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04 22:34
조 라이트의 [우먼 인 윈도]는 본명이 대니얼 맬로리인 A. J. 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각색각본은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의 작가 트레이시 레츠가 썼고요. 원래는 극장용 영화로 기획되었는데, 시사회 때 반응이
너무 안 좋아서 재편집을 했고 그 뒤 팬데믹이 터져서 넷플릭스로 왔습니다. 원작도 문제가 좀 있었는데, 시고니 위버,
홀리 헌터 주연의 [카피캣]에서 설정을 가져왔고, [세이빙 에이프릴]이라는 소설의 설정을 표절했다는 것이었지요.
후자에 대해서는 출판사가 [세이빙 에이프릴] 이전에 소설의 기본 골격이 완성되었다고 설명하긴 했습니다.
에이미 애덤스가 연기하는 주인공 애나 폭스는 심각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아동심리학자입니다. 뉴욕의
아파트에 박혀서 옛날 영화를 보거나 이웃 사람들을 염탐하는 게 유일한 취미입니다. 러셀이라는 이름의
가족이 앞집에 이사오고, 애나는 그 집 아들 이선과 이선의 엄마 제인과 친구가 됩니다. 그러다 애나는
제인이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합니다. 하지만 가족은 살인 같은 게 일어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제인이라고 나타난 여자는 애나가 알고 있는 제인이 아닙니다.
애나는 '믿을 수 없는' 주인공입니다. 이건 영화 시작하기 전부터 관객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죠.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관객들은 분명 러셀 가족에게 심각한 사건이 일어났지만, 애나가 보고 듣는 것 모두가
사실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영화 중반에 이르면 우리는 애나가 받아들이길 부인하고 있던
현실과 마주하게 되지요. 물론 이야기는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위에서 [카피캣] 이야기를 했는데요. 광장공포증에 걸린 주인공이 살인자와 대면하는 설정 같은 것이
유사하긴 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 외에도 다른 작품에서 빌린 게 너무 많아요. 일단 기본 설정은
[이창]이지요. 고소공포증을 광장공포증으로 옮기면 [현기증]의 요소도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어땠는지
몰라도, 영화는 [싸이코]의 몇몇 장면도 빌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가져온 게 너무 많고, 설정도
독창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워서 애당초부터 개성적인 무언가를 주장하기는 힘든 작품입니다.
조 라이트는 이 영화를 브라이언 드 팔마처럼 만들려고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히치콕을 재해석하는
이 영화의 스타일 일부는 드 팔마의 모방이기도 해요. 하지만 영화는 드 팔마의 천박하고 현란한 개성은
없습니다. 이런 식의 두 겹의 인용이 과연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고요. 소문처럼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 특별히 내세울만한 독창성 같은 것은 없는 영화입니다. 에이미 애덤스의 연기가
없었다면 더 빈약하게 보였을 수도 있었겠지요.
(21/08/04)
★★☆
기타등등
애나가 보는 옛날 영화들은 [이창], [로라], [다크 패시지], [스펠바운드]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영화의
스토리를 반영하고 있고 심지어 스포일러이기도 하지요.
감독: Joe Wright,
배우:
Amy Adams,
Gary Oldman,
Anthony Mackie,
Fred Hechinger,
Wyatt Russell,
Brian Tyree Henry,
Jennifer Jason Leigh,
Julianne Moore
IMDb https://www.imdb.com/title/tt6111574/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91556
2021.08.04 23:34
2021.08.05 00:19
2021.08.05 11:38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9 | 타인의 목 La tête d'un homme (1933) [2] | DJUNA | 2016.01.02 | 3673 |
48 | 레베카 Rebecca (2020) [5] | DJUNA | 2020.10.29 | 3650 |
47 | 더 바디 El cuerpo (2012) | DJUNA | 2018.02.24 | 3599 |
46 | 열두 번째 용의자 (2019) | DJUNA | 2019.10.16 | 3529 |
45 |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 Alice, Sweet Alice (1976) | DJUNA | 2018.08.04 | 3366 |
44 | 미녀삼총사 3 Charlie's Angels (2019) [2] | DJUNA | 2020.04.28 | 3297 |
43 | 기디언 경감 Gideon’s Day (1958) [1] | DJUNA | 2014.10.02 | 3278 |
42 | 장군들의 밤 The Night Of The Generals (1967) [1] | DJUNA | 2015.08.15 | 3266 |
» | 우먼 인 윈도 The Woman in the Window (2021) [3] | DJUNA | 2021.08.04 | 3108 |
40 | 칼 + 심장 Un couteau dans le coeur (2018) | DJUNA | 2018.08.05 | 3100 |
39 | 내일의 기억 (2021) [1] | DJUNA | 2021.04.22 | 3059 |
38 | 탐정되는 법 How To Be A Detective (1952) [1] | DJUNA | 2015.04.25 | 2989 |
37 | 스펜서 컨피덴셜 Spenser Confidential (2020) [4] | DJUNA | 2020.03.23 | 2922 |
36 | 패러딘 부인의 사랑 The Paradine Case (1947) | DJUNA | 2020.02.20 | 2903 |
35 | 침묵의 살인 The Deadly Affair (1966) | DJUNA | 2015.08.25 | 2794 |
34 | 쇼크 Shock (1946) [2] | DJUNA | 2016.10.31 | 2650 |
33 | 빛과 철 (2020) [1] | DJUNA | 2021.02.19 | 26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