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셰, 반찬, 일어나기 (잡담)

2022.09.03 15:56

thoma 조회 수:370

1. '맨 프롬 엉클' 초반 동독 장면은 괜찮네 그러고 봤어요. 

이어서 동서독 진영(소련과 미국)이 이러저러해서 협력에 들어가게 됐음, 하더니 다음 장면에 여성복 매장이 나옵니다. 

동독 출신 알리시아 비칸데르한테 옷을 골라 입히는 거 보고 생각하게 된 건데요, 옷 가게에 (돈많은)남과 여 같이 가서 여성 캐릭터에게 이런저런 옷 입어 보게 하는 장면이 싫습니다. 이 영화 경우 작전에 필요해서지만요. 

'프리티 우먼' 이후로 참 많이도 본 거 같은데 이 장면이 들어가면 영화에 신뢰가 떨어집니다.(최근 우영우 드라마에선 웨딩드레스 입어보기가 나오던데요, 옷 입고 짠 나타나면 눈빛 변하는 남주 표정에 카메라 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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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리치 감독의 '맨 프롬 엉클' 감상은 좋음과 중간과 나쁨의 자가 있다면 중간과 나쁨 사이에서 눈금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기름기가 덜한 예전 007 영화 느낌입니다. 앞 부분 동독 장면 이후엔 단순한 이야기임에도 전개가 산만하면서 전반적으로 선남선녀가 활개치는데도 인물들의 매력이 안 사는 거 같았어요. 많이 봐 온 장면들...그래도 뭔가 60,70년대 풍의 촬영이 가이 리치 감독만의 특이함을 보여 주는 면은 있었고 음악이 세련되었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모 남배우는 사생활에서 한 짓 땜에 클로즈업 될 때마다 섬찟했습니다. 끝. 


2. 태풍 온다고 해서 장을 좀 봤어요(자주 사는 건데 '미리' 산 거라고 할까나요.)  

오이고추, 꽈리고추, 단호박, 계란, 감자라면, 자두, 토마토, 파래김, 호밀빵, 우유, 구운고등어, 우엉조림, 파스타소스, 강아지간식. 

오오래ㄴ만에 밑반찬도 세 가지 했습니다. 비바람 오면 환기가 어려우니까요. 

꽈리고추멸치볶음, 고추장볶음, 황태채양파무침. 맛은 그리 좋지 않고 다 비슷하네요. 제가 대체로 음식을 잘 못 하지만 오늘 한 반찬은 양념이 다 거기서 거기니 맛이 비슷한 거 같습니다.  듀게 님들 요즘 무슨 밑반찬 드시나 궁금하네요. (질문 금지) 

하루에 몇 가지 식품을 먹는지 앱에다 기록하고 있습니다. 칼슘이나 비타민 섭취 정도도 알 수 있고 해서요. 대략 양념 빼고 20여 종류 이상의 식재료를 먹는 것 같아요. 이것 입력하면서 매일 이렇게 열심히 먹고 있다는 것이 이상할 때도 있습니다. 인간, 현상 유지에 참 품이 많이 듭니다. 


3. <보르헤스의 말>을 펴놓고 슬금슬금 읽고 있습니다. 스페인 말에 아침에 잠을 깨울 때 '일어나'라고 하는 대신 '너 자신을 생각해내라, 너 자신을 기억해내라(recordarse)' 라는 말이 있답니다. 보르헤스 같은 사람도 아침에 잠에서 깨면 늘 실망스러운 기분이 든대요. 낡고 어리석은 자신을 확인하며 다시 보르헤스로 돌아가서 똑같은 게임(하루)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요. 거장의(본인은 자신이 과대평가 받고 있다고 단언합니다.) 재는 것 없는 솔직한 표현들이 실질 내용의 암담함에도 불구하고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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