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중에 뒷북 바낭성 주절거림 되겠습니다-_-

 

어제 저녁 먹으면서 음란서생-쌍화점 순으로 감상했지요. 지난주엔 방자전 봤었고.

요즘 하나티비를 집에 깔아놔서 영화 보는 빈도수가 높아졌습니다-.-(문제는 '쌍화점'이 하나티비에 없었다는..;)

결론적으로 재미있기는 방자전>음란서생>쌍화점 이었고,

씬이 괜찮기로는 방자전>>>쌍화점 이었습니다.('음란서생'은 씬이랄  장면이 나오질 않으니)

 

1. 쌍화점은 듣던 것보단 재미있는 편이었습니다만... 역시나 절망스런 미술..ㅠㅠ

방자전->음란서생->쌍화점 순으로 보니까 쌍화점 쪽의 미술이나 색감, 화면 톤 등이 얼마나 촌스럽고 조악한지 대번에 눈에 들어옵니다.

색깔이 통제가 안되더군요. 특히 사람들이 몰린 떼샷이라든가, 야외에서의 풍경이라든가.

화면은 뭔가 쨍하고, 색도 선명한데, 그게 눈을 찌르는 듯한 난삽한 느낌을 주더군요.

'통제를 벗어난 색깔'이란 게 눈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드는지 실감했습니다.

'황후화'가 차라리 나았어요. 이건 작정하고 금칠 처바르자고 만든 게 목적이니.

 

의상도 아름답다거나 화사하다거나 하는 느낌이 없었고.

뭔가 이것저것 장식도 많고 한데 덕지덕지 하단 느낌이 들지, 화려하다, 장엄하다, 사치스럽다는 느낌은 또 없는 듯.

레이스 옷깃은 인상적이었습니다-_-

 

2. 미술도 쌍팔년도의 향수를 자극하지만, 에로씬은 더욱이나 쌍팔년도급.

방자전에서의 씬이 차라리 나았던 게 그쪽은 뭔가 서로를 갈구하고 애태우고 애절해하는 그런 느낌들이 살아있었거든요.

홍림과 왕비는 어째 된 게.. '감정'이란 건 거의 요만큼도 안느껴지는 것이 디립다 박음질부터 해대는지 모를 일입니다.

체위만 이래저래 바꾼다고 해서 감정표현이 되는 게 아닐텐데요.

그리고 저도 이미 '색,계'를 봐놨으니 어지간한 씬이 눈에 들어올리가 없죠. 네-ㅅ-

'색,계'가 대단했던 이유는 씬의 목적이 '각종 아크로바틱한 체위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자'라기보다,

그런 각종 다양한 씬들의 변화가 두 사람의 감정변화를 설명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단 겁니다.

그러나 색,계 이후의 영화들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씬을 보여주기 위해 감정을 이용하는데 급급하는 데 치중한다는 게 문제죠.

 

홍림과 왕비의 마지막씬 보면서 '또냐...-_-'라고 지겨워했을 정돕니다.

씬인데...그래도 명색이 씬인데.... 어째 몇번의 씬을 보는 내내 코딱지만큼도 꼴리지가 않는 거랩니까ㅠㅠ

 

3. 왕과 홍림의 씬도 마찬가지.

주진모는 그렇다치고 조인성이 정말 몰입 못하는구나가 화면밖의 저한테도 전해집니다;ㅁ;(조인성의 게이도는 그야말로 0%에 수렴하는 것인가..;;)

그런데 배우들의 몰입도와는 별개로 감독이 동성애 씬을 이해 못하고 찍었다는 것도 문제 같아요.

예를 들어, '란위'의 씬들을 보면 수위는 쌍화점에 비해 청순한 수준이지만, 그들이 부둥켜안는 짧은 장면에서조차 그 감정의 선들이 고스란히 느껴지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지금 그들의 감정이 어떤지.

특히 삭제된 장면이지만 한동이 란위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은 어찌나 로맨틱하고 감미로운지... 아주 오금이 저릴 지경입니다.

이것이 게이 감독과 아닌 감독의 차이인 것인지..;;

물론 '란위'의 한동과 란위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였고, 왕과 홍림은 왕의 감정이 홍림에 비해 넘사벽이었고,

홍림은 성적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인물이었고 어쩌고 등으로 차별화시킬 수 있겠지만..

그래도 왕과 홍림의 씬을 대놓고 그렇게 집어넣으면서 감정의 결은 도외시한 건 아무래도 맘에 들지 않는군요.

 

4. 그래도 각 인물들 간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되는 편이었습니다.

주진모의 왕이 가장 감정표출을 극렬하고 장렬하게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부여받았으니 가장 이해하기 쉬운 게 당연하고,

조인성의 홍림도 나름대로 이해갑니다.

얘는 왕비한테 미칠 지경으로 빠진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바람..? 새로운 상대에 대한 욕망?

(연모의 감정을 운운하자면 왕비와 홍림의 감정선을 더 섬세하게 보여줘야 했는데 디립다 박기만 하니 잘 못느끼겠습니다-_-)

왕비와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계속 왕에게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끼고, 관계를 정리하려고 하고, 마음 접으려고 하더군요.

왕과의 감정도 단칼에 자르듯 사랑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거 같았어요.

얘는 왕에 의해 키워졌고, 왕을 의지하며 살아왔고, 그가 가장 믿고 기댈 수 있었던 것도 왕이었을 겁니다.

마지막에 짤리고, 모두가 죽고, 얘가 확 돌았던 것도 왕비가 죽어서라기보단 왕에 대한 배신감때문인 듯한..

 

문제는 홍림보다 왕비.

상당히 민폐캐릭터더군요.

사태가 좀 수습될 만하면 나서서 사고쳐서 일을 더 망쳐놓습니다.

마지막에 왕비가 홍림을 안 찾아갔더라면 홍림은 귀양에 가까운 추방 선에서 끝났을 거고,

홍림의 아이를 무사히 낳아 후계자로 키울 수 있었을 거고,

왕도 홍림의 아이를 보며 흐뭇해했을 거고(속으로 좀 꽁기했겠지만),

나중에 세월이 좀 지난 후엔 다시 불러들일 수도 있었을 거고,

이래저래 무난히 해결됐을 법한데...

 

뭘 그리 못참아 또 보러 가서 일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놓는지 말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감정'을 제대로 안 보여주고 '몸'만 보여주느라 왕비의 감정변화단계가 생략되서 그렇겠지만,

왕비가 홍림한테 그렇게 빠진 이유는 단지 육욕에 환장해서입니까?

그게 모든 걸 설명한다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보는 제가 그렇게 못느끼겠는 걸 어쩌나요-.-

 

하긴 전 '색,계'도 첨 봤을 때 왜 왕지아즈가 이선생을 도주시켰나 하는 걸 이해하기 어려웠으니('다이아에 넘어간거야?'라고 생각했음;;),

그러나 한번 더 보고 찬찬히 생각하니 감을 잡았던 것 같이,

좀 더 생각해보면 왕비의 감정도 이해할만할까 싶습니다.

 

5. 생각보단 재미있었지만 이래저래 불만스럽지만 좀 더 보완했으면 훨씬 괜찮았을 영화였습니다.

 

 

덧. 주진모가 요즘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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