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6 01:00
- 편당 45분 정도, 전체 12화로 이루어진 드라마입니다. 한 시즌으로 깔끔하게 끝나는 이야기이긴 한데... 방금 마지막화를 보고 나서야 넷플릭스 작품 설명란에 "수요일에 시즌 2 공개!!!!!" 라고 적혀 있는 걸 봤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죠 이 타이밍은. 암튼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 이 역시 '노르딕 누아르'의 인기작 중 하나라는 소개를 보고 건드린 드라마입니다. 위의 짤을 보면 대략 어떤 느낌인가 짐작할 수 있으실 듯.
- 위의 사진만 보면 오해하기 쉬운데, 이야기의 주인공은 얼굴도 안 보이는 여형사입니다. 공동 주인공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여형사가 메인 롤이고 남자는 서브죠. 우리의 주인공은 '소피아 카르피'라는 이름이네요. 몇 개월 전에 사랑하는 남편을 뺑소니로 잃고 잠시 휴직을 했다가 방금 막 복직 했어요. 젊은 싱글 훈남 파트너를 새로 만났지만 본인 성질에 안 맞아서 같이 다니는데 짜증만 나구요. 혼자서 남편이 결혼할 때 데려 온 고딩 딸(입만 열면 자기 원래 살던 독일로 돌아가고 싶다고 난립니다)과 본인의 딸(얜 그래도 착하지만 어리고, 그래서 막말이 좀 쩔어요), 둘을 키우느라 인생이 피곤하고. 그러면서 또 사건이 생기면 다 내팽개치고 무조건 들이 받는 본인 성격 때문에 스스로 피곤합니다. 그런 주인공에게 살인 사건 하나가 뚝 떨어지고. 그냥 평범한(?) 살인 사건으로 보였던 이 사건은 파도 파도 답이 안 나오면서 괴상하게 스케일이 커져가는데...
- 음... 뭐라고 해야할까. 역시 '노르딕 누아르'라는 왠지 모르게 간지나는 장르명과는 묘하게 안 맞는 구석이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아마도 제가 저 장르명으로 처음 접한 드라마가 '살인 없는 땅'이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시즌 1 에피소드 셋 밖에 안 보긴 했지만 그건 정말 장르명에 걸맞는 드라마였거든요. 삭막하고 황량하면서 아름다운 북유럽의 풍광을 배경으로 팍팍하고 삭막하게 생긴 사람들이 나와서 피도 눈물도 없는 범죄를 파헤치는 이야기. 근데 이 드라마는 일단
...주인공들 비주얼부터 좀 문제가 있습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훈남 훈녀님들 아닙니까. ㅋㅋㅋㅋ 심지어 여자는 외모에 귀여움까지 묻어 있어요.
그리고 또 뭐랄까... 이야기 자체도, 연출이나 전개도 좀 헐리웃스럽습니다. 매 회마다 반전에 반전이 있는 빠른 전개에 '액션'도 자주 나오는 편이구요.
부자와 빈자도 나오고 싱글맘의 고충도 나오고 남녀 주인공의 성역할 반전 비슷한 요소도 있고... 하지만 딱히 진지하게 그런 부분을 파 볼 생각은 없는 작품이구요.
재미가 없거나 구리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그냥 뭔가 많이 신선하고 개성 넘치는 작품도 아니고 각잡고 진지한 작품도 아닌 좀 평범한 오락물이라는 얘기죠.
- 그래도 나름 장점들이 있습니다. 초반에 용의자로 던져지는 여러 캐릭터들이 거의 후반까지 이야기에서 큰 비중으로 쓰이는데, 이 캐릭터들이 그렇게 뻔하지 않고 모두 본인 나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좋았어요. 두 주인공의 관계도 큰 틀에서는 이런 장르의 공식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디테일은 나름 좀 개성이 있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구요. 이야기는... 범죄 수사의 디테일 면에서 종종 대충대충 넘어가는 부분들이 눈에 밟히지만 그래도 지루할 틈은 별로 없이 잘 굴러가는 편이구요. 그리고...
뭣보다 좀처럼 보기 힘든 국적의 작품이란 게 큽니다. 헬싱키 헬싱키 이름은 많이 들었지만 그냥 이 동네를 배경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흘러가는 이야기는 거의 본 기억이 없는데, 그래서 그런지 잘 모르는 남의 나라와 거기 사는 사람들 모습 구경하는 재미가 꽤 쏠쏠하더라구요. 사실 제가 갑자기 이 '노르딕 누아르'라는 것에 꽂힌 가장 큰 이유가 그거였으니 그런 측면에선 잘 고른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네요.
- 그냥 빨리 정리하겠습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그냥 평범한, 되게 좋지는 않지만 딱히 크게 나쁜 구석도 없는 무난한 범죄 수사물입니다.
그런데 캐릭터들이 미묘하게(?) 매력이 있어서 나름 재미가 있어요. '이건 꼭 봐야한다'는 급은 아니지만 보겠다는 사람 말릴 생각도 안 들 정도? ㅋㅋㅋ
그러니 그냥 좀 흔치 않은 나라 드라마에 관심이 가시거나, 북유럽의 풍광 좋아하시고 이야기보단 캐릭터에 많이 꽂히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실만도 합니다.
제 느낌이 딱 그랬어요. 뭐 대단한 작품까진 아니지만, 나름 볼만하군. 이라는 정도요.
+ 저 동네 남자들은 참 체격이 좋은가봐요. 주인공을 활동적인 꼬꼬마 열혈 형사... 라고 생각하면서 봤는데 프로필을 찾아보니 키가 169네요. =ㅅ=
++ 중간중간 등장 인물들이 쌩뚱맞게 아주 유창한 영어를 하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처음엔 음성 설정을 잘못한 줄. ㅋㅋㅋ 다 보고 나서 검색해보니 핀란드가 외국어 교육, 그 중에서도 특히 영어 교육을 엄청 빡세게 시키는 나라라네요. 어지간히 학교 생활 개판친 경우가 아니면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가 다 가능한 수준이라고. 독일어도 종종 나오는데... 저 남자 파트너가 주인공의 독일어 실력을 살짝 놀리는 장면도 그런 맥락이었더라구요. 독일어도 저 동네에선 아주 흔한 제 2외국어라고.
+++ 주인공 캐릭터가 좀 아슬아슬합니다. 사명감 넘치는 열혈 형사와 남의 말 안 듣는 사고뭉치 진상 형사의 경계선에서 죽 오락가락 하거든요. 근데 늘 무덤덤한 범생 파트너와의 합이 괜찮아서 대략 중화가 되더군요. 범죄물에서 주인공들 연애하는 거 싫어하는데, 이건 중반 이후로는 둘이 자꾸 일만 열심히 하지 말고 연애 좀 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습니다. ㅋㅋㅋㅋ
++++ 사실 초반은 좀 루즈한 감이 있었는데 막판 전개가 상당히 괜찮았어요. 하지만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다 마지막 화에서야 튀어나오는 최종 반전은 여러모로 좀 별로였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설명은 못 하겠지만 개연성 면에서도 그렇고 임팩트면에서도 그렇고 뱀다리의 향기가 물씬...
+++++ 서두에다가 시즌 2 곧 나온다는 이야기를 적어놨지만, 한참 후에나 볼 겁니다. 이제 이틀만 있으면 '다크' 최종 시즌이 나오거든요!!!!!
2020.06.26 13:51
2020.06.28 13:20
아니 정말로 보셨군요! ㅋㅋㅋ 부디 후회되는 시간은 아니었길(...)
교도소 시설 복지, 첫 대중 교통 이용... 이런 건 전 보면서도 전혀 생각을 못 했네요. 확실히 외국, 특히 서양 쪽에 사셔서 그런지 저보다 훨씬 디테일하게 보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 평생 한국에서만 산 제 눈엔 외국은 그냥 다 외국 같아서... ㅋㅋ
한국도 이제 외국인들 모여 사는 동네들이 많아졌고 그 중에는 '인종 구성'이 달라지는 느낌이 드는 동네도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그 숫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네요. 그리고 대중교통의 경우엔 한국 대중교통이 워낙 발달해 있어서 편리하고 상당히 쾌적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난한 사람들의 수단까지는 되지 않을 것 같아요. ㅋㅋ
요새 청소년 문화가 글로벌해져서 그런건지 스웨덴이 아니라 미국의 어느 도시가 배경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겠더라구요. 단 교도소 시설에서 스웨덴 복지가 확 티 나지만요.
주인공네도 부자가 맞는 것 같아요. 그 동네가 스웨덴에서 제일 부자 동네라고 위키에서 알려주더라구요.
스웨덴의 서민, 가난함이 참 낯설긴 했아요. 사미르가 사는 아파트도 궁색함이 전혀 없이 엄청 넓직하고...같이 잉하던 멕시커 출신 동료가 미국인들이 말하는 가난과 자기가 알고 있는 가난은 너무나 다르다고 해서 동의했던 기억이 나요.
저도 미국에 오래 살아서인지 주인공이 사미르를 찾으러 가는 길에 처음으로 대중 교통을 이용하고, 사미르네 동네에 가자 갑자기 유색 인종들이 많아지고...그런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주 잘 사는 도시는 아니지만 여기서도 대중 교통은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타는 거고, 가난한 동네로 가면 인종 구성이 아예 달라지거든요.
하긴 요즘은 한국도 이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