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13 03:42
사람 얼굴을 보통 못 알아 보는데 몇 번 알아보고 재미있어서 글을 써봐요.
[부부의 세계]를 재미있게 보고 나서, 가해자 청년(이학주)이 얼굴에 익었는데 [뺑반]에서도 나오더군요.
그리고 나서 어쩌다 [협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게 되었는데, 손예진의 위기관리팀에 취직했더군요. ( 알고보니 맨 처음부터도 아니었네요. )
거기에 그 부서 페어로 나오는 사람은 [메기] 주연인 이주영이더라구요.
심적으로 낮익은 두 분이 다른 일 하고 있으니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빙글 돌아서 이 극에서 '민현주'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부부의 세계]의 '민현서'가 생각나더군요.
민현- 하고 요즘 -서로 끝나는 이름이 많으니까 겹칠수도 있겠지만.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이 사람이 저기 나오고, 저 사람이 여기 나오고 다 아시겠지만 저는 주연도 잘 기억 못하거든요.
그런데 요즘 아주 가끔씩 어디서 봤더라 하다가 그 사람 아닌가 하면 맞출 때면 기분이 좋습니다.
아, [오렌지 이스 더 뉴 블랙]에서의 니키가 (보다 말았습니다만) [아메리칸 파이]에서 나오더라구요.
쟤 니키 아냐? 하고 찾아봤다가 틀린 적이 많아서 이번에도 틀린건가 했습니다.
영화 많이 보고 시네필(?)이면 필모그래피를 쫙 외워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지만 알아보는게 용한 단계에서 영영 못 벗어날 것 같습니다ㅋ.
저 같은 사람은 가상 캐스팅 같은건 꿈도 못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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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스트레스가 수용 단계에 도달하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도 글이 적당히 깨져서 써지지만 새로운 직장 때문이기도 하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한참일 때는 글도 거의 못 읽었는데, (지금도 그리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제 좀 그런 압박 상태가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지인의 말을 빌리면, 보통 보다 걱정을 미리 다 하고 나중에 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코로나로 인한 여러 시나리오들이 일상에 어떻게 체감될 지 대충 끝냈고 이젠 그런가보다 싶은 심정이네요.
대부분의 것들이 불의의 사고처럼, 개인이 어떤 태세를 취한다고 해서 그다지 바뀌는건 없는 것이고..
손을 꾸준히 씻고, 마스크를 쓰고, 접촉자들을 최소한도로 줄인다는 원칙 외에 크게 달라질 게 없어요.
집단으로선 삐긋하면 더 많은 제한이 가해지고, 의료자원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어쩌면 포스트-아포칼립스 같은걸 경험할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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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싸한 말을 하고 싶은 욕구란 무엇일까 생각을 해요. 허세겠죠.
책을 읽기만 하고 아무 곳에도 인용하지 않는다면, 그걸 누군가 들어주지 않는다면 별로 읽고 싶지 않아요.
( 돈 버는 것은 논외로 하죠, 그건 일이잖아요. )
어쩔 때는 글로 된 것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로 싸울까?]를 읽다 말다 하는데, 인용하고 싶은 부분이 하나 있어요.
하지만 다 읽기 전까진 인용하고 싶지 않고, 글을 쓰기 위해선 너무 힘드니까 딱히 읽을 맛이 나지 않아요.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은 십 몇 페이지만 읽으면 다 읽는데도 몇 달이 흘러버렸어요.
시대에 적합한 구간들이 있는데 아마 영영 놔두게 생겼어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읽으면서 그걸 글로 인용해본 적은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아예 안 읽히나 봐요. 올 해 들어서 매 달 샀는데도.
혈액암에 걸렸다 나았다길래 허지웅의 [살고 싶다는 농담]을 사 봤어요.
사실 그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 왜 안 좋아했던지 기억이 안 나서 말이죠.
인터넷상에서 어떤 작가를 미워하기는 참 쉬워요. ( 돌이킬 수 없는 주제들이 있기도 하지만요. )
집에는 한윤형의 [미디어 시민의 탄생]도 있는데 기억에 그의 평판도 좋지 않아졌던 것 같아요. ( 다만 그도 이제 잘 기억이 안 나는군요 )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길 위의 인생]을 읽어가고 있어요.
아마 이것도 다 읽지는 못할 것 같아요. 보통 그런거죠.
그래도 이 책은 꽤 여러 영감을 줘요. ( 진하게는 제가 )
[페미니즘은 금세 작은 덤불에서 시작된 불이 되어 전국으로 번졌고 어떤 사람들은 똑같은 위험경보라고 보았다. 종교적인 우파 및 상당수의 주류에게 우리는 신, 가족, 가부장제를 거역하는 이들이었다. 좌파 및 일부 주류에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제기하는 것은 계층, 인종, 그 밖에 그들이 더 심각하다고 여기는 이슈들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남자들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평등에 대한 생각은 급속도로 전염되어 우파는 곧 페미니즘을 세속적인 휴머니즘과 신을 믿지 않는 공산주의와 함께 최고로 위험한 사상으로 등급을 매겼다. 미국의 주류는 여론 조사에서 평등에 관한 이슈들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그 때 일부 이슈들, 즉 성추행이나 가정 폭력 등은 여전히 그냥 '삶'으로 인식 되었다.]
1970년대 이야기죠.
이야기 모임으로 번역된 무언가가 2장의 주제인데, 대중연설을 피하던 스타이넘이 마음을 바꿔 서서히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되요.
이는 1977년 휴스턴에서 있었던 전국 여성 회의로 피날레를 장식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죠.
여튼 이 근처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인터넷에서는 경청하는 것이 보일 수 없다는 거요. (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아니고 )
이런 짧은 글이 기억에 남아요. 요즘 부족한건 작가가 아니라 독자라고. 더 다양한 책들이 나오지만,
인터넷에서는 오직 말하는 장면들만 보일 수 밖에 없어요. 우린 글이 되니까요.
표현됨으로서 실체가 구성되니까. 마치 함께 있는 것과 전화 통화를 끊지 않는 것 정도의 괴리랄까요.
듀나의 [사라지는 사람들]을 다시 읽고 싶은 밤이군요.
늦었네요. 잠 못 이루는 분들도 잠이 오시길 바랍니다.
p.s.
정세랑의 어떤 책 제목은 쉼표로 끝나더군요. 누군가가 그 뒤를 이어서 써야 할 것처럼.
2020.09.13 11:00
2020.09.13 17:55
아. 자료를 나중에 봤을 때 써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매끄러움으로 잘 정리하는 습관 너무 부럽네요. ( 그 만큼의 노력으로 얻으셨겠지만.. )
핑계지만, 책을 빌려 읽다보니 정리없이 정독하는 버릇이 들어버린게 한입니다. 애초에 수업에서도 노트 정리에 잼병이었지만요.
저도 직관적으로 그런 과정들이 관성 극복과 향상성 유지에 도움이 될거란 생각은 있는데, 이 마치 운동은 하고 싶은데 안 하는 그런 상태군요. 으으.
2020.09.1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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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3 18:12
저도 집에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도 있는데, 한 꼭지 정도만 읽었네요. ( 영문명과 너무 다른 번역제 아닌가요, 정말. ) [길 위의 인생]은 2015년에 나온 자서전이고, [Outrageous Acts and Everyday Rebellions]는 1995년에 나온 책이니 전자가 상당히 톤 다운되어 있겠죠, 아마. 회고적이기도 하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절반 정도까지 열심히 읽었는데, 저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로 이르르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해가 되요. 사실 여름님이 어떻게 과격함을 느꼈는지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대답은 아닐꺼에요.
인용을 하나 들었으니 저도 하나 또 돌려드립니다. [나는 이들을 '페미니즘 세대'라고 명명하고자 한다. (왜 안 되겠는가?) 이 말은 오늘날의 청년세대 모두가 페미니스트라는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페미니즘의 긍정적 또는 부정적 관계 설정 없이는 자신의 정치적 주체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록산 게이는 열심이군요ㅎ.
2020.09.14 10:05
아, 여름님의 대댓글에 대한 인용을 달기 위해 일요일 저녁 책들을 뒤적거렸는데 대댓글이 없어졌군요 :(
2020.09.1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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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4 20:29
2020.09.1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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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09:18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를 꽤 읽었습니다. (광고 포함) 40페이지니까 하루에 2페이지 정도 읽으면 안 밀리고 읽을 수 있다! 이런 생각으로. 읽으시는 책은 설명을 듣고서는 [말도로르의 노래]가 떠올랐지만 아마 아니겠지요. 다 읽고나서 괜찮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작은 것들의 신]은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런 문체였군요. 저는 어제 [시네퐁주]를 조금 읽었는데 깜짝 놀랄 (저 때문에 생겨난) 반전이 있었네요.
2020.09.13 12:26
저에게 그럴싸한 글을 쓰고 싶은 욕구는 저에게 소중한 어떤 대상과 유일무이한 관계를 맺고 싶을 때 생기더군요.
그 대상이 풍경이든 음악이든 책이나 글이든 혹은 사람이든...
다른 사람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나만의 표현으로 나에게 소중한 그것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욕망이랄까.
오직 나만 부여할 수 있는 어떤 의미 혹은 해석으로 그 대상의 존재의 의미를 바꾸어 버리고 그것을 내 것으로 하고 싶은 욕망 ^^
2020.09.13 18:14
아아, 제 글쓰기에는 발행이 무조건 함께 엮여있는 것만을 뜻하고 있군요.
underground님은 일기처럼 혼자만 본다 하더라도 괜찮으신가요?
색다른 방식의 소유욕은 잘 알겠습니다 ㅎㅎ.
2020.09.13 23:34
- 예전엔 단역까지 잘 기억하고 다른 영화에서 발견하면 즐거워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요즘엔 저도 주연조차 잘 기억을 못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이것도 늘금인가!!!'라는 마음으로 그런 저를 즐기고(?) 있어요. 덕택에 영화인에 대한 머리 속 데이터베이스가 언제부턴가 전혀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구요. ㅋㅋ
- 전 사실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제겐 코로나보다 코로나로 예민해진 사람들의 시선이 훨씬 더 부담스러워요. 다행히도 그런 덕에 마스크는 열심히 쓰고 다닙니다(...)
- 디테일은 전혀 다르지만, 사실 제가 넷플릭스든 게임이든 악착같이 시간 내서 즐기려고 노력하는 이유 중 하나가 '듀게에 뭐라도 뻘글 하나 더 써야해!' 입니다. 만약 듀게가 사라진다면 제 취미 생활은 지금보단 훨씬 한가해질 가능성이 높아요. 뭐 영화도 게임도, 그리고 뻘글 남기기도 다 제가 좋아하는 취미이니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네요.
2020.09.14 10:49
= 듀나님이 김새론을 '[아저씨]의 김새론으로 알고 있다니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걸 봤는데, 흑흑 그럴 수도 있다구요, 하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군요. 저는 낮은 확률이더라도 제가 걸렸을 때 애인을 만날 수 없거나, 서로의 직장에서 비난을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를 참기 힘들겠더라구요..
= 뻘글이라고 하시기엔 분량도 디테일도 상당한데요. 적어도 1시간 이상은 쓰는데 들지 않나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2020.09.14 13:00
다른 분 댓글에도 썼지만, 이제는 화장실 변기 위에서 겨우 읽는 패션잡지마저 버거워요. 집에 있는 수천 권에 달하는 책들 다 어디 버렸으면 싶고. 중고로 팔기도 귀찮고, 책들 다 비우고 빈 책장에 구두나 채워놨으면 좋겠다는 불경한 생각을 하곤 해요. 그렇다면 아마 책장이 구두로 꽉 찰 거에요. 순수문학을, 작가를 그렇게 열망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 제게 대부분의 소설가들은 그냥 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는 문장나열증자 같고 그래요. 그리고 소설가 안 되기를 넘 잘했다는 생각이 감히 들어요. 그 내핍의 삶과 맞바꾸기엔 젖과 꿀이 흐르는 직장인의 월급중독을 벗어날 수가 없네요. 이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 모르지만 어쨌든 저는 세속적인 일로 계속 돈을 벌게 될 것 같거든요. 코로나 이전부터 매사에 다 시큰둥, 시니컬 해요. 결코 좋은게 아닌데 그냥 소시민들의 소확행도 웃기고 우리는 왜 대단한 행복을 바랄 수 없어서 겨우 이런 걸로 만족하고 사나 싶은 경멸도 있고요(저 자신 포함).
2020.09.14 16:02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13&nNewsNumb=002483100010
루이제 린저의 실체를 알고 소설가는 거짓말쟁이,심지어 소시오패스라는 생각만 들덥디다.
저는 책을 사면 애들 선물할 영어 책이나 사고 제 일에 관련된 실용서가 아니면 안 사고 책도 있으면 주기적으로 남들 주거나 중고서점 팔아 버립니다.
소확행은 하루키가 애초에 그런 의도로 쓴 구절도 아닌데 우리나라 마케팅에서 어떻게 가져다 쓰더군요. 마케팅하는 상품을 통하지 않고도 얻어지는 행복이 있잖아요.
2020.09.14 20:33
2020.09.15 14:10
루이제 린저 실체를 알고 나서 정말 깨더군요. 나치부역자치고도 정말 치사하고 비열한 인간. 자기포장의 대가. 루이제 린저 중고등학교 때 정말 좋아해서 소설 다 사다놨는데 책장에서 쓸어버렸죠.
2020.09.15 17:31
루이제 린저처럼 거창한 실망도 실망이지만... 요즘 소설엔 감각만 난무하고 깊이와 통찰과 고통이 결여된 느낌이라. 그냥 어디 핫플에서 맥주나 마시면서 떠드는 것 같은 신변잡기는 영 별로이기도 하고, 알고 보면 그냥 다 소확행스럽고 인스타 피드 같은 글은 중2병이나 홍대병 걸린 사람 마주 하고 있는 느낌이라 벌써부터 지겨워요. 거장들이라 할 만한 사람들은 이제 너무 늙어버려서 거대서사에 강박하는 문장들이 숨이 막히고요. 하하, 그냥 책읽기가 싫은 건데 어쩌라는 건지 이유도 많네요. ㅎㅎ
글에서 받은 느낌으론 눈썰미가 뛰어나실 것 같은데 의외네요. ㅎ
저는 스트레스가 심할 때 오히려 텍스트를 꼼꼼하게 노트해가며 읽는 습관이 있어요. 경험한 바, 그게 심적인 힘과 몸의 힘 모두를 들어올리는 항상성/관성을 극복하는 방법이 되더라고요.
정지/정체된 것을 움직이게 하려면 당연히 힘이 들어야하죠. 때론 우연에 기대기도 하지만, 그 우연한 순간에 자신의 노력이 신체적, 심리적 조건이 함께 어울려서 뭔가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