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궁금해져서 글을 쓰긴 하는데, 전통적으로 폭발력이 있었던 떡밥인지라 괜한 쌈나는 거 아닐까 걱정되네요.

 

 

 

 

얼마전 뉴스에서 군가산점 제도 부활 시도가 있다고 나왔지요. 아시다시피 과거 군가산점은 제대군인이 공무원 시험 및 기타 취업보호기관에 응시할 경우, 필기시험 만점의 3~5%를 가산해주도록 한 제도였습니다. 이화여대 출신 공무원시험 응시생과 장애인이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1999년에 헌법재판소는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이 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으면 군가산점 말고, 군 생활을 보상할 수 있는 다른 제도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올 법도 한데, 그 세월이 지나고도 그 제도를 다시 살리는 것 말고는 생각난 게 없다니 정말 비극입니다. 아이디어 공모전이라도 해야할까봐요.

 

일단 최근 논의되는 군가산점 제도를 보면, 의외로 정말 현실화될 수도 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회가 법을 만든다면, 헌법재판소에서 10년 전과는 다른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거죠. 10년 전에 위헌을 때린 근거는 (1) 헌법에 근거가 없는 근본없는 제도다 (2) 가산점 비율이 너무 커서 군생활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주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특혜를 주고 있다 (3) 그렇다보니 가산점 없으면 공무원시험 합격이 불가능할 지경이다 뭐 이정도였습니다. 그런데 (1) 헌법에 근거가 없어도 정책적 판단으로 제도를 만드는 게 위헌은 아니며 (2) 이번 제안 내용에서는 가산점 폭을 많이 줄였고 (3) 가산점으로 인한 합격자 비율에 상한을 뒀기때문에 가산점 없으면 합격 못한다는 말도 안나오게 해놨습니다.

 

근데 궁금한 건 그게 아니라,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동안 의외로 생각 못했던 궁금증이 생겨버렸어요. 그동안 전 "군대 갔다 오면 시험에 불리하긴 한데,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보상해줘서는 안된다"는 입장에 서있었습니다. 그런데... 제대군인은 공무원 시험 응시에서 여자에 비해 정말 불리한가요?

 

많은 예비역들은 "당연하지!"라고 대답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쉬운 것이, 여자는 안가는 군대에 가서 2년이라는 시간을 버렸으니 당연히 손해가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자세히 따져보자면 그게 좀 억지스럽기도 합니다.

 

1. 군대에서 2년 보내는 동안 머리가 굳었다.

 

글쎄요. 고등학교 내내 주기율표, 독일어의 변화 패턴, 우리나라 지질에서 발견되는 돌의 종류 등을 죽어라 못(안)외웠던 제 경험으로 보면, 사실 군대에서 머리가 굳진 않았습니다. 입대하자마자 대통령 빼고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직속상관 관등성명을 모두 외워야했고, 온갖 군가 가사를 외웠으며, 자대 배치 후에는 최단시간내에 백명에 달하는 고참들의 얼굴과 이름과 특이사항을 암기해야 했습니다. 행정병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군대라고 아무 생각없이 있다 오는 곳은 아니던걸요. 초반에나 그렇지 나중엔 바보된다, 고 한다면, 고참이 되고나서 머리를 굳힌 건 본인 의지라고 봐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전 군대에서 수능 공부해서 서울대 가는 사람도 봤어요. ㅡㅡ;

 

군대에서 머리가 굳는 부문이 있다면 사실 창의력이나 응용력, 예술성 등이라고 봐야할 것 같은데, 공무원 시험에 그런게 필요하던가요?

 

2. 1년만 더하면 합격할 것 같았었는데! 군대 가야해서 중간에 흐름이 끊겨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이번에 MC몽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정말 1년만 더하면 붙을 자신이 있었다면 연기하면 됩니다. 현 제도로 부족하다면 충분히 연기할 수 있게 그 제도를 바꿔주면 되고요.

 

3. 나랑 동갑인 여자들은 군대를 안가서 나보다 2년 먼저 합격했다. 난 2년 꿀린다. 이 손해는 어쩔거냐?

 

일단 공무원에 합격하면 군 경력은 100% 환산해서 호봉으로 쳐주지 않던가요? 승진에도 영향이 있는 걸로 아는데 확실하진 않고요. 그리고 정말 2년이 꿀리는 효과가 있다면, 그건 가산점을 줘도 합격시킨다고 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합격한 사람한테 보상해야 할 문제지, 떨어질 사람을 붙여서 해결할 게 아니라는 거죠. 공부할 시간 2년을 잃었다는 주장이 이 부분에 해당할 것 같은데, 그 말이 맞다고 해도 사실 군대 가기 전에는 공무원에 전혀 뜻이 없다가 갔다 와서 시작한 경우라면? 그 사람에게도 가산점을 주는 건 불합리하죠. 입대 전에 응시 기록이 있느냐로 판단할 수도 있지만, 응시는 안했지만 뜻은 있었다고 주장한다면 진실은 알 길이 없습니다.

 

 

군 가산점 이야기를 볼 때마다 참 신기합니다. 전 그리 숭고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서 "당연히 해야할 국방의 의무를 이행했는데 보상은 무슨 보상. 나의 애국심을 매도하지마!!" 라고는 못하겠습니다. 저 나름 군대 가서 손해 많았고, 그거 보상 받고싶어요. 그런데 저처럼 공무원 시험을 쳐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국가가 전체 예비역의 극히 일부에나 해당할 공무원 시험 응시생에게 가산점 약간 던져주고 할 일 다한 것처럼 나자빠지려고 하는 게 정말 화딱지납니다. 저처럼 공무원 안하고 있는 사람한테도 뭔가 달라고요!!! 가능하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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