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30 12:37
캡틴 아메리카가 나오는 첫 번째 영화 [퍼스트 어벤저]는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고풍스러운
모험담이었죠. 주인공인 스티븐 로저스도 그에 어울리는 단순하고 소박한 영웅이었고요. 영화가 끝날
무렵 그는 1940년대에서 21세기로 훌쩍 점프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순식간에 21세기 사람이
된 것은 아닙니다.
그는 여전히 느릿느릿 세상에 적응합니다. 두 번째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는 70년대
스타일 음모론 스릴러예요. 그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한 건 아니니 여전히 시대배경은 21세기지만
기본 스타일과 아이디어는 당시 것이죠. 심지어 로버트 레드포드도 나와요. 그가 [콘돌의 3일]에서
맡았던 역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 영화의 음모론은 그가 지구 평화를 위해 함께 일했던 조직 쉴드가 정체불명의 무리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고 그들이 세계정복을 위해 쉴드를 기반으로 한 무서운 계획을 짜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게 현실화되면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사람들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가 날아갈
뿐만 아니라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 판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로저스는
쫓기는 몸이 되고 그러는 동안 블랙 위도우와 조깅하다 만난 전직 군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심각한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합니다만, 이 영화에서 70년대 당시 영화들이 갖고 있던
무게감을 기대하시면 곤란합니다. 아무리 진지한 척 해도, 영화는 여전히 온갖 만화책
슈퍼영웅들이 뛰노는 판타지 공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세계와 아주 동떨어진
곳도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삐걱거리는 어색함이 남습니다.
그래도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로 봤을 때, 이 영화는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어벤저스에서
같이 일하는 다른 슈퍼영웅들과는 달리 로저스는 현실적인 영웅이죠. 아이언맨의 깐죽거림이나
토르의 멍청함 없이 시종일관 진지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에게 가장 맞는
주인공이죠. 액션도 진지하고 고민도 진지합니다.
[어벤저스] 영화도 아니면서 팀 플레이가 강한 영화입니다. [어벤저스] 영화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뭉쳐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는
상황이라 오히려 더 좋더군요. 그래도 종종 왜 저들이 어벤저스의 다른 팀원들을 부르지
않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아무리 쉴드 내부 사람들을 믿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해도
블랙 위도우까지 받아들였다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많잖아요. 물론 그랬다면
또다른 [어벤저스]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진짜 답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액션 장면들이 좋습니다. 물론 물리법칙을 적당히 무시하는
만화책 주인공의 황당한 액션입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과 능력이 잘 반영되어 있고
무엇보다 긴 호흡의 리듬이 좋아서 긴박감은 상당합니다. 단지 후반부는 그렇게까지
길 필요가 없었던 거 같아요.
많이들 이 영화를 최근 마블 영화 중 최고라고들 하던데,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습니다.
솔직히 1편보다 특별히 좋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마블 영화 중
상위권이고 관객들이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 기대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주고 있는
작품인 건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14/03/30)
★★★
기타등등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의 설정은 아무리 봐도 수상쩍습니다. 무슨 계획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작가들이 그냥 생각이 없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감독: Anthony Russo, Joe Russo, 출연: Chris Evans, Scarlett Johansson, Samuel L. Jackson, Anthony Mackie, Robert Redford, Sebastian Stan, Cobie Smulders, Dominic Cooper, Hayley Atwell, Emily VanCamp
IMDb http://www.imdb.com/title/tt184386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6327
2014.03.30 14:10
2014.03.31 08:17
2014.03.31 23:35
2014.03.31 10:23
2014.03.31 15:19
2014.03.31 23:44
2014.04.26 17:17
2014.04.27 01:12
2015.05.18 15:3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 | 스파이 브릿지 Bridge of Spies (2015) [4] | DJUNA | 2015.11.11 | 12082 |
20 | 디스 민즈 워 This Means War (2012) [3] [36] | DJUNA | 2012.02.24 | 12265 |
19 | 인천상륙작전 (2016) [7] | DJUNA | 2016.08.02 | 12684 |
18 | 가비 (2012) [16] [1] | DJUNA | 2012.03.07 | 12782 |
17 | 나잇 & 데이 Knight and Day (2010) [2] [2] | DJUNA | 2010.07.05 | 12925 |
16 | 어브덕션 Abduction (2011) [7] [1] | DJUNA | 2011.09.23 | 13140 |
15 | 레드 Red (2010) [4] [1] | DJUNA | 2010.11.02 | 13378 |
14 | 본 레거시 The Bourne Legacy (2012) [3] [1] | DJUNA | 2012.09.06 | 14430 |
13 |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2014) [2] | DJUNA | 2015.02.21 | 14968 |
12 | 제로 다크 서티 Zero Dark Thirty (2012) [2] [1] | DJUNA | 2013.02.23 | 15628 |
11 | 아르고 Argo (2012) [12] [2] | DJUNA | 2012.10.21 | 15973 |
10 | 상하이 Shanghai (2010) [2] [1] | DJUNA | 2011.01.22 | 16674 |
9 | 스파이 (2013) [3] [1] | DJUNA | 2013.08.29 | 17352 |
8 | 한나 Hanna (2011) [15] [36] | DJUNA | 2011.04.19 | 17543 |
7 |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Tinker Tailor Soldier Spy (2011) [9] [4] | DJUNA | 2012.02.05 | 19528 |
6 | 솔트 Salt (2010) [7] [2] | DJUNA | 2010.07.22 | 19644 |
5 | 은밀하게, 위대하게 (2013) [5] [1] | DJUNA | 2013.06.09 | 20168 |
2. 스티브 로저스 수첩의 다양한 로컬 버전 내용들이 궁금해집니다.
3. 팔콘이 일회용으로 소비되진 않을텐데, 캡틴 아메리카 후속편에만 등장할지 어벤져스2에도 등장할지도 궁금(찾아보니 어벤져스2 캐스트에는 없군요;;).
4. 그리고 '교훈 : 어딘가에 들어가기 전에는 꼭 노크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