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자의 눈

2023.08.12 23:40

돌도끼 조회 수:367

1991년 웨스트우드에서 만들고 SSI가 출시한 IBM PC용 1인칭 시점 던전 RPG입니다.
西林사의 출세작이죠.

당시 SSI가 내고있던 던전 앤 드래곤의 공식 컴퓨터 게임 시리즈중 하나로 (얼마전 영화로도 나왔던) 포가튼 렐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있습니다.
원제인 '아이 오브 더 비홀더'는 영어에서는 유명한 관용구에서 따온 말이지만, 비홀더는 디앤디 세계관 속 네임드 몬스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게임 내용도 한 동네에서 깽판치고 있는 비홀더를 때려잡는다는 거고...
국내 출시사인 동서게임채널에서 디앤디 설정같은 걸 잘 알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고 비홀더를 주시자라고 번역해서 출시했습니다. 때문에 그후로 줄곧 이 게임 제목을 '주지사의 눈'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있었죠.(어떤 분이 미국 주지사가 된 후로는 특히나 더)

SSI의 디앤디 게임 치고는 지리적 스케일은 작은편인데 게임 내내 워터딥이라고 하는 동네의 땅속만 돌아다닙니다. 딱 말 그대로의 던전크롤러죠. 게임 디자인 면에서는 이보다 약 4~5년전에 나왔던 '던전 마스터'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클론이라고 봐도 될 정도...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8비트에서 16비트로 막 넘어갔던 때라서 아직은 8비트와 16비트 사이에 걸쳐있는 게임들이 많았습니다. SSI의 다른 디앤디 게임들도 게임엔진이 8비트 코모도어64를 의식하고 만들어진 거라서 실질적으로는 텍스트 기반의 턴제였고 키보드로 작동하는게 기본이었습니다.(마우스 지원은 되지만 마우스 쓰면 더 번거롭습니다.)

'주시자의 눈'은 16비트 전용에 VGA 풀 컬러 그래픽과 사운드카드를 지원하고 마우스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실시간으로 게임이 계속 돌아가고 있어서 부지런히 클릭질을 해야하죠. 다른 게임들과는 비교가 안되게 몰입도가 강합니다.
실은 이게 거의 다 '던전 마스터'에서 구현하고 있던 것들이지만 이 게임 나올때까지는 '던전 마스터'가 IBM PC에는 이식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 게임이 IBM 기종에서 '던전 마스터'의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겁니다. IBM이나 애플만 써본 사람들에게는 대단히 참신한 게임이었죠.
그런 몰입감에 더해서 던전의 구성이나 퍼즐도 잘되어있었으니 상업적 비평적으로 성공해 명작의 반열에 들게됩니다.

난이도도 상당한 게임이었는데 그렇게 고생한 거에 비해 엔딩이 너무 성의가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글쎄 납기기한에 쫓겨서 급하게 마무리하기라도 한건지 SSI의 다른 디앤디 게임들과 비교해도 너무 단촐합니다.


이 게임은 국내 게임계에도 나름의 소소한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동서게임채널에서 이걸 영어판으로 먼저 유통한 뒤에 한글판으로 재출시했거든요.
예, 무려 대한민국 최초로 한국어 로컬 버전이 나온 IBM PC 게임입니다.
그런데... 기대 잔뜩하고 게임을 사서 돌려본 사람들 입에서는 '이런 젠장' 소리가 절로 나왔죠.
게임이 완전 한글화가 아니었던 겁니다.
'스터이터스 창에 나오는 메시지만' 한글로 나왔습니다.
'돌 주웠음' '막혀서 못감' 뭐 이런것들만요.
그거 말고 나머지는 전부다 영어! 게임 메뉴고 뭐고 다 영어고, 게임 스토리와 관련된 나레이션이나 대사가 나오게 되면 화면 반정도를 덮는 영어의 쓰나미를 멍하니 보고있어야 했습니다.
그니까 영화로 치자면, 화면에 나오는 영어 자막(Two Years Later 같은 거)만 번역하고 '대사는 하나도 번역을 안한' 거예요.

이런 만행을 벌였던 동서는 지네도 쪽팔렸던지 얼마후에 '어둠속에 나홀로'의 한국어판을 내놨고, 이건 제대로된 한글판이 맞았습니다(번역의 질은 논외). 글고 그 뒤로는 '어둠속의 나홀로'가 최초의 한글판 게임이라고 주장했다죠.


'주시자의 눈'은 IBM PC용으로 처음 나오고, 이후 아미가로 이식되었습니다. 한때는 IBM PC의 사양이 딸려서 '던전 마스터'같은 타기종 게임은 이식도 못했었지만 '주시자의 눈'이 나왔을 때는 상황이 역전되어서, 아미가의 사양이 딸려 IBM 버전을 완벽이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래픽이 좀 열화되었습니다.
그후 일본 컴퓨터로도 이식되고 메가드라이브 등의 게임기로도 나왔습니다.

같은해에 西林사는 2편도 내놓았는데 이 2편이 1편을 능가하는 명작으로 칭송받으며 西林사는 확실한 명성을 얻게되었고 그 명성을 바탕으로 버진으로 이적해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게됩니다. SSI는 西林 없이 독자적으로 3편을 내놓았는데, 그 3편은 다들 없는셈치는 분위기...
근데 1편에서 이미 비홀더를 때려잡았고 2편이나 3편이나 제목과는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었던듯...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91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789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8085
124030 분노와 소름의 '무서운 <김윤옥의 한식이야기>' (내용 추가완료) [15] 풀빛 2012.01.02 6358
124029 친구를 몰라 본 송창의? [19] GREY 2011.04.22 6358
124028 [불판]-[불판]-[불판]-[불판]-[불판]-[불판] 3차 대선토론 [불판]-[불판]-[불판]-[불판]-[불판]-[불판] [242] tove 2012.12.16 6357
124027 감히 부탁드립니다. [26] dmajor7 2014.06.29 6356
124026 정신이 건강한 채용공고.jpg [19] 나나당당 2013.05.12 6356
124025 지금 서점에는... [24] 닥터슬럼프 2012.08.08 6356
124024 듀9 '안녕하십니까' 를 격식있게 영어로 적으려면 어떻게 하죠? [13] Jordi Savall 2011.10.10 6356
124023 오늘 박쇼는 대체 어땠길래 [21] 라인하르트백작 2012.11.27 6355
124022 어제 이어 쓰는 수영 팁-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접영-과 제주분들에게 질문 한가지 [12] 무도 2013.04.24 6351
124021 최근 제 맘을 설레게 하는 아가씨들... (초바낭) [16] hermit 2013.05.15 6350
124020 선우. 주원 같은 중성적인 이름 뭐가 있을까요? [26] 홈런왕 2013.03.06 6350
124019 이번 사건은 아이유에게 얼마나 피해를 줄까요 [26] 감동 2012.11.10 6349
124018 티아라는 요단 강을 건넜군요. [8] 교집합 2012.07.30 6348
124017 전설로 남을 얼굴을 가진 배우들 [78] 자두맛사탕 2011.01.17 6348
124016 서른살 여자는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는 걸까요? [21] 해삼너구리 2010.09.16 6347
124015 티아라 사건이 화제가 안 되기도 어렵죠. [10] 이요 2012.07.30 6346
124014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한 치과의사... [23] 밀키웨이 2015.05.20 6344
124013 SM공식입장 발표했네요. "소녀시대 8인 체재…제시카 개인 활동 지원할 것" [15] 감자쥬스 2014.09.30 6343
124012 제가 '우행길'을 책으로 내게 되었어요~ [91] being 2012.02.21 6343
124011 악동뮤지션 이수현이랑 닮지 않았나요? [2] 자본주의의돼지 2013.03.19 63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