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둘기들이 새끼 두 마리를 베란다 앞 화단에 낳아서 키우는 중이란 얘기는 전에 적었죠.

결국 이 놈들이 어지간히 커서 화단에서 푸드득거리며 제법 날고 있길래 걍 엉덩이를 슥 밀어 버렸습니다. 그랬더니 푸드득 날아서 베란다 앞 나뭇가지에 안착.

(집이 저층이고 바로 앞에 꽤 무성하게 큰 나무가 있어요)

부모 놈들은 엄청 멀리 도망가 버리길래 '아... 나 때문에 가족이 찢어졌나?' 하고 하루 정도 죄책감을 좀 느꼈습니다만.


바로 다음 날 네 마리가 사이 좋게 창밖에서 똥을 싸고 있더군요. 아 진짜 내가 쓸 데 없는 걱정을... 하고 짜증 재폭발.



2.

왜 그 노래 있잖아요. 비둘기이처럼 다아정한~~~ 사아람드리라며언~


그 노래 가사의 뜻을 알겠네요. 참 어찌나 사이들이 좋은지. 시도 때도 없이 날아와서 화단에서 구구구 거리며 친목질을 하는데 저엉말 거슬립니다.

결국 아들놈 물총으로 쫓아내긴 하는데, 그래봤자 5분 안에 다시 돌아와요. 주말에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작정하고 계속 쫓아내봤는데 답이 없습니다.



3.

그놈들 이동 패턴을 주시하며 퇴치 방법을 고민해봤는데...

뭐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는 케이블 타이를 엄청 촘촘하게 난간에 다 매달아 버리는 게 있고.

그 다음은 '버드 스파이크'라고 인터넷에서 파는 물건을 사서 비둘기가 못 앉게 만드는 방법이 있고.

마지막으로 업체를 불러다 부탁하는 게 있는데요.


케이블 타이는 효과도 미적지근할 뿐더러 시간이 엄청 걸리고 또 미관상 매우 구립니다. 

버드 스파이크는 동네 비둘기 따라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데, 저희집 베란다를 다 커버할만큼 구입하려면 십만원이 훌쩍 넘어가서 '그 돈과 시간 들여 설치하고 효과가 없다면?' 이라는 걱정 때문에 멈칫.

그리고 업체는 정말 비싸더군요(...)


그래서 며칠간 물총으로 버텨본 건데 이 방법은 이미 텄다는 게 입증됐구요.

이놈들 이제 사람 모습이랑 소리에 완전히 적응해서 아들놈이 막 따라다니며 소리를 질러도 꿈쩍도 안 합니다. 얄미움 30배.



4. 

그리고 그 와중에 이 놈들이 또 알을 낳았습니다.

한 달 남짓 되는 동안에 세 번째인데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정말로 소문나서 새로운 비둘기들이 또 온 건가?;;


근데 나중에 낳은 것들은 걍 눈 질끈 감고 목격하자마자 유괴해버렸어요. 새끼가 되어 버리면 처리가 불가능해지니 그 전 계란 상태일 때 걍...;

이 집 베란다를 고향으로 생각하는 비둘기가 더 이상 늘어나는 것만큼은 막고 싶었네요.

자연과의 공존을 거부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요, 애초에 자연이라면 약육강식 아닙니꽈!!!! 

화단에 수북한 그들의 똥!! 깃털!!!!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소음!!!! 지긋지긋하다구요. ㅠㅜ



5.

뭐... 그래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봤습니다만.

역시 뾰족한 답이 안 나오네요.

그래서 비둘기 평균 수명까지 검색해봤어요. 그리고 절망!!! 보통 10년 이상에서 20년 사이까지 산다네요.

이대로 물총 놀이로 상대하다보면 환갑 노인이 되어서도 계속 물총질을 해야 하는. ㅋㅋㅋㅋㅋ 아들놈 군대도 다녀오겠네요. 집에 돌아오면 비둘기와 재회하고 막...;


그렇다고 해서 저것들을 잡아 죽이는 것까진 차마 못 하겠으니 역시 뭐...

케이블 타이를 구입해야겠네요. 근데 그걸 막 200개씩 설치해놓고 나면 정말 보기 싫을 텐데.

그리고 나중에 그거 해체는 어느 세월에 다 하죠(...)


아... 정말 환장하겠습니다. 성북동의 선택은 옳았어요. 비둘기 따위... ㅠㅜ


그리고 예전에 우연히 목격한 적이 있는데 저희 동 맞은편에 이 아파트 단지의 비둘기 대모님이 사십니다.

무슨 히치콕의 '새'가 떠오를 정도로 웅장한 비주얼의 비둘기 떼가 아파트 한 집의 베란다로 우루루 날아가는 걸 봤거든요.

창문이 열리고 초로의 할머니 모습이 언뜻 나타나더니 먹이 같은 걸 주더군요. 허허.


다음에 다시 눈에 띄면 몇 동 몇 호인지 정확하게 봐놓고 신고... 는 어디에다가 하죠? =ㅅ=;;;



6.

비둘기 얘기를 계속 적다 보니 문득 조규찬의 노래 중에 비둘기에 대한 게 있다는 게 떠올랐고.

그랬더니 조규찬 옛날 노래들이 떠올랐고.

그래서 조규찬을 알게 됐던 노래 생각이 나서 이렇게...



근데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했던 노랜 이거였어요.



차분한 노래라도 들으며 비둘기 혐오로 타오르는 제 맘을 진정시켜봐야겠습니다. ㅋㅋㅋ

다들 편안한 밤 보내시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86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190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307
112832 조삼모사가 아닌 조사모삼이라 그나마... [3] 왜냐하면 2020.07.16 645
112831 [넷플릭스바낭] 한국산 10대 호러(?) 앤솔로지, '악몽선생'을 봤습니다 [8] 로이배티 2020.07.16 685
112830 반티가 뭔지 학부모님만 알듯 [5] 가끔영화 2020.07.16 559
112829 골고루 쏟아지는 2차가해 [48] 메피스토 2020.07.15 2184
112828 김봉곤의 소설을 읽고서..추천해주세요... [4] SykesWylde 2020.07.15 950
112827 그런데 박원순이야 친노 친문들한테도 인기없고 여권지지자들한테도 인기 없는데 [11] 잘살아보세~ 2020.07.15 1575
112826 [바낭] 피해호소인, 민주당, 미통당... [2] 가라 2020.07.15 895
112825 재회와 갱신, 상냥함과 친절함, 작가의 꿈 [1] 안유미 2020.07.15 513
112824 펜스룰,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35] Sonny 2020.07.15 1360
112823 해결의 의지가 없는 더민주 [6] Sonny 2020.07.15 917
112822 위키드 라이센 공연 오디션 떴네요 어휴..이게 몇년만인지 [4] 얃옹이 2020.07.15 439
112821 스마트폰으로 영상 찍을때 쓸 붐마이크 좀 추천해주세요 [2] 하마사탕 2020.07.15 520
112820 몇몇 깨어있는 시민들의 판단 중지 [11] 타락씨 2020.07.15 1142
112819 박원순의 상습적인 성추행 사례가 ‘미필적’으로 폭로 되었어요 [21] ssoboo 2020.07.15 2328
112818 미투는 확고한 거의 역사적 방향이라 박시장에 대한 인간적 배려도 [6] 가끔영화 2020.07.14 851
112817 일이 돌아가는 꼬락서니 [5] 메피스토 2020.07.14 851
112816 <살아있다> 보고 왔습니다 (스포) [2] Sonny 2020.07.14 667
112815 고소전에 젠더특보에게 보고를 받으셨군요. [26] Lunagazer 2020.07.14 1876
112814 팬텀싱어3, 콘서트 표 못구했어요..... 그리고 몇가지. S.S.S. 2020.07.14 323
112813 중립과 양립의 판타지 [7] Sonny 2020.07.14 62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