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과 카페...

2020.07.22 05:31

안유미 조회 수:714


 1.늘 열심히 산다고 말하지만 글쎄요. 나이를 먹으면 열심히 산다는 게 매우 분명해져요. 왜냐면 새로운 일을 시작할 게 없거든요. 피아노를 치거나 바이올린을 켜거나 탭댄스를 출 일이 없는 거죠. 


 물론 돈이 되지 않을 피아노를 켜거나 돈이 되지 않을 탭댄스를 추거나 돈이 되지 않을 바이올린을 켜는 건 가능해요. 그러나 그런 것들은 즐겁기 위해 하는 것이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나이가 들면 그나마 지금까지 해오고 쌓아온 걸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2.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 열심히 산다는 것이 뭔지 헷갈릴 일도 없죠. 이미 잘하는 걸 계속하면 되는 거니까요. 하지만 인생이 분명해지는 만큼 뻔해지기도 하거든요. 


 어린 시절은 불안하고 헷갈리는 것 투성이지만 뻔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어른들은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거죠.


 

 3.어린 시절은 열심히 살지 못한다는 핑계라도 있는 법이거든요. 내가 뭘 잘할지 뭘 잘하고 싶은지 뭐가 되는 게 좋은 건지 결정을 망설이며 하루를 보내곤 하니까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핑계가 없어져요.


 나이가 들면 열심히 살지 못한다는 건 없거든요. 열심히 살거나 열심히 살지 않는 것 두가지만이 존재하죠. 어른들은 열심히 사는 게 뭔지 잘 알면서 열심히 살지 않는 거니까요. 열심히 살지 않는 건 게을러서 열심히 살지 않는 거예요. 다른 핑계따윈 없어요.



 4.휴.


 

 5.물론 이런 말도 사치스러운 것일 수도 있겠죠. 레일이 너무 정해져 있어서 재미가 없다...라고 말을 하긴 하지만, 어떤 어른들은 자신의 레일에서 쫓겨나거나 이탈되지 않으려고 온 힘을 다하기도 하니까요. 그들은 쫓겨나고 싶지 않은 레일에서 쫓겨나버리면 그동안 레일에서 모은 것을 자본삼아 치킨집을 열게 되죠. 그야 진짜로 치킨집을 열기도 하지만, 여기서 치킨집이라는 건 대부분 비유예요. 


 

 6.그야 어떤 사람은 치킨집을 여는 대신 카페를 열기도 해요. 물론 이것도 비유예요. 치킨집은 생존이고, 카페는 낭만이라는 뜻으로요. 여러분은 지금 달리는 레일에서의 여정이 끝나면 어떤 걸 여는 사람이 될 것 같나요? 치킨집을 여는 사람이 될 것 같나요 아니면 카페를 여는 사람이 될 것 같나요. 


 잘 모르겠네요. 일단 무어라도 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이니까요. 



 7.어쨌든 나중에 치킨집을 하는 사람이 되든 카페를 하는 사람이 되든 아직은 열심히 살아야죠. 나중에 치킨집이나 카페를 하며 사는 시기가 오면, '어렸을 때는 그래도 좋았지...'라고 생각할 거니까요. 시간이 더 지나고 보면 오늘도 아직 어린 시절처럼 느껴질 거거든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어린 시기라고 볼 수도 있는 오늘은 열심히 살아야 해요. 진짜로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말도 의미없어질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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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카페도 실제로 열어보면 낭만이 아니라 현실이겠죠. 카페를 운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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