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닐 때 방학이 끝나가면 불안감이 엄습해옵니다. 내가 일기를 얼마나 밀렸던가, 방학 숙제는 몇개나 있었나. 그제서야 방학식을 하면서 나눠줬던 숙제 목록을 찾아보는데,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기도 거의 안쓰다시피 했고요.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서 계획을 세웁니다. 일기를 매일 쓰는 것을 불가능. 그러므로 이틀에 한번씩 혹은 일주일에 세번만 쓰는 것으로 타협을 하고, 대부분을 거진 독후감으로 채우기로 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만들기 숙제라든가, 어디 견학하기 등등은 어떻게든 둘러대는 것으로 정리하려는데, 그래도 물리적으로 드는 시간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그후 개학까지는 남은 방학이 방학이 아니게 됩니다. 놀다가도 방학 숙제 생각이 나고, 밥을 먹어도 방학 숙제 생각이 나죠. 하기는 해야되는데, 그 많은 것을 언제 다하나 싶은 생각에 손을 대지를 못하겠고, 그저 걱정만 하다가 시간은 그대로 흘러 갑니다.

코로나 속 보내는 일상이 꼭 그렇습니다. 마트에 가도, 식당을 가도, 친구를 만나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혹시... 라는 걱정도 듭니다. 어딘가에 무증상 감염자가 있고, 그 감염자가 내 주변에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은 사라지지를 않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서도 내 옆에 누군가가, 혹은 커피를 내리는 직원이 혹시 하는 생각이 계속 남아 있는 것이죠. 결국 책을 덮고 마시다만 커피를 들고 집으로 가는데, 그리고 나서도 지금 내가 코로나에 걸렸고, 가족들에게 옮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파괴된지 거의 5개월이 지나가고 있는데,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의 생활은 옛날의 그것과 비슷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SF의 영화의 그것처럼 감염과 격리가 일반화된 이 세상은 어쩐지 영원히 계속될것만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임상 실험이 3상까지 갔다고 하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3상이 더 어렵고, 정말 빨라도 반년은 잡아야 될것이라고 하네요. 그렇게 우리는 2020년을 그냥 보내게 되는거죠.

빨리 일상을 되찾고 싶네요. 그리고 나서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하고 아이들에게 얘기를 해주는 겁니다. 부디 그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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