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과 양립의 판타지

2020.07.14 20:23

Sonny 조회 수:620

안희정과 박원순의 추모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논법이 있습니다. 왜 안희정의 모친상은 그런 식으로 치뤄져야 하는가, 왜 박원순의 장례는 그런 식으로 치뤄져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한결같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추상적이고 절대적인 금기나 질서만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죽음, 인간, 예의, 망자 같은 일종의 자격론입니다. 안희정이 무엇을 했고 박원순이 무엇을 했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중립적인 위치에 있고 화를 내는 모든 사람들이 극단주의자라거나 감정에 치우친 비이성적 인간들이라고 판단합니다. 안희정은 수행비서를 몇년간 강간했던 사람이고 박원순은 부하 직원을 몇년간 성추행했던 사람입니다. 이들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걸 절대로 말을 안합니다. 


추모를 지지한다고 해서 꼭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냐. 추모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추모와 비판의 양립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분들이 추모는 추모대로 이야기를 하면서 안희정의 성폭행과 박원순의 성추행을,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장례를 치르는 이들의 행태를 이들의 과거와 결부해 이야기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추모를 이야기하면서 오로지 추모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추모를 비판하는 이들을 극단주의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중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중립적 위치에 있던 적이 없고, 양립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늘 한 쪽만 이야기합니다. 계속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강남순의 글이든 뭐든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하지 않는 글은 절대 중립일 수가 없다고. 안희정은 김지은씨에게 추도 문자를 보냈던가요. 


많은 경우 중립이란 없습니다. 중도라는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가치관을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이 너무 늦으면, 아무리 모든 방향을 다 향해도 결국 늦거나 이상한 정의가 됩니다. 단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경우에서 사적인 감정은 별다른 인간성이 되지 못합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늘 다수와 권력이 일정한 방향으로 쏠려있고, 그 반대편은 외롭고 소외당하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런 경우 크게 헷갈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란 보수적 사회에서 극렬함이란 별로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워마드? 끽해야 인터넷 악플러들입니다. 현실은 늘 남자의 성폭력이 횡행하고 인권변호사도 그 원리원칙을 지키는 데 실패합니다. 저는 가끔은 확실한 진영주의자들과 좀 싸우고 싶습니다. 애매한 휴머니스트들의 어중띤 인간의 예의론이 아니라요. 이분법에 반대하는 강남순도 결국 박원순을 객관적으로 기술하는데는 실패합니다. 성폭력은 그 정도로 답이 선명하고 뻔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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