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5 23:31
1.
그렇습니다. 민족의 명절 대학수학능력평가 전야입니다. 근데 쌩뚱맞게도 제가 설레고(?) 있네요.
왜냐면 드디어 교육청에게 제 늘금을 인정 받아 감독에서 빠졌거든요.
정확히는 예비 감독이 되었구요. 그래서 내일 집에 있을 예정이긴 한데 뭔가 문제가 생기면 소환되는 자리이고 제가 순번 1번이에요.
아마도 내일 아침 여덟시 근처쯤 되면 안심할 수 있겠습니다만. 음...
오늘 저와 함께 예비 감독이신 분들과 '핸드폰 끄고 잘래요 ㅋㅋ' 라고 웃으며 헤어졌는데요. 음...
진짜로 그래볼까요? ㅋㅋㅋ
2.
딸래미가 요즘 오빠가 가끔 그림 없는 책들을 읽는 걸 보고 경쟁심이 생겼는지 본인도 그런 책을 한 권 골라잡더라구요.
선정된 책은 엄마 픽이었던 '작은 아씨들' 이었는데요. 이틀 동안 나름 진지하게 들여다보더니 결국 다 봤다고 자랑을 하더라구요.
그런데 좀 미심쩍어서 대화를 나눠 보았죠.
재밌었어?
네.
누가 가장 좋아?
베스요!
근데 그럼 너무 슬프지 않아? 베스 죽잖아.
안 죽는데요?
죽는데?
안 죽어요? 죽은 것 같다가 살아나서 아빠랑 엄마랑 행복하게 사는데요?
?????
그래서 '똑바로 안 읽냐?'며 장난스럽게 놀리면서 재우고. 책을 가져다가 확인해 봤는데...
안 죽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럼 조이 트리비아니가 경악했던 그건 대체 뭔데??? 하고 확인을 해 보니...
1권 2권으로 나뉘어져 있고 2권에서 죽는 거였나 봅니다. 1권 마지막은 정말 딸 얘기처럼 해피엔딩 흉내를 내더라구요.
그리고 그래서 깨달았죠. 분명 저는 한 권으로 그 이야기를 다 봤는데, 제가 봤던 책이 (흐릿한 기억이지만) 딸이 읽은 책보다 두껍지 않았어요.
아마도 제가 어린이용 축약본 비슷한 걸로 읽었나 봅니다. 허허. 그런 주제에 감히 열심히 읽은 자에게 태클을... ㅠㅜ
다음 날 딸에게 '니가 맞아. 베스 안 죽더라. 잘 읽었어!' 하고는 더 이상 설명은 안 해줬습니다.
굳이 집요하게 스포일링할 필요도 없고. 어쨌든 딸 마음 속의 해피엔딩을 굳이 깨버릴 필요도 없겠고. 언젠간 본인 스스로 알게 되겠죠.
3.
직장에서 젊은 동료와 대화를 나누는데 그 쪽에서 '라스트 크리스마스' 얘길 꺼냈거든요.
문득 호기심이 생겨서 "쌤은 그 노랠 무슨 버전으로 처음 접하셨어요?"라고 물었는데요.
...버전이요?
아... 아니에요. ㅋㅋㅋㅋ 쌤도 아리아나 그란데 노래로 알고 계신가 보네요.
궁금한데요. 무슨 버전이 있는데요.
에... 그러니까 왬이라든가...
왬이 뭐에요? 사람 이름인가요?
아니 뭐 혹시 조지 마이클이라고...
그게 누군데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그렇죠. 제가 잘못한 겁니다. ㅋㅋㅋㅋ
비슷하게 또 얼마 전엔 학생들이 운동회 중간에 갑자기 '뜨거운 안녕' 떼창을 하고 있는 걸 신기하게 보고선 물어봤거든요. 그 노랠 어떻게 아냐고.
알고 보니 싸이가 성시경을 데려다가 리메이크를 했었더라구요. 허허. 당연한 것이, 애들은 유희열은 알아도 토이는 모르니까요.
하지만 학생도 아니고 동료가 이제 왬을 모르는 시절이라니 그건 좀... ㅠㅜ
4.
그래서 이제 올해가 한 달 반 밖에 안 남았어요.
직장에서 참 좋은 사람들 만나서 즐겁게 지낸 한 해였습니다만.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하네요. 방학이 오는 건 좋지만 올해는 몇 달 더 있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ㅋㅋ
그렇게 내심 아쉬워하다가 직장에서 동료분들이 똑같은 말을 하시는 걸 듣고 참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흑흑.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뭐 남은 한 달 남짓이라도 즐겁게 지내고 뜨겁게 안녕 해야겠죠.
아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해가 될 것 같아요.
5.
그래서 홍대 원빈(이었던) 이지형이 부릅니다.
토이 노래 중에 좋아하는 곡은 있었어도 앨범을 통으로 좋아했던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 앨범은 참 열심히 들었던 추억이 있어요.
여기 수록된 윤하의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도 참 명곡이라 생각하구요.
그러게 희열씨 왜 그러셨... ㅠㅜ
2023.11.16 00:15
2023.11.16 14:15
21세기 대 온라인 시대의 필수 교훈 하나가 절대로 사람이 적는 글로 현실 세계의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ㅋㅋㅋ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3.11.16 07:36
2023.11.16 14:22
하지만 베스는 죽었고 라스트 크리스마스는 왬 노래인 게 맞잖습니까!! 제가 억울합니다. ㅋㅋㅋㅋ
다행히도 감독 안 가고 편안히 집에서 데굴거리고 있어요. 이제 딸래미가 귀가해서 좋은 시간은 다 갔습니다만. 그래도 감독 가신 분들은 아직 퇴근이 세 시간도 넘게 남았다고 생각하니 행복!
저도 눈 좋아합니다. 물론 운전할 땐 짜증나지만 그 외의 시간엔 늘 좋아하지요. 하하.
쏘맥님도 얼른 퇴근하셔서 멍멍군과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2023.11.16 09:03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왬 노래인 걸 모른다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앰....ㅠㅠ
충격입니다... 그 설레는 신디사이저 느낌을 모른다니...
2023.11.16 14:23
예전에 원곡을 학생들에게 들려줬더니 '저 남자는 목소리가 왜 저래요?' 라고... ㅋㅋㅋㅋㅋㅋㅋ
아리아나 그란데가 나쁩니다. ㅠㅜ
2023.11.16 10:05
올 해 다사다난했는데 이렇게 연말 좋은 마무리를 하고 계시다니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군요.
연말 느낌 납니다. 올 해 봤던 것들, 했던 것들 시상이라도 해야 하나 싶고.
2023.11.16 14:24
나라야 어찌됐든 개인적인 1년은 아주 좋았습니다. 하하. 제가 딱히 긍정적인 사람이 아닌데 올해는 좀 특별하네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갑자기 저도 근 10년간 안 봤던 티비 시상식들이 보고 싶어지네요. 근데 티비를 안 봐서 봐도 하나도 모릅니...
2023.11.16 11:16
좀 전에 부식 사러 갔는데 캐럴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왜 시간을 땡겨? 12월은 돼야지... 정말 요즘은 더워더워 하다가 돌아서면 클스마스네요.
어제 밤에 '더 킬러' 봤습니다. 저 이런 영화 좋아합니다. 제밌게 봤어요. 틀은 뻔하지만 중요한 것은 디테일! 로이배티 님께선 멜빌 영화를 언급하셨는데 저는 전에 읽은 소설 '자칼의 날'의 최신식 버전 영화 같다는 생각을 조금 했습니다. 혼자 오래 지내고 혼자 일하는 사람은 원래 혼잣말이 많아지는데 핀처 영화에서 그걸 확인하네요.ㅎㅎ
호출 안 당하셨고 딩굴거리는 하루 되시길...
2023.11.16 14:26
빠르게 연말 무드에 젖고 싶은 사람들이 있나 봅니다. ㅋㅋ 그렇죠. 아무래도 캐롤까진 아직은 좀 무리!
재밌게 보셨다니 좋네요. 뭐가 됐든 전문가가 자기 일 열심히 하는 이야기는 묘사만 잘 해주면 기본 재미는 따라오는 것 같아요. 비록 환타지 업종의 전문가이시긴 하지만요. 현실의 살인 청부업자들은 '더 킬러' 주인공처럼은 일 안 하겠죠. ㅋㅋ
네, 덕택에 호출 없이 정말 늘어지게 빈둥거리고 있습니다! 부디 내년에도 똑같은 날이 되길...
2023.11.16 19:44
2023.11.16 23:19
느낌표까지 정확하게 찍으셨으면서!!! ㅋㅋㅋㅋ
네 다행히도 잘 피했습니다만. 다녀온 사람들 얘길 들어보니 수당이 많이 올랐... 하하. 그래도 쉬는 게 너무 좋았어서 아쉬움은 없구요.
뭐 제가 수능 보던 시절에도 대학별 본고사란 게 있어서 실제 입시는 2월이 다 되어야 끝나고 그랬었죠. 이런 생각 할 때마다 옛날 일본 만화 '겨울 이야기'라는 작품이 떠올라요. 되게 오래 기억되는 겨울을 선사하는 게 대학 입시인 것 같기도 하구요.
2023.11.16 20:54
저 요즘 아이돌보다 80,90년대 아이돌에 관심이 생겨서 역주행중입니다. 글렌메데이로스 볼때마다 헤벌레해지고 백스트리트 보이즈도 보면 볼수록 매력있네요. 웨스트라이프의 멤버 이름과 얼굴 매칭을 겨우 끝냈어요. 니키는 제 원픽입니다.
한국으로 와서 쿨의 이제훈이 이렇게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췄다니. 김경호의 바이브레이션이란! 천년의 사랑은 완소입니다.
2023.11.16 23:20
80, 90 아이돌이면 김완선과 이지연, 강수지 아닙니까! ㅋㅋㅋ 외국으로 간다면 뉴키즈 온 더 블럭이라든가... 글렌 메데이로스가 당연히 세계적 탑스타일 줄 알았다가 사실은 한국의 인기 가수였다는 걸 알게 되어 놀랐던 추억이 있네요. Long and Lasting Love 좋아했어요. 하하.
로이배티님 글 읽으면서 학생들하고 잘 지내는 미디어 속 선생님 모습을 떠올리게 되네요. 저는 학창시절이 안좋아서 그런가... 아직도 정상적 사회의 범주에 좀 벗어난 사람이지만, 가족과 화목하게 지내시고 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잘 지내시는 이야기에, 뭔가 일상 속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수능감독관이라... ㅎㅎ. 왠지 책임감이 느껴지는 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