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클럽 영퀴방의 추억

2024.01.30 23:16

ND 조회 수:247


나이 지긋하신 분들은 세이클럽하면 무슨 불륜, 성매매, 급만남, 술팅, 벙개 등등 퇴폐적이고 난잡한 이미지를 많이 떠올릴텐데

의외로 초창기 세이클럽은 덕후들이 우글거리는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엔 매우 음습하고 끈적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카페나 블로그도 활성화 되기 전의 인터넷 초창기 시절이라 취향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놀 공간이 부족했는데

세이클럽이 채팅이라는 당시로서는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이들을 끌어모았었죠.


물론 채팅사이트 답게 지역이나 연령, 성별들의 카테고리가 가장 위에 위치했지만 영화, 만화, 음악 등 문화 관련 방의 인원이 전자에 비해 결코 뒤지지않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저는 PC통신은 주로 애니동, AV동에서만 눈팅하는 수준이라 영화관련해서 교류를 할곳이 없었는데 세이클럽을 하면서 영화관련방에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영화관련방중 가장 인기있던 곳이 영퀴방이었습니다. 그외에는 만화 창작 동호인방이나 만퀴방도 많이 들락거렸네요.


영퀴방은 그냥 영화좋아하던 사람들부터 제법 내공깊은 씨네필들도 많았고 점점 경쟁이 심해지면서 퀴즈의 난이도도 엄청나게 올라가게 됩니다.

저 역시 국내 개봉이나 출시된 VHS로는 만족을 못했던지라 PC통신이나 수입업자들을 통해 소위 원판이라 불리는 미개봉, 무삭제판을 영화들에 열을 올리고 있었고

호러영화 동호회 활동도 시작했던지라 당시 영퀴방 사람들은 어지간해선 절대 맞출 수 없는 극악의 고전, 컬트, 소수 취향의 작품들도 악명?을 쌓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영화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등장해서 영퀴 난이도는 더욱 올라갔지만 어지간한 영퀴방에서 '핑크 플라밍고'라던지 'WR 유기체의 신비' 이 정도의 영화가

등장하면 거의 맞추는 사람이 없었다고 보면 됩니다. 아니 그런 국내에 소개가 안된 영화뿐만 아니라 무슨 구닥다리 홍콩영화, 이탈리아영화 이런건 비디오로 나왔어도 맞추기 힘든 영화들이 참 많았죠.


저는 주로 호러, 고어, 스릴러, 그로테스크 등등 익스트림한 쪽이라 영퀴 설명만 해도 사람들이 세상에 그런 내용의 영화도 있냐?고 반문할 정도였죠.

또 당시 엽기코드라는 뭔가 특이하고 쎈것에 열광하는 분위기도 있어서 제가 내는 영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죠.

대체 그런 영화들은 어디서 구하거나 볼 수 있냐고 말이죠.   


실제로 그방의 몇몇 사람들은 1:1채팅이나 쪽지로 끈질기게 질문을 했었고 같은 지역에 살던 어떤이는 한번 만나고 싶다고 계속 연락을 했었습니다.

그때는 채팅사이트에서 실제로 누군가를 만난다는게 무척이나 깨름칙해서 그냥 채팅상으로 대화만 오래 나누었는데 결국 요청에 못이겨 오프만남을 가졌던 적도 있네요.


그렇게 융성하던 영퀴방도 화무십일홍이라 인터넷 문화와 유흥, 즉석만남 유행등의 결합으로 채팅사이트는 그냥 사람들의 만남의 장이 되어버렸고

그나마 만화쪽 관련방들은 판타지물, BL물, 팬픽 등등 더 오덕스런 분위기로 꾸준히 돌아가더군요.

인터넷 개인방송도 따지고 보면 그 플랫폼이 세이클럽이 거의 원조일겁니다. 

개인 음악 방송이나 여러 주제를 가진 소통 방송등 실시간 채팅 방송은 영상만 없다 뿐이지 지금의 아프리카TV나 유튜브나 그 방식은 크게 다를게 없었죠.


또 개인홈피 비슷한 서비스를 하기도 했고 피망이라고 고스톱, 포커 등 게임 사이트도 만들고 하더니 결국 유료화라는 막장 정책에 완전히 망해버리고 말았죠.

거기다 가장 큰 강점이던 즉석만남이니 벙개니 하는 것들도 전부 버디버디같은 메신저 서비스로 갈아타버렸으니.


아무튼 그때는 영화든 만화든 관련 동호인들끼리 모여서 그렇게 채팅하는 것도 참 재미있었는데 요즘은 모르겠군요.

어디 단톡방에서 영퀴하는 사람들이 혹시 있을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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