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24 22:35
좌표는 유튜브에서 [최경영의 경제쇼] 입니다. 링크 없어요. 그냥 검색 해보세요.
최근 방송분 중에서 <유현준교수-언택트시대, 도시는 더욱 밀집될 것!> 편을 권합니다.
매우 재미 있어요.
[알쓸신잡]에 나왔던 그 유현준은 잊으세요.
안 본 사이에 방송이 는건지 아니면 [알쓸신잡]에서 유시민과 말 섞다가 페이스가 말렸던건지
이번 최경영의 경제쇼에서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주구장창 썰을 풀 수 있는 포맷이라선지
원래 장안의 자자했던 그 소문대로 굉장한 달변을 보여줍니다.
일단 재미 있어요.
내용에 따라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지만 사고의 확장을 자극하는 문제제기가 많아서
오랜만에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었던거 같아요.
물론 내가 관련 전공자여서만은 아닙니다.
도시-건축-공간이라는 것은 전공자가 아니어도 모든 사람들의 삶이 관련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라 듣다 보면 빠져들게 될듯 합니다.
몇 가지 인상적이었던 대목이 있는데
1.
일단 기존의 학교라는 제도의 공간적 해체에 대한 언급
난 학교라는 제도 자체를 말살시켜야 한다는 과격급진주의자입니다만;
유현준은 그 제도가 아닌 공간만 해체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재택학습을 하면 학교는 그에 맞춰 현재의 학교공간과 분리된
전혀 다른 학교-서비스가 형성이 되고 교직원은 그에 맞춰 전근대-근대를 거치면서 근근히 남아 있던 ‘권위’의 쪼가리마저 탈각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가 아닐까? 싶어요. 여하간 이 꼭지 부분은 문제의식이 너무 비슷해서 물개박수를 쳤습니다.
다른 한편, 재택근무를 할 수 없는 직종에 대해 사회는 더 많은 보상과 공공 서비스가 따라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차별과 억압을 낳게 될테니까요.
2.
[포스트 코로나]시대에서 도시 집중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흥미롭습니다.
한국의 도시경관과 도시주택의 현황을 고려한다면 절대 할 수 없는 주장도 엿보입니다만
기능적인 측면을 보자면 아마 유현준 교수의 전망이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입니다.
격리된 상태에서 교외나 시골보다 도시가 기존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는데 더 유리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도시에 있을 수록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물리적 이동의 필요성이 줄어들고 이동 거리도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3.
오토딜리버리에 관한 이야기도 재미 있어요.
도시건축 전문가의 관점에서 하늘이 아닌 지하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청할만 했습니다.
도심지 기준 많은 이들의 시선에 걸리며 적지 않은 소음을 유발하는 드론이 아닌 자율주행 택배로봇이
소규모 터널을 이용하여 지하로 물건을 나르는 것이 더 공간적 공익에 부합된다는 주장입니다.
4.
기타 등등.
유현준 교수의 주장을 답이 아닌 여러가지 다양한 수다와 고민을 위해 던지는 문제제기라 생각하고 들어보면 좋을듯 싶습니다.
2020.06.25 14:33
2020.06.25 14:51
1. 두부...ㅋ 학교를 근대의 산물이자 이 시대가 더 나은 다음 시대로 발전하기 위해 꼭 극복해야할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늘 반가워요. 학교는 공간적으로만 보자면 꽤나 파시즘적인 요소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무리 개선을 해보려고 해도 1: 다수라는 구도와 경제적 비용의 효율성 추구에 따라 생성된 학교공간은 본질적으로 그렇게 생겨먹은 한계를 스스로 극복할 수 없을거라고 봐요. 그 속에서 발생하는 수 많은 문제거리들을 죄다 선생이라는 직업군에 죄다 전가시키는 상황도 매우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2. 부친께서 십수년전 은퇴후 귀향 귀촌하여 전원주택 손수 지으시고 사시다가 수년전 낙상 - 알고보니 척추쪽 질환 - 좀 이상해서 또 알고보니 뇌졸중 ....
이 과정에서 그 시골에서 가장 가까운 (전국 5위 안에 드는)대도시 병원에 차로 한시간 반 넘게 걸려 가셨다가 입원 이틀만에 서울로 또 가라고 해서 엠블런스로 다시 3시간 넘게 시달리며 마침 동생집에서 가까운 분당 서울대 병원까지 가서야 진단이 되고 본격 치료가 시작되는 과정을 보면서.... 아 늙어서 귀촌이라는건 말도 안되는거구나를 깨달았어요.
여러분! 늙고 병들면 무조건 대도시에서 살아야 합니다! 그것도 전국 5위권 그딴거 다 필요 없어요! 그 지방 대도시와 시골에 가장 많은 의료기관?이 바로 요양병원이더군요.
병든 노인들에게 시골이란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하거나 치료의지가 없는 종착지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러니 혹시라도 전원생활?을 즐기려면 한살이라도 젊고 건강할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2020.06.25 14:58
양자고양이님 댓글 보고 또 다른 생각으로 건너 뛰게 됩니다.
결국 의료서비스도 비대면 방식이 합법화되는 것이 대세가 되겠다 싶어요.
아무래도 최상급의 전문인력은 집중되어 있는게 피차 좋으니 지방?은 원격제어가 가능한 진단-치료기만 설치되어 있고...뭐 그런,
부자들은 그런 기기를 수백억을 들여서라도 설치해 놓을 수도 있겠군요.
사실 SF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들입니다.
그런 기술이 제도화 및 상용화 되기전에 늙고 병들게 될거 같으면 그냥 서울-수도권에서 버티는게 개인적으로는 최선일거 같습니다.
2020.06.25 17:28
1. 우연하게도 어제 유튭에서 '학교 건물 바꿔라'는 요점의 세바시 강연을 추천해주는 바람에 앞부분만 잠깐 봤습니다. 한국사회의 획일성을 공간 구조 탓을 열심히 하시는데 상당히 일리가 있으면서도 그래도 그렇게 단점만 있는 건 아닌데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고등학생 졸업하면 꽃다발이 아니라 두부를 먹여야 한다고 하는 등 입담은 대단하시더군요. 어제는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올해 대학 입학한 조카가 학교는 딱 한 번 가보고 한 학기 마쳤다고 하네요. 조금만 더 공부를 했으면 좋은 학교를 갔을텐데 하시는데 '그런 거 이제 다 소용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로 대학교육이 재택 학습으로 변화되면 명문대 간판 같은 건 점점 덜 중요해지는 사회가 되겠죠. 그건 바람직한 변화죠.
2. 포스트 코로나와 상관없이 도시 거주자의 평균수명과 건강 상태가 시골 거주자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 발표가 이 동네에서 있었습니다. 병원 접근성과 써비스 때문인데요. 사실 호주라서 그럴 수도 있어요. 아무래도 이 곳 시골은 코로나가 아니라도 강제적으로 사회적 격리를 당하는 수준이라 갑자기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이 수십에서 수백km 이고 그나마도 시설이 열악해서 때를 놓치기도 쉽고요. 저도 한 때 땅값 저렴하고 공기 좋은 한적한 시골에 가볼까 생각을 했는데 그 외진 곳에 병원도 멀고...상대적으로 젊은 저도 엄두가 안 납니다. 여기는 주변에 토요일 일요일 문을 여는 병원도 많고 심지어 한 밤중에 왕진도 옵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써비스는 더욱 절실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