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9 19:28
예전에 어떤 기사가 생각이 납니다. 어떤 시인이 자신이 쓴 시가 수능 문제인가, 문제지인가에 출제가 되었답니다.
그런데 거기에 나온 문제를 보고 풀었는데, 틀렸다고 합니다.
원작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작품이 출제자의 초월적인 해석으로 문제가 출제가 되면서 그 의미와 상징이 재구성이 된 것이지요.
인터넷 밈이라는 것이 원체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밈에는 큰 뜻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가볍고,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쉽게 퍼져나갈 수 있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밈이 퍼지기 시작하면 밈을 밈으로 보지 못하고, 거기에 정치적인 해석이 붙기 시작합니다.
의정부고 졸업앨범만 해도 그렇습니다. 처음 시작은 가벼웠습니다. 매년 같은 방식의 졸업 사진을 찍기 보다는 무엇인가 추억이 될만한 사진을 찍어보자는 의미였죠. 그런 뜻에서 정부고 졸업앨범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기 보다는 밈의 집합체와 마찬가지입니다. 매년 이슈가 되었던 사건과 캐릭터들이 졸업생들에 의해서 재현이 되는 것에 포인트가 있으니까요. 그것은 졸업 앨범에 박근혜가 출현다고 해서 박근혜를 국정농단의 주범이라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김정은이 나온다고해서 통일을 바라거나 "북돼지 죽어라"라는 식의 퍼포먼스를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단지 그 해에 그 인물 혹은 캐릭터가 이슈가 되었기 때문에 출연을 한 것이죠.
그런데 이번 코핀 댄스, "관짝 소년단"이 이슈가 되었던 이유는 의정부고 졸업생들이 재현한 "관짝 소년단"을 보라고 했더니, 관짝 소년단을 재현한 의정부고 졸업생들의 "흑인 분장"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항의하는 쪽도, 해명하는 쪽도 서로 다른 곳을 보면서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양쪽의 논리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블랙 페이스는 오랜 시간 서구 문명에서 인종 차별적이 요소로 사용된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의정부고 졸업 앨범도 어떠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고 단지 그 캐릭터 자체에 대한 재현에 충실했던 것도 맞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논쟁이 지속이 되느냐를 보면, 밈을 그대로 밈으로 받아들이지못하고 정치적으로 해석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보여집니다. 2018년도에 이미 흑인 분장은 한번 출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클래시 오브 클랜의 호그라이더라는 돼지를 타고 다니는 흑인 캐릭터로 분장한 학생이 있었어요. 그때도 마찬가지로 피부를 검게 칠하였고 언론사 인터뷰 까지 했죠. 그런데 문제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당시 인터뷰는 "호그 라이더"라는 캐릭터의 재현 그 자체에 있었으니까요. 당시에 밤을 새서 분장 소품을 만들었다는 학생의 인터뷰까지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기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달랐습니다. 기자의 눈에는 졸업 앨범에서 "관짝 소년단"보다는 "흑인 분장을 한 졸업생"들을 보았고, 그것을 위주로 기사를 올리게 됩니다. 밈을 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정치화를 시킨것이지요. 문제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을 하게 됩니다. 밈이 정치화가 되는 것이 과연 옳바른 것인가요? 인터넷 밈을 밈으로 받아들여지지 못한하는 그 순간, 우리의 인터넷 세상은 파멸에 가까워질 정도로 진지해 지겟지요. 밈을 밈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하고, 드라마를 드라마로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모든 미디어가 정치적으로 올바름에 가까워진다는 말이니까요.
최근에 본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예로 들어 봅니다, 동성애와 다양한 인종이 출연해서 정치적 올바름에서 자유로운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파고 들어가보면 이 역시 일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비판을 받아야할 점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 허브라는 캐릭터가 있어요. 키가 작고 안경을 쓰고 어눌하죠. 그런데 왜 어눌한 캐릭터들은 키가 작고 안경을 써야되는 거죠?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늘씬하고 안경 같은 것은 모르고 지내는데 말이죠. 너무 외모에 집착하는 편협한 사고방식 아닐까요? 우리는 외모보다는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에 살아야 하고, 그러한 시대를 위해서는 미디어의 이러한 편협하고 편리한 시선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와 같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그 모든 것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밈”역시 어떠한 상황과 해석에 관계없이 정치적 올바름을 준수해야 된다고 말을 할 수 가 있겠죠. 하지만 글쎄요. 그것이 결코 쉬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네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렇게 흑과 백으로 분명하게 구분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흑과 백 사이에는 회색이 존재하고 회색 사이에서 어디에 경계를 두는지는 각자의 몫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2020.08.09 19:33
2020.08.09 19:37
2020.08.09 22:17
2020.08.09 19:37
밈이든 영화, 드라마든 순수한 엔터테인먼트를 위해서 나올 수가 없고 다 그 시대별로 정치적 함의가 담긴 채로 나오게 되어있는데 비판받을 때만 그건 빼고 그냥 그 자체로 보자고 하는 건 아니죠.
2020.08.09 22:21
2020.08.10 00:35
님이야말로 얘기하고 싶은 것만 얘기하는거네요. 어쨌든 정치적인 함의가 들어갔는데 본인이 아무리 다른 의도가 없다고해도 블랙 페이스를 쓴 이상 여기에 대한 논의를 아예 배제하자는게 보고 싶은 것만 보는거에요.
2020.08.09 19:42
2020.08.09 19:48
2020.08.09 20:02
2020.08.09 22:23
2020.08.09 23:17
거기서 왜 전체주의가 나오죠?? 제가 아는/일반적으로 쓰이는 전체주의랑은 별로 의미가 통하지 않는듯한..
그리고 코스프레 자체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는 모르고 한 부분이겠지만) 옳지 못한 부분이 있어 지적하는 것에 대해,
"밈인데 뭐 그런 걸 따지냐"고 대응하는 것을 두고
"재미있게 재치있게 말장난만 하면 그게 바른 이야기인지 아닌지 상관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일베의 시작을 언급하신 것 같은데
그게 왜 코스프레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말과 같죠
오히려 그렇게 보는 게 도에 지나친 해석 아닌가요
2020.08.09 20:43
그렇게 나서서 정당화해주고 오취리 엄중하게 꾸짖어주는 어른들 덕분에
커서 그 중에 국회의원이 나올지, 대통령이 나올지 모를 의정부고등학생들은 뭐가 잘못이었는지도 모르고 재수없게 PC충들에게 욕먹은 사건으로만 기억할테고
오취리는 그간 사람들이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듣기좋은말만 해주니 (하대하는 입장에서) 소비했던 거구나 깨닫는 계기가 되었겠죠.
2020.08.09 21:05
의정부고 학생들은 옹호해주는 어른들의 논리로 으쓱할거 같아요. 재수없는 PC충,,,,그렇죠. 재수없는 PC충들까지 우리를 갈군 사건이었는데
오취리가 이제 사과까지 해주었으니 완전 승리감????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가나로 당장 꺼지라는 댓글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네요. 기자들이 이번 일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짚고 가는
기사가 올라가자 더욱더 너는 가나로 꺼지라고 하는군요. 그래도 우리는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리고 우리나라는 흑인차별
하는 나라도 아닌데 어따대고 우리나라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다른 나라에 국격떨어지게 하냐고 격노하는 글들을 읽다보니까
아, 이게 대세구나. 그리고 이것이 국뽕의 참맛이구나.
2020.08.09 21:32
‘호그 라이더’ 코스프레도 있었군요? 그것도 CoC 가 인기 절정이던 2016년도 아니고 2018년에;
그 때는 뭐라하던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은 갑자기 한국사회의 차별감수성이 2년 사이에 일취월장 해서 이슈가 된걸까요?
아니면 ‘호그 라이더’는 실제 사람이 아닌 ‘게임 캐릭터’여서 넘어간 거였을까요? 아마 둘 다 일지도 모르겠군요.
전 이런 논란에서 과거는 현재의 방패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발전이 없잖아요 빌전이....
‘블랙 페이스’가 인종혐오를 유발하는 문제라는 것,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내에 그런 행위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알게된 것이
큰 소득이라 생각해요.
그 외의 모든 것들은 다 그냥 양념일 뿐.
2020.08.09 22:30
2020.08.09 21:42
2020.08.09 21:43
"원래 외국에서도 코스프레 중 하는 검은칠 분장은 블랙페이스로 간주하지 않는다" 라고 뇌피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더라고요... 해마다 핼로윈때마다 논란거리가 되는 이슈인데... 그냥 지능0 노력0 불편100 내가왜알아야돼100 이죠...
2020.08.09 21:44
2020.08.09 22:26
2020.08.09 23:24
2020.08.09 23:24
2020.08.09 23:25
2020.08.10 00:29
아마 몇마디 섞어보면 견적 나오지 싶습니다.
(1) 영어권 사람이 아닌거 같으면 "네가 아마 몰랐을테지만 그거 하면 안되는거다"
(2) 영어권 사람인거 같으면 싸움 나거나 최소 욕은 먹겠죠.
마찬가지로, (1) 에서 "하면 되고 안되고는 내가 결정한다" 로 나오면 바로 (2) 로...
지금 이 사태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건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들 중 미국으로 가서 흑인을 직접 만날일이 영영 없을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점 정도네요...
2020.08.10 01:07
미국 가서 흑인들 앞에서 블랙페이스 분장을 대체 왜 합니까.
비약을 해도 정도가 있지 참나...
2020.08.10 01:59
2020.08.10 02:02
2020.08.10 02:19
굳이 흑인들한테 찾아가서 자기 얼굴에 검은칠을 하는 게 정상적인 행위입니까?
의도 자체가 혐오로 똘똘 뭉쳐 있는 말도 안 되는 행위가, 인터넷에 유행한 밈을 코스프레한 행위랑 어떻게 동일선상입니까.
학생들이 KKK단이라도 된 것 같아요?
2020.08.09 22:51
2020.08.10 01:04
2020.08.10 08:19
고구미/
미국가서도 흑인들 앞에서 저런 밈을 코스프레하는 것도 의도는 인종차별 아니라고 얘기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하지 않습니까. 왜 미국에서 저러는건 KKK단이고, 한국에서 저러는건 인터넷 유행한 밈의 코스프레가 되는겁니까.
미국에서 흑인들 기분을 나쁘게 하는 행위라면 국내에 있는 흑인들 기분도 나쁘게 하는 행위겠죠.
코스프레 졸업사진이 대대손손 황인종만 몰래 열람하고 비밀로 간직할 수 있는 무언가도 아닙니다.
한번 찍으면 인터넷에서 제법 이슈가 되는 일입니다. 그걸 사진을 찍는 친구들도 알고 주변 사람 모두가 알고 우리도 알아요.
2020.08.10 18:24
2020.08.11 13:24
얼굴에 검은칠을 하지않고 나머지만 코스프레했다면 아무 문제없었겠죠.
우리 입장에서 쉬운 예를 들면 서양학생들이 사무라이나 일본 캐릭터른 코스프레 한답시고 욱일기를 사용했다라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