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 먹이사슬과 모임장

2020.09.12 22:23

안유미 조회 수:811


 #.인터넷에 '동호회 먹이사슬'이라는 짤방이 돌아다니더라고요. 얼마나 맞아떨어지나 한번 클릭해보니 예쁜 여자는 여왕벌, 잘생긴 남자는 왕벌, 나머지 남자들이나 흔녀는 쩌리...뭐 이런 식으로 분류해 놓은 표였어요. 내가 보기에 맞는 부분도 있지만 앱을 기반으로 하는 모임의 경우엔 약간 달라요. 왜냐면 앱으로 돌아가는 모임의 경우엔 모임을 만들어 놓은 녀석에게 강퇴권한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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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전에도 썼지만 한참 모임활동을 활발히 할 때는 요령이 생겨서 모임장과 미리미리 친해두곤 했어요. 사실 모임장이 허수아비인 경우도 많고, 별 위세나 인기가 없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모임장을 무시할 수는 없죠. 모임장이 눈치나 명분 같은 거 안따지고,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나가기로 작정하면 아무나 막 강퇴시킬 수 있으니까요. 


 

 2.한 15~20명 위주로 돌아가는 동호회면 회원들이 끼리끼리 친해져서 분리해 나갈 수도 있겠지만 200~몇백명이 모여있는 모임의 경우에는 아무리 잘난 놈도 모임장을 제끼고 모임을 먹어버릴 수 없거든요. 200명씩이나 이미 모아놓은 모임장이라면, 아무리 허접으로 보여도 200명을 모아놓은 솜씨가 있는 거니까요. 게다가 모임이 앱 기반으로 돌아가다 보니 강퇴권한이란 건 꽤 센거예요. 말 그대로 강퇴를 시키고 오픈챗방에서도 쫓아내 버리면 그냥 끝이니까요.


 그래서 조그마한 동호회처럼 아무리 잘생긴 놈이라도...아무리 말빨이 좋은 놈이라도 혼자서 물을 다 흐려놓는 미꾸라지 짓은 할 수가 없어요. 애초에 200명을 상대로 혼자서 미꾸라지 짓이 가능한 놈이 있더라도, 그런 놈은 더 높은 그라운드에 가서 끼를 부리지 거기에 와서 놀지는 않죠.



 3.그래서 어느정도 미꾸라지 짓을 하고 싶다면 모임장의 묵인 하에 할 수밖에 없는 거죠. 모임에서 잘 지낼 생각으로 왔다면 그냥 지내면 돼요. 하지만 모임에서 재미있게 지내러 온 거라면? 모임장과 친해지기 전엔 불가능한 거니까요. 


 어쨌든 처음에는 모임장의 눈밖에 나서 강퇴를 당하다가 이거 안되겠다...싶어서 어쩔 수 없이 모임장과 친해져 봤어요. 그래 보니 의외로 나쁘지는 않았어요. 



 4.휴.



 5.왜냐면 불특정 다수의 사람 200명...그것도 성비와 나이가 맞게 조절하면서 200명을 모아 놓는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예요. 그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죠. 내가 어떤 모임을 만든다면? 괜찮은 여자가 들어왔을 때 어떻게든 모임에 잡아놓고...물흐리는 놈들이 왔을 때는 경고하거나 잘라내거나 하는 걸 반복하면서 200명 넘게 모으는 건 힘들 것 같거든요. 


 모임장과 가까이 지내보니, 양아치 아닌 놈들로 200명이나 모여있는 놀이터를 만들어 놨다는 것만으로도 인정할 만한 부분이 있는 거더라고요. 그리고 그동안 지나온 모임들을 생각해보니 내가 참 재수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당신이 큰 모임의 모임장이라면?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놈이 자신의 놀이터에서 날뛰려고 하는 건 매우 짜증날 일일거예요. 생각해 보면 톨게이트 지나갈 때도 통행세를 내야 하는데 이렇게 잘 닦아놓은 모임에서 뭘 벌이려면 일단 모임장에게 예를 표해야 하는 게 맞는 거죠.  



 6.게다가 몇백명이나 모여있는 모임에는 자연스럽게 영업을 하려는 놈들도 들어와요. 보험설계사나 부동산 하는 사람들 말이죠. 처음에는 그냥 온 척 하지만 영업을 목적으로 온 게 들통나면 한번 경고하고, 다음에는 강퇴하죠. 그리고 여자들에게 작업 치려는 놈...스토킹 비슷한 걸 하는 놈들도 있고요. 모임장이나 운영진에겐 그런 제보 쪽지가 계속 날라와요.


 문제는 그런 놈들이 있다고 여회원에게 제보를 받으면 이게 악의적인 제보인지 맞는 제보인지 모임장 입장에서는 알 수 없거든요. 한 번쯤은 당사자와 이야기를 해보고 결정해야 하죠. 거기서 제보가 들어왔다고 여회원만 믿어버리고 바로 쳐내는 모임장이라면, 애초에 몇백명짜리 모임을 만들 수가 없으니까요. 물론 내막이 어쨌건 그런 경우는 99% 남자 회원이나 영업맨이 강퇴되는 걸로 끝나지만...모임장은 어쨌든 힘든 거예요. 그렇다고 이런 모임은 블로그나 유튜브처럼, 사람수가 돈이 되는 것도 아니라서 어디다 넘길 수도 없는 거고요.



 7.늘 느끼는 거지만 글을 쓰기 전에 서론이 너무 길어요. 뭔가...동호회의 먹이사슬 관계나 모임에서 있었던 재밌는 일을 써보려던 건데 나중에 써보죠. 이미 7까지 와버린 김에 7로 끝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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