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게 왜 논쟁이 되는지 이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등병은 젓가락 못쓰고 샤워할 때 샤워타월도 못쓴다는 그 멍청한 계급적 차등을 군대 바깥에서도 봐야한다는 게 깝깝할 뿐이죠.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닫는 것은 대한민국이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겠다는 관측뿐입니다. 지금 정규직을 전환하는 자리는 입사경쟁률이 피터지는 그런 사무직도 아니고 6개월에서 1년되면 퇴사율이 60%를 넘어가는 3d 가까운 직종이에요. 한마디로 아무 상관도 없던 남의 일이, 정규직이 된다는 것 하나에 자기고생을 들먹이며 그건 안된다고 우기는 게 무슨 합리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우경화라는 게 얼마나 심각한지 느낍니다. 이건 심지어 경제적으로도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포지션입니다. 다른 사람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되면 그게 본인한테 무슨 해가 될까요? 갑자기 물가 폭등이라도 일어나서 여태 벌던 월급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워집니까? 아니면 본인 월급에서 빼가서 정규직된 사람들한테 월급을 더 챙겨주나요? 놀랍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정규직이 되면 저는 거기에 대고 왜 인서울 4년제 안나오고 토익 점수도 없는 저 사람한테 정규직 전환해줬냐고 항의해야할까요? 신라시대 골품제도도 아니고 이게 뭐하는 짓거리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오로지 기분뿐입니다. 내가 누리는 것은 게으르고 실패한 너보다 항상 많아야 한다는 계급주의가 온국민에게 번져있다는 생각을 안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노동운동에 헌신하고 인권을 위해 애쓰던 사람들이 왜 그렇게 벼락같이 등을 돌리고 반대 포지션에서 동지나 다른 사람들을 탄압할까 하고요.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렇게 부르짖던 대의를 본인 진영의 사람들이 소소한 이기심 때문에 다 저버릴 때, 본인 혼자서 그걸 지켜나갈 어떤 동기도 의미도 현실적 이득도 없겠다는 것을요. 예전에 보면 멍청하고 욕심많은 인간들이 집단 내의 치명적인 스파이처럼 그려지곤 하던데, 이제 인간 전체가 그냥 그렇다는 걸 깨닫습니다. 자기가 잘 살겠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 잘사는 거랑 무관하게 남들이 잘 사는 걸 반대하는 인간들을 보는 게 얼마나 징그러운지... 정규직에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취준생들은 뭣때문에 그렇게 화를 낸답니까? 여성징병제부터 이번 인국공 정규직 전환까지 인간 수준을 확실히 확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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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추가합니다. 


이번 사태가 문제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은 왜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터졌을 때는 이 정도로 논란이 안됐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택적인 분노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어요. 많은 분노는 사실 "네가 감히"라는 계급적 의식에서 비롯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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