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격적이고. 갑작스러웠습니다. 안철수 캠프에 출입해있던 기자들이 모두다 예상치 못했던 그의 사퇴였습니다.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의 사퇴 기자회견이 있기 불과 4시간 전인 오후 3시 50분 경. 안철수 후보는 종로 경찰서에 가서 후보 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습니다. 그의 말을 듣기 위해 속칭 '뻗치기'를 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안철수는 "2틀동안 잠도 못 주무시고"라며 예의 그 안타까운 어조를 보였습니다. 제 뇌리에 안철수의 머릿속에는 양보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자리잡았습니다. 가뜩이나 그가 양보는 없다고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오후 6시 박선숙 본부장이 이인영 본부장과의 담판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기자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고 코멘트했습니다. 기자들 대부분이 이로 인해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물건너 갔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은 것은 두 후보간 담판이었습니다. 지리한 대치가 이루어지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쯤 담판이 있을꺼라 여겨졌습니다. 남은 것은 안 후보의 담판 제의뿐. 오후 7시 50분에 유민영 대변인이 대리인 회동이 결렬되었다며 후보가 내려온다고 했을때 모든 기자들의 머릿속에는 담판 제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는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2. 다시금 어제 안철수 후보의 사퇴선언이 아무도 예상치 못한 '깜짝 선언'이었다는 것을 설명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캠프 내의 기자들도, 그리고 자원봉사자들도, 더 나아가 국민들도 전혀 몰랐고, 이것은 언론 지상을 통해 몇번이나 반복됐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굳이 한 문단을 할해하며 어제의 상황이 얼마나 깜짝스러운 일이었냐를 보여드린 이유는-적어도 제가 그렇게 생각했다는걸 알려드린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안철수가 후보 사퇴를 염두에 두었다면 왜. 협상과정에서 그렇게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가 안철수의 사퇴를 급작스럽고 갑작스럽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위의 물음에 대한 대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 생각해 보면 안철수 후보와 캠프의 행동들은 타이밍의 미학이라고 불릴만했습니다. 문재인 후보가 앞서거나,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뭔가 정체성이나 안좋은 흐름이 보여질때 안철수 후보는 전격적인 움직임으로 이를 반전시키곤했습니다. 출마선언이나, 그전의 협박 폭로, 또는 힐링캠프 출연까지. 그의 모든 행보를 한 걸음으로 연결시키면 여론조사의 행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여기서 짚어볼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안철수의 정치적 동기가 무엇이느냐를 제쳐두고, 그의 수단은 '수치'로 이뤄진다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보에 대한 책임은 안철수 본인이 오로지 진다는 것.


4. 저는 전 글에서 안철수의 언행에서 거짓은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의 언행은 그대로 판단해야 한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바라보면 안철수의 출마선언문에서 사퇴선언문에서까지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단어는 '정권교체'와 '새정치'입니다. 말하자면 안철수 후보의 목적은 두가지입니다. 정권교체와 새정치죠. 그리고 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 바로 지지율입니다. 그가 타이밍의 미학으로 정치를 해왔던 이유는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치상으로 나타나는 지지율에서 그는 꾸준히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앞서 갔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약간 못미치는 흐름이 이어져왔죠. 


5. 안철수 후보. 더 정확히 말하면 안철수 후보를 둘러싸고 있는 캠프는 유난히 안철수의 지지율에 민감했습니다. 이는 3.에 이미 제가 설명해 드렸습니다. 왜였을까요. 저는 그것이 그들이 사용할 수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구히 말씀드릴 필요가 없지만 지지율은 안철수의 최대무기이자. 다시금 말하면 유일한 동앗줄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이 무산된다면 정당이 없는 안철수로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잃어버리는 셈입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정권교체나 새정치에 대한 의지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잇는 사안입니다. 평범하게 말한다면, 그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수단이 흔들리자 자신이 가지고 잇는 목적. 그러니까 정권교체와 새정치가 이뤄질 수 없는 상화에 봉착했습니다. 그렇게 되니 안철수로서는 결국 후보 사퇴라는 카드를 선택함으로써, 최소한 목적은 살릴 수 있게 했습니다.


6.여기까지는 쉽게 이해될 수있는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왜 안철수의 지지율이 흔들리기 시작했을까요. 그는 왜 문재인에게 뒤쳐지게 됐고, 후보직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중요하게 살펴볼 지점이 있습니다. 그제 박선숙 본부장은 문재인 후보와의 협상과 관련해 최후통첩이라는 격한 단어를 써가면서 까지 문 캠프 측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박선숙 본부장의 말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이것은 문 캠프에 대한 안캠프의 불만을 고스란히 노출시키는 분위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바로 sns 상의 비판이 쏟아졌지요. 대부분은 박선숙 본부장을 향하는 것이었지만, 일부는 안철수 를 향했습니다.


7.안철수의 한계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유사시 자신을 대신해 방패막이가 되어줄 집단이나 구성체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정치적으로 말하면 정당이죠. 다른 표현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공격도 모든 방어로 홀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부담이 커집니다. 그는 유사시 자신을 대신해 싸울 이해찬 같은 당 대표도 없었고, 자신 대신 방패막이가 되어 홀로 욕을 먹는 김무성 같은 본부장도 가지지 못했습니다. 박선숙. 김성식. 송호창이 그런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는게 아닙니다. 그들이 그런 역할을 해도 결과적으로 최종 책임은 안철수 본인에게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3후보. 무소속 후보의 선천적 한계라고 볼 수있습니다. 괜히 무소속 후보들이 마지막에 무너지는 이유가 아닙니다. 


8. 모든 공격과 모든 방어가 몰리다 보니 지지율이 출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소한 악재가 쌓이면 지지율이 몰리고 그렇게 되면 수치에 민감한 캠프로서는 악수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지지율이 치솟고, 모든 환경이 좋았을때는 선순환이 가능하지만, 지지율의 흐름이 내리막을 타게 된다면 이를 뒤집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악순환입니다. 안철수 후보는 바로 이 악순환에 걸렸고 결국 여기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9. 그렇다면 이 모든 흐름은 어쩔 수 없던 무소속 후보의 한계일까요? 중요하게 짚어볼 지점이 있습니다. 안철수 후보측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로 들어섰을 시점. 그러니까 박선숙 본부장의 기자회견부터 어제 저녁까지. 비판의 주류는 새정치를 한다는 안철수도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주장이 합리적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적어도 인터넷 공간에서는 이 주장이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박선숙 본부장의 과거 발언과 송호창 의원의 당적 변경. 그리고 김성식 본부장과 이태규 실장의 과거 경력이 모두 도마위에 꺼내어져 난자 당했습니다.


10. 저는 이것이 근본적 패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특히 안철수 같은 정치 신인은 프로페셔녈 전문가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양당체계에 묶여있습니다. 그들이 안철수를 따라간다고 해서 '철새'나 '구태'의 이미지를 벗어나긴 어렵습니다. 기존 정치권 인사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우리나라 문화라면 특히 그렇구요. 그런데 안철수는 자신의 전면가치로 새정치를 내세웠습니다. 가뜩이나 캠프 내의 행보에 과중한 부담이 실려있었던 상황입니다. 안철수와 캠프가 동일시 되는 상황에서. 전면가치로 새정치를 내세우고. 그에 반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있는 인사들이 필연적으로 캠프에 들어왔습니다. 스스로 비판받을 공간을 열어 젖힌겁니다. 스스로 단점을 전면에 내세운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불행하게 들어맞았습니다. 


11. 이것이 악순환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새정치를 내세우면서 출마선언을 할 때, 불길하다고 느꼈습니다. 제3의 다른 후보들과 별반 다른 없는 주장에 불길함을 느낀게 아닙니다. 이런 상황이 될 것이라는 걸 예측했기때문입니다. 작년 9월 윤여준 전 장관이 안철수 곁에 잇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안철수는 심하게 공격당했습니다. 윤여준이라는 프로페셔널 정치 전문가가 좁은 이념적 동질성에 가로막혀 비판받는 상황에서 안철수는 자신의 진심이나 선의로 이를 감싸주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지금 더 큰 형태로 재연되었습니다. 안철수 스스로가 '새정치'를 내세우면서 이를 증폭시켰습니다. 


12. 어제 오후 3시 50분. 안철수 후보는 종로경찰서에 후보등록에 필요한 서류를 발급받았습니다. 이 시간은 안 후보측 박선숙 본부장과 문 후보측 이인영 본부장이 협상룰과 관련한 마지막 담판을 하던 시각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안 후보가 후보 등록. 즉 독자출마도 생각하고 있다는 해석이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 행동은 문재인 캠프측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협상안을 받아들여 달라고 압박하는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고, 안 후보는 결국 펜을 들어 사퇴선언문을 썼습니다. 그 시각 기자들은 안 후보가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는 캠프내 전언에 1층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4층 기자실로 올라가는 소동을 겪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날의 긴박했던 이 3시간이 안 후보가 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지지율 수치로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안 후보 본인의 굳센 의지. 그리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후보 자신이 직접 나서야 하는 부담섞인 상황. 무엇보다 안 후보 본인이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작동구조. 결국 그는 처음 시작할때 부터 불안함을 잉태하고 있었고 그것이 결정적으로 맞았습니다. 그는 '새정치'에 진 셈입니다.


ps) 저는 안철수에 대한 어떠한 호불호도 이 글에 넣지 않았음을. 그리고 문재인이나 박근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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