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30 19:15
새벽에 이어 바진의 <차가운 밤> 얘기를 짧게 한 번만 더 하자면,
글 제목의 "승리는 그들의 승리지, 우리의 승린가."는 소설 속에 나오는 대화 중 하나입니다.
2차대전이 발발하고 일본군이 중국 대륙을 침략한 시기로,
전쟁을 피해 피난을 온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궁핍한 생활과 질병으로 인해 그들은 어서 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랍니다.
전쟁만 끝나면 삶이 다시 예전처럼 윤택해지리라 믿지요.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도 그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아요.
여전히 궁핍하고 병으로 고통받고 실업과 기아, 추위에 시달리죠.
그래서 다음과 같은 대화가 나옵니다.
"...쓰촨에서 몇 달 동안 밥도 못 먹고, 나는 다음 달에도 갈 수 없을 것 같아. 굶어죽겠군. 물건을 팔아보았자 다 먹어치우니... 전쟁에서 이기면 바로 집으로 돌아갈 줄 알았는데..."
"승리는 그들의 승리이지, 우리의 승리인가."
전리품은 가난한 백성들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공기 같은 게 아니죠.
소수의 권력자들에게나 돌아갈 축배겠지요.
밑에 연평도 피난민들 동영상을 보자니까 소설의 저 대화가 떠올랐어요.
전쟁을 불사하자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전쟁이 나면 저런 처지에 놓일,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모습이
저 동영상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그나마 찜질방 주인의 배려로 씻을 수 있고, 굶지는 않고 있지만
진짜 전쟁이 터지면 저 정도는 천국이라 할 수 있겠죠.
연평도 피난민들조차 구제할 방법을 못 내놓고 있는 마당에 전쟁을 불사하자니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전쟁 터지면 차라리 일찌감치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어차피 시한부로 태어난 인생들이니 조금 일찍 간다한들.
전쟁불사를 외치는 서민들보면 그냥 쓴웃음이 나옵니다.
그들이 총 한방 쏠 제대로된 기회나 만나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