오리지널SF 블록버스터 크리에이터를 보고(스포 좀 있음) [2] 상수 2023.09.23 265
124310 오늘 알게된 힘빠질 때 들으면 힘나는 신인걸그룹 노래 하이키(H1-KEY) - 불빛을 꺼뜨리지마 상수 2023.09.23 122
124309 디플 - 무빙 다 봤어요. 노스포 [3] theforce 2023.09.23 488
124308 프레임드 #561 [4] Lunagazer 2023.09.23 105
124307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모티프 샀습니다 [7] 2023.09.23 415
124306 [더쿠펌] 돌판 문화를 스포츠판에 가져와서 빡쳐버린 스포츠 팬들 daviddain 2023.09.23 397
124305 유행어의 어원 - "상남자"의 사례 [15] Sonny 2023.09.23 537
124304 디즈니플러스 [12] thoma 2023.09.23 439
124303 [티빙바낭] (더) 옛날 옛적 할리우드는... '바빌론' 잡담입니다 [9] 로이배티 2023.09.22 365
124302 송과체 독서 꿈 catgotmy 2023.09.22 105
124301 바낭 - 하루에 한 두번씩, 현재와 미래의 죽음을 생각한다 상수 2023.09.22 1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