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가 있지요. 정말 훌륭한 요리사는 평범한 재료로 써서 평범한 요리를 걸작 수준으로 만들어내는 요리사라고요. 놀란의 [인셉션]이 "호접몽"을 소재로 한 영화라는 얘기를 들었을 땐 "아무리 놀란이라도 그런 식상한 소재를 가지고 괜찮을까?" 이란 의심이 들었었는데 오늘 본 영화가 그 의심을 깨끗이 불식시켜 주는군요. 놀란은 이제 "달인"이나 "거장"이라는 칭호로 불려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다크 나이트]가 워낙  굉장했기에 이번엔 기대치를 좀 낮추긴 했었지만 그래도 정말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냈더군요.


영화의 인상은 정말 듀나님 표현 그대로입니다. "작은 호두껍질 안에 꼬깃꼬깃 구겨진 채 박혀 있는 거대한 그림".  일반적으로 논하는 영화 스케일의 기준으로 보자면 이 영화는 결코 스케일이 큰 영화는 아닙니다. 몇몇 장면을 빼고는 꼭 아이맥스를 고집할 스케일의 영화는 아니죠. 하지만 보다보면 듀나님 말마따나 영화가 점점 더 거대해지고 깊어집니다. 후반부로 가다보면 어느 새 몰입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지요. 소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트릭스] 시리즈를 떠올리게 되는데, 어느 분 감상평처럼 [매트릭스]시리즈에 기대할 수 있는 극한이지만 결코 오르지 못했을 단계를 [인셉션]이 정복했다는 얘기에 동의합니다. 이 영화 이후 동 소재에 대한 레퍼런스로 다들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되겠지요. 


배우들은 [다크 나이트] 처럼 다들 훌륭합니다. 다만 다 보고 나면 주인공 역인 디카프리오보단 조연급인 조셉 고든 레빗이 가장 기억에 남더군요. 아마 대부분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엘렌 페이지와는 정말 잘 어울리더군요...:)


조만간 다시 한 번 볼 예정입니다. 복잡한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할 정도로 영어에 내공이 깊은 편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이런 영화는 다시 볼 때 장면들이 또 새롭게 다가오니까요.  게다가 아이맥스로 봤는데 몇몇 장면에선 음악/음향이 너무 커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더군요. (부연한 대로 꼭 아이맥스를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몇몇 씬들은 아이맥스에서 관람하는 게 더 낫긴 할 겁니다.)









P.S: 결말은...다시 돌이켜 보면 독창적이진 않지만 그렇게 끝낼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그래도 당시의 충격이나 - 관객들이 다들 탄식을 내뱉더라는...^^ - 이후의 여운이 강하기는 하더군요. 개인적으론 "어느 쪽이던 주인공에겐 무슨 상관이 있었겠나 싶습니다. 그가 가장 바랬던 순간을 마침내 맞았으니까요. 아마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지 않고 그 자릴 떠난 게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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