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기 전까지는 성공한 사람인 척 하라'라는 격언이 있죠. 나는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사람의 기질에 따라, 그리고 분야에 따라 허장성세가 필요한 경우가 있긴 있어요. 다른 모든 조건을 다 갖췄지만 '성공한 사람인 척'하는 허장성세를 못 부려서...또는 자기PR을 하지 못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으니까요.



 1.우리나라 사람들의 고가품(명품이라는 말은 안어울리는듯) 소비가 세계 1위라네요. 한국인들의 이런 면은 어쩔 수 없어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은 한국인들의 기질이니까요. '한국인들' 특유의 기질일 수도 있고 워낙 좁은 땅에 몰려 사는 환경의 사람들이라 이런 기질이 강하게 발현된 점도 있겠죠. 아니면 한국은 영국같은 계급 사회가 아니라서 더더욱 계급을 정하기 위해 소비력이나 눈에 보이는 지표들로 스스로를 무장해야 하는 나라일 수도 있고요. 



 2.물론 한국인들의 저런 경쟁심이 나라 발전에 도움이 된 부분은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도 지나갔고 저런 기질은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 그것도 무의미한 경쟁으로 흐르는 경향이 없지 않나 싶어요.



 3.위에 썼듯이 인간들은 '성공하기 전까지는 성공한 사람인 척 하라'의 원칙에 충실해요. 그리고 그런 행세가 본인에게 도움되는 경우는 많죠. 비싼 레스토랑에 처음 갔어도 마치 여러 번 와본 것처럼 행동하는 게 본인에게 더 플러스가 돼요. 클럽에 가면 아무리 모솔이라도 마치 잘 놀아본 사람인 것처럼, 여자를 많이 만나본 사람인 것처럼 행세를 해야 하다못해 전화번호라도 따갈 수 있고요.


 연애할 때는 착하고 재미없는 남자인 걸 들키는 것보다는 뭔가 치명적인 척, 경험이 많은 척 하는 게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죠. (그야 진전된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그리고 직장에서는 열심히 해보겠다가 아니라 잘 할수있다라고 허세를 부리는 게 더 먹히고요.  



 4.휴.



 5.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이 원칙이 '부자'에게도 적용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저런 허장성세가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과 결합하면 문제가 커지죠. 왜냐하면 '부자가 되기 전까지는 부자인 척 하라.'라는 원칙에 충실하게 행동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진짜로 돈을 써야 하거든요. 허장성세를 부리는 데 비용이 안 들면 몰라도, 비용이 들기 시작하면 그건 큰 출혈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어쨌든 사람들은 외제차, 고가품 핸드백, 골프 라운딩 같은 것들에 손을 대고 그걸 sns에 올리게 돼요. 부자 행세를 한 뒤에 인증샷을 올리는 경쟁에 참여하게 되곤 해요. 


 그야 자동차도 허세로 탈 수 있는 차가 있고 허세로 탈 수 없는 차가 있어요. 핸드백도 허세로 살 수 있는 핸드백이 있고 허세로는 못 사는 핸드백이 있고요. 골프 라운딩도 허세로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회원권이 필요해서 허세로는 못 가는 곳이 있고요. 



 6.그러나 어쨌든 '저 경쟁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자신을 최대한 부풀리기 위해 한계의 한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여요. 왜냐하면 이미 허세의 하한선이 너무 많이 올라와 있거든요. 무리해서 bmw를 사봤자 요즘은 사람들이 안 알아주니까 더욱 무리해서 벤츠 정도는 타야 하고. 한 15만원짜리 오마카세로는 가오가 안 사니까 25~30정도는 되는 오마카세로 한 급 올리고. 그냥 보통의 호캉스를 갔다오면 좀 짜치니까 한 번 갈때 큰돈을 들여서 5성급 호텔을 갔다오는 거죠. 


 문제는 이거예요. '부자가 되기 전까지는 부자인 척 하라.'라는 원칙을 따라서 부자 행세를 하기 시작하면, 부자가 되기 힘들다는거죠. 한번 소비에 맛을 들이면 끊기도 힘들거니와, 돈은 당연히 안 모이거든요. 



 7.그야 허장성세를 매우 싫어하는 나는 듀게에 가끔 썼었죠. '나는 입을 터는 것보다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라고요. 하지만 어쨌든 그 '보여주기'에는 비용이 들어요. 그리고 그 비용은 잠깐 뽕을 맞는 대가로는 너무 큰 출혈인 경우가 많고요.  


 아마 도끼도 그런 케이스였겠죠. 물론 도끼는 돈을 잘 벌었지만, 문제는 이거예요. 도끼는 실제의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은 레벨의 부자를 연기했기 때문에 출혈이 너무 컸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도끼가 타는 수준의 외제차나 씀씀이는 그냥 잘 나가는 연예인 급이 아니라 준재벌급의 부자가 할 법한 소비였어요. 그리고 도끼는 돈을 모았어야 할 시기에 '보여주기'에 대부분의 힘을 다 써 버렸죠.



 8.그리고 돌이켜보면 나는 어떨까. 생각해 보면 내가 하고 다닌 것도 '부자 행세'였죠. 왜냐면 다른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내 수준에 맞는 소비는 안 했거든요. 내 수준에 맞는 소비를 할 거면 아예 밖에 나가지도 않았어요. 그럴바엔 피자세트나 치킨세트 시켜 먹으면서 드라마나 보고 말았죠.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소비...자신을 부풀려 보여주려는 소비를 '부자 행세'라고 부르는 법이죠. 자신을 재정적으로 안전하게 유지하는 소비를 넘는 소비는 모두 '부자 행세'의 영역에 속하니까요. 어쨌든 나도 돈을 쓰러 나갈 때는 자신을 부풀리는 소비를 하지 않을 거면 처음부터 나가지도 않았거든요.


 하지만 일단 나가게 되면 롤러코스터...그때부터는 돈을 쓰는 게 내 의지가 아니게 돼요. 위에 쓴 오마카세나 골프 라운딩 같은 곳들은 어쨌든 처음부터 금액이 정해져 있지만 도박이나 술집 같은 건 그렇지 않거든요. 그곳의 테이블에 앉는 순간부터 온갖 놈들이 달라붙어서 가스라이팅을 해대요. 그리고 처음부터 그 테이블에 안 앉았으면 몰라도, 이미 앉아버린 상태라면 선택지는 하나뿐이예요. 걔네들의 가스라이팅쯤은 우습게 여기는 사람인 것처럼, 걔네들의 돈 쓰라는 제안따위에는 기스도 안 나는 사람인 것처럼 쿨하게 지갑을 여는 거죠. 위의 레스토랑과 마찬가지예요. 레스토랑에 처음 가본 사람 티를 내든 말든 내는 돈은 똑같거든요. 어차피 열 지갑이라면, 이 정도의 돈은 푼돈처럼 여기는 사람인 것처럼 표정 관리를 하면서 돈을 내야만 '보여주기식 소비'를 하러 간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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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그래요. 보여주기식 소비는 안 하는 게 좋아요. 남는 것도 없을뿐더러 보여주기식 소비를 하는 동안은 대부분의 사람은 쪼들리게 지내야 하거든요. 왜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계까지 아슬아슬한 보여주기식 소비를 하려면, 다른 영역에서 풍족하게 썼을 수도 있는 비용을 빼와야만 하니까요. 친구와 맛있게 고기를 먹는다거나, 괜찮은 곳에 가서 차와 다과를 먹는다거나 하는...조금씩이나마 여유롭게 그 자리를 즐길 수도 있는 것들을 아껴야만 해요.


 누군가는 이럴지도 모르죠. 그럼 그런 거를 1년에 한두번만 기분전환 삼아 하면 안되냐고요. 하지만 글쎄요. 그건 사막에서 목이 마르다고 해서 탄산음료를 먹는 거랑 비슷해요. 마실 때는 시원하지만 마시고 나면 더욱 목마른 거 말이죠. 아예 안 마실 수는 있지만 한 번만 마실 수는 없는 그런 거거든요. 소비의 즐거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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