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곧 내용.

친구가 일하는 병원에 검사받을 겸 얼굴도 볼 겸 가 보았습니다

 

내시경? 그거 별거아냐 5분도 안돼서 후딱끝나 정 겁나면 수면으로 해주까?

라는 친구의 말에 눈 딱감고 그냥 맨정신에 받기로 했습니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안에 들어가니 간호사분들과 의사분께 이미 저를 다 소개시켜 놔서

이야기도 나누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다 여자) 절차가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혈압을 재고 달달한 액체를 한잔 마시고 팔에 주사를 맞았습니다

위운동을 좀 억제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내시경 받는 곳으로 가니 목안에 마취제를 촥촥 미스트마냥 뿌려주었습니다

시원하고 따끔하니 좀 매운 맛이 났어요

바로 효과가 나타나 신경이 마비되는게 느껴집니다

침 삼키는데 벌써 목안이 뻣뻣하고 텁텁해요, 입안과 목구멍 표면에 시멘트를 얇게 펴바른 느낌?

침대에 옆으로 쪼그려 누운 뒤에 구멍 뚫린 젖꼭지같은 걸 물었습니다

기~다란 검은 호스를 든 의사분이 벌써 대기하시고..

 

생각보다 참 굵더군요, 사람 손가락만큼 굵은게 끝에 조명을 희번득 거리며 입안으로 꾸역꾸역 들어옵니드아!

아니! 아직 저기요.. 마음의 준비가.. 크헉, 켁켁

심호흡에 집중하라는 말씀에 열심히 라마즈 호흡법 비슷한 걸 해보지만 숨쉬기가 일단 곤란해지니까 몸에 힘이 들어가고 경직되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다시 힘을 빼고 침 한번 삼키니 쑤욱~ 검정구렁이가 위까지 들어갑니다!!

오우 정말 호스가 끊임없이 들어가요, 쑤욱쑤욱~  그리고 위 속을 휘젓고 꿈틀거리는 그 리얼한 느낌!!!

아아, 정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위 속을 헤엄치며 팔딱팔딱 살아 숨쉬는 이물질의 느낌이라니..

아프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신기한 건 신기한겁니다

 

의사쌤은 카메라를 이리 움직, 저리 움직,

넣었다 뻈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뻈다

넣었다 뻈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뻈다

넣었다 뻈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뻈다

넣었다 뻈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뻈다

신공을 펼치시며 제 몸 속 내장을 눈으로 열심히 훑으셨습니다

아아.. 정말 시간이, 우주가 정지한 느낌. 전 맘 속으로 빨리 시간이 흐르기를 기도했어요

침이 나와 자꾸 삼키게 되었는데 호스때문에 공기도 한사발씩 들이켰습니다 (끝나고 가글 하는데 트림이 꺼~~~~~억)

그렇게 1시간 같은 찰나의 시간이 흐르고 저는 살아났습니다! 예~~~~

간호사분과 의사쌤이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씁니다 ^____^

훗훗

 

목마취는 금방 풀리더군요

사이다를 마신것처럼 톡톡 쏘는 느낌이 들면서 서서히 감각이 돌아왔어요

꼭 신경을 감싸고 있던 거품이 톡톡 터지면서 흘러내리는 느낌적인 느낌!?

 

검사 결과는 제 걱정과는 반대로 아무이상이 없었습니다

염증이라도 있을 줄 알았더니 (-_-) 

바쁜 친구와는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아직까지 목구멍이 좀 아프네요

내시경. 경험해보니 생각만큼 고통스럽지는 않았지만(의사분이 실력이 좋으셨던 듯)

그래도 담번에 하라면 수면을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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