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5 15:44
- 며칠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공개된 '주온'의 드라마 버전입니다. 편당 20분 남짓 & 6편으로 한 시즌 완료구요. 시즌 2는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고 뭐 그런 마무리였습니다.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첨엔 또 이게 뭔가... 했지만 생각해보니 주인공들 스틸 사진 아무거나 포토샵으로 대충 합성한 것보단 훨 성의 넘치는 대표 이미지)
- 스토리 요약이 필요 없는 작품이긴 합니다만... 암튼 저주 받은 집이 나오겠죠. 이 집에 들렀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후에 유령을 접하게 되고 그 중 다수는 죽고요. 시리즈의 전통대로 주인공은 여럿입니다. 밤마다 어린 아이가 달리는 소리에 고통 받는 무명 연예인, 그 연예인에게서 사건(?)을 의뢰 받은 심령 탐정, 예쁘고 섹시하게 태어난 죄로 가는 데마다 남자 문제가 생기는 여고생... 그리고 이들과 엮여서 동반으로 고생하는 가족 및 친지들이요. 이들의 이야기는 거의 동시에 시작해서 각자 진행되다가 뒤로 갈 수록 점점 엮이며 하나로... 아주 느슨하게 뭉칩니다.
이야기의 배경은 1989년에 출발해서 (플래시백으로 그 한참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긴 합니다만) 90년대 중후반쯤에 일단락이 된다는 것 정도는 함께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주온 1편이 아마 98년쯤에 나왔고 당시 기준 '현재'가 배경이었죠. 그래서 '프리퀄'이라고 주장을 하더군요.
- 주온은 주온인데 여러모로 21세기형으로 업데이트된 주온입니다.
일단 가야코 & 토시오 투 톱에 대한 집착을 버렸습니다. 안 나와요. 팬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그와 비슷한 무언가는 준비해 두었지만 어쨌든 그게 가야코와 토시오는 아닙니다. 옛날 옛적 '링'과 '주온'의 쌍두마차 시절처럼 강력한 캐릭터의 한 방 장면에 의존하는 방식을 버린 거죠. 그보단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따라가며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슬쩍 슬쩍 한 방씩 흘려 넣는 식이에요. 아마 이 부분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습니다. 그렇게 '강력한 한 방'은 없거든요.
시리즈의 정체성인 '귀신 들린 집의 저주'는 여전하지만 역시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 집에 들렀다고 무조건 다 죽지 않아요. 누구는 죽고 누구는 안 죽고 그렇습니다. 그러다보니 좀 흔한 귀신 들린 집 영화 같은 느낌도 드는데... 생각해보면 당연하겠죠. 들렀다 하면 100% 다 죽어 버리는 집이라면 현실적으로 이야기가 엄청 커져야 하는데 이전 시리즈들은 그런 부분을 대충 뭉개고 넘겨왔잖아요.
그럼 누구는 죽고 누구는 안 죽고 이건 뭐냐... 라는 의문이 생길만도 한데, 거기에 대한 답 같은 건 안 나오지만 아마도 들른 사람들의 멘탈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를 보면 이 집의 희생자들은 대체로 집에 들르기 전에도 이미 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이 집에 들르지도 않고도 무시무시한 짓을 저지르는 인간들도 등장하는 걸 보면 아마 이게 맞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도 좀 '현대적'인 느낌이죠. 역시 '이런 건 내 주온이 아니야!'라고 불만을 가질 사람들도 많을 것 같지만 전 괜찮았어요.
- 에피소드가 시작할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해당 연도에 일본에서 벌어졌던 불쾌하고 끔찍한 실제 사건들 뉴스를 보고 듣는 장면들이 나오고 그 에피소드에 벌어지는 이야기가 그 사건들과 아주 약간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뭔가 이번 시리즈의 작가는 '메시지'를 넣고 싶은 맘이 컸던 것 같은데, 그게 과도하게 드러나서 이야기를 망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으니 괜찮았습니다.
- 그래서 무서웠니? 라고 물어본다면... 네, 그럭저럭(?) 무서웠습니다. ㅋㅋㅋ 왜 다른 나라 영화들은 죽어도 따라할 수 없는 일본 호러 특유의 불쾌한 느낌 있잖아요. 전 그 느낌에 약한 사람이라 일본 호러를 선택하면 실패가 적은 편이거든요.
다만 뭐랄까... 어떤 에피소드들의 어떤 장면들은 극단적으로 불쾌하고 잔혹한데도 오히려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원래도 주온이 그런 느낌이 있는 시리즈였으니 의도한 걸 수도 있겠는데 정확히는 판단이 안 서구요. 근데 그것도 그 나름대로 괴상하고 못된 재미가 있어서 나쁘진 않았어요.
- 소감 정리... 도 별로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이번엔 저 치고는 글을 짧게 쓴 편이라. ㅋㅋㅋ
암튼 여러모로 21세기스럽게 업데이트된, 시리즈 중 참 오랜만에 멀쩡한 완성도를 가진 주온입니다. 팬이라면 한 번쯤 확인해 보셔야겠죠.
다만 예전처럼 강력한 한 방은 없이 좀 소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라는 것은 감안을 하시고 보는 게 좋습니다.
+ 아. 참고로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되진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냥 거의 아무 것도 정리가 안 돼요. ㅋㅋㅋㅋ 그래서 '이야기를 하다 말아 버려서 아쉬웠다'는 소감들도 많던데, 전 잘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정리를 할 의도 없이 이 혼돈의 카오스를 즐기라고 만든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며 봤거든요. 그래서 전 그냥 이게 완결이라고 봅니다만, 반응이 좋으면 시즌 2를 만들 것이고 그럼 조금은 더 설명이 되겠죠. 근데 과연 설명이 잘 되는 게 좋은 것일지는 모르겠어요. 설명이 잘 되어 버리면 이제 '논리적 해결책' 같은 걸 찾아서 해결을 시도할 텐데 그럼 주온 특유의 답 없는 분위기는 유지하기 힘들지 않겠어요?
++ 영어 제목이 '주온 디 오리진'인데... 좀 뻥입니다. 사실 주온의 '프리퀄'이라는 표현도 정확하게 맞진 않아요. 왜냐면 이 시리즈에서 딱히 이 저주받은 집의 기원이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 원래 시리즈의 인기 투탑 캐릭터는 아예 등장도 안 하거든요. 그냥 사건 시기를 지금껏 나온 시리즈들 중 가장 빠른 시간대로 설정하고 '그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집이지롱'이라고 보여주는 정도니까 시간대만 다른 속편이라고 설명하는 게 가장 정확할 듯. '오리진'과는 전혀 상관이...
+++ 매우 일본 영화다운 점 하나. 나오는 여배우들이 거의 다 예뻐요. ㅋㅋㅋ 배경이 80~90년대이다 보니 좀 추억팔이스런 차림새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스타일들도 되게 잘 어울리게 예쁘더군요. 뭐 일부러 그런 외모들로 뽑았겠죠.
이 분의 극중 이름이 '가와이 기요미'인데... 캐릭터 이름을 한국인이 지어줬나? 라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명한 스타는 주인공들 중 유일한 남자 배우인 것 같더군요.
이름이 특이해요. 아라카와 '요시요시'라니. 물론 예명이겠죠? ㅋㅋ
++++ 이 영화를 보고 생각나서 오랜만에 찾아 본 주온 관련 단편 영화들
영상들이 올라왔던 2006년 당시 듀게에서 모 회원님(탈퇴한지 오래이신)께서 올려주셔서 봤었는데.
검색해보니 당시 그 글도, 영상들도 그대로 남아 있으니 좀 기분이 묘하네요. ㅋㅋ
2020.07.05 16:51
2020.07.05 17:44
제가 바로 그 일본 호러 특유의 불쾌한 느낌에 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아예 잘 안봐요. 결말들도 거진 다 찝찝한 것 같고. 주온, 링, 오디션... 다 안 봤죠. 이 와중에 링은 소설로 읽었었네요. 원작은 호러 아닌 미스터리 사이언스 픽션느낌이던데. 하여간 이런 제가 어찌어찌 그것도 영화관에서 시미즈 다카시의 환생을 보았었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편집이며 플롯이 괜찮아요. 뉴스 클립 이용하는 거랑 비슷하게 여기에는 8미리 필름이 나옵니다. 되게 무섭거나 했던 건 아닌 걸로 기억하는데 대신 살인장면을 필름으로 보여주다보니 무슨 스너프 필름 보는듯한 불쾌감(과 공포)가 상당하구요. 그것때문에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영화지만 볼만해요. 좀 저평가됐다고 생각. 억, 근데 찾아보니 이 영화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아무데도 없네요..
두번째 여배우 이뿌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