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9 12:46
어제 저녁 집에 가는 길에 수퍼에 들러서 간단히 장을 봤습니다.
동생이 부탁한 토마토 몇 개와 저지방 우유도 한팩 사고요, 제가 먹을 후랑크 소세지도 하나 샀어요. (샤워 후에 맥주와 곁들여서~)
계산대가 하나만 열려 있어서 가뜩이나 좁은 매장안에 줄이 까마득하게 섰더라구요.
근데 제가 줄을 잘못섰길래 얼른 다른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맞은 편에 웬 금발의 외국인이 저를 빤히 보고 있어서 다행히 금방 눈치챘어요.
동네에 외국인 학교며 기숙사가 있어서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해보니 제 또래의 젊은 사람은 본적이 없더군요. 주로 중고등학생이 대부분인지라.
기웃거리면서 뭘 샀는가 봤더니 맥주라도 먹을 요량인지 프링글스 한통에 아이스크림 열개정도를 양팔 가득 들고 수줍+뻘쭘한 얼굴로 서있었어요.
자기 차례가 오자 계산대에 물건을 와르르 내려놓는데 헐, 전신을 레드로 통일한 패션센스! 붉은 악마 티셔츠(정확히는 코리아팀 파이팅)에 새빨간 반바지를 매치했네요.
갑자기 급호감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서 얼굴을 다시보니 어랍쇼, 꽤 미남이네요. ㅎㅎ
캐셔총각이 계산된 금액을 빠르게 말해줬더니 계산기 쪽을 슬쩍 기웃거리고 빨간 바지에서 만원짜리 한장을 꺼내 줍니다.
포인트카드 있으세요? 라는 말에 없어요- 라는 억양은 살짝 어색하지만 정확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대꾸합니다.
그 광경을 보던 저는 어머, 여기 자주 오시면 포인트 카드 만드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서 미칠뻔했습니다.
캐셔총각이 잔돈을 건네주고 비닐봉투에 아이스크림을 주섬주섬 담아주자 감사합니다- 라고 시원스럽게 인사를 남기고 (인사성까지 바르다니!)
봉다리를 한손에 들고 수퍼를 나서던 그 빨간 실루엣이라니...
제 앞에 서계시던 할아버지가 계산을 조금만 더 빨리 하셨어도 쫓아갔을텐데 너무 아쉽네요.
왠지 앞으로 그 수퍼 단골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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