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안84 작품을 거의 본 적이 없어요.


어느 작품의 1화만 본 게 전부인데,

자신이 직접 겪은 주변 남자들의 캐릭터 - 주로 은어가 오고가며, 고급스런 취향을 가지진 않은 -

를 본따 만든, 그냥 그들 사이에서 '맞아 이런 사람 꼭 있어'하고 (그 작품에선 그냥) 넘길 정도였달까요.

내 취향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겠다 싶은 정도.


그 이전에도 청각장애인이 부정확한 발음으로 닭꼬치를 먹는 걸 묘사한 게 논란이 됐던 건,

정말 장애인 캐릭터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을지. 그들의 발음이 어눌한 건 객관적 표현이었을 뿐은 아닌지.

그걸 보고 자칫 웃음이 나올 수도 있지만, 내심 가엾고 슬픈 감정도 들어야 정상일테고,

그 만화를 쭉 지켜보면 분명히 후자의 감정을 작가는 표현하고 있지 않았을지.


(그런 면에서 샘 오취리 논란과도 좀 연결되는 부분이 있네요)


이번에 논란이 된, 정직원으로 채용된 여성에 대해, 뒷담으로 '잤어요?' 라는 남성들의 대사가 나온 것 역시.

그런 사람이 흔하진 않지만, 실존하는 우리 주변의 일부 남성상을 그린 캐릭터일 뿐은 아닐지.


이 작가가 남성이었기에, 이게 '여혐'으로 보여진다면,

이 작가가 여성이었다면, 왜 남자들을 다 그렇게 그리나며 '남혐'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 것은 아닐지.


기안84 작품을 진득히 본 적은 없으나, 그가 그러한 캐릭터를 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을테고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검열을 하기 전에 '지켜봤어야' 하는 건 아닐지.

겨우 2화 때였다고 하지 않았나요?


진작부터 논란이 됐을 법한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도 생각나더군요.

지적 장애인 여성이 바보처럼 남자를 따라가 성 상납을 하는데,

결국 이 영화가 그린건 바보같고 희화화된 장애인 여성이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남편에 대한 헌신적 사랑을 그린 걸작이 아니었는지


+ 여담으로, '나의 아저씨'에서, 벌레를 무서워하지 않고 손으로 쿨하게 쳐서 죽이는 아이유 캐릭터의 장면이 생각나는데,

캐릭터 성격을 위해 필요한 씬이었다고 치지만, 그게 왜 '무당벌레'였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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