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8 14:37
‘대한가나인’ 이라 스스로를 지칭하던 샘 오취리씨는 원조 외국인 ‘국뽕’ 캐릭터로 기억합니다.
전에 어떤 방송에서 유색인종이 한국에서 당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개인 경험을 이야기 할때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 하는게 안쓰럽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너무 흔하게 벌어지는 인종차별인데 뭔가 달관한 듯 하면서도 “그래도 굉장히 많이 좋아졌어요” 라며 수습?을 하던 걸 보며 저 사람은 한국을 참 좋아하고
어떻게든 이 나라에서 살아 남으려고 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방인으로서 다른 지방, 나라에 대한 비판은 쉽지 않습니다. 논리적인 문제를 떠나 감정적인 반발을 먼저 낳게 되거든요.
아주 오래전 일인데, 중국에서 알게된 (중국 공산당원) 친구와 밥을 먹다가 내가 그 즈음 목격한 시민들의 무질서함과 무례함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했다가
거센 반발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리 저리 말꼬리 잡던 그가 결국 쏘아 붙인 최후의 반박 논리는 ‘한국도 전에는 다 그러지 않았냐!’ 였구요.
이런 경험은 그 뒤로 반복됩니다. 당연히 그 뒤로 현상적으로 내가 겪고 보게 되는 문제들에 대한 발언은 신중하고 조심스러워집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문제들에 대한 지적 혹은 소감도 대부분 불편한 반응으로 돌아 오는 것은 마찬가지더군요.
하긴 이런 현상은 국적과 인종의 문제만은 아니긴 합니다.
더 아주 오래전에 한국에서 일하던 시절 영동지역의 어떤 도시에서 1년 넘는 기간 동안 파견근무를 한적이 있었어요.
그 지역의 폐쇄성과 배타성은 아주 사소한 이방인의 ‘불만’도 용납이 안됩니다.
나의 직무가 원래 ‘감시와 감독’ 이고 그 직무를 수행할 뿐인데도 어디 감히 서울에서 굴러 들어와 지역을 비하하는 놈이 되버리는 나날들이었어요.
체제 불만?자들은 어디나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중국에서 겪은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함께 분노하는 한편 부끄러워 하는 친구도 있었어요.
중국사회에 만연한 부패와 불공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저 보다 더 과격하여 ‘경멸수준’일 정도였구요.
입만 열면 ‘중국에 대한 비하’를 하는 친구도 있고 ‘중국 체제의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는 친구도 있고요.
‘대한가나인’ 샘 오취리씨는 요 몇 일 사이에 현타가 왔을 듯 합니다.
방심은 금물이죠.
그의 문제가 된 그 맨션을 보면 이방인으로서의 ‘자각’이 거의 없어 보이더군요. 그 순간 사단이 나기 딱 좋죠.
그냥 자신은 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문제의식을 발언한다고 느껴졌어요.
결국 이방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다시 깨닫게 되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거죠.
그가 이번 현타를 거치며 더 단단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그가 한국에서 요 몇 일 겪고 있는 일들은 분명 ‘부조리’합니다.
사과할 사람은 샘 오취리씨가 아니라 코스프레를 한 학생들과 지도교사들 그리고 샘 오취리에게 인종차별적 혐오를 쏟아냈던
사람들이죠.
샘 오취리씨의 현타에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인종차별 인식수준에 대한 현상 파악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고
현실적으로 이 나라에서 ‘탈출’하지 않고 계속 버티고 살아내려면 이방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다시 자각하고 ‘투쟁’이 아닌 ‘사과’로 먼저 자신을 보호하는게
급선무라는 판단이 있었을거에요. 그 판단을 존중합니다.
한편, 그 과정에서 그가 겪었을 ‘굴종’에서 오는 분노와 고통에 위로를 보냅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넷상에서 그에게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과 달리 지혜로운 현지 동료들과 친구들이 충분히 많기를 바랍니다.
2020.08.08 15:41
2020.08.08 15:48
사회는 어쨌든 점진적으로 변합니다. 세계도 좁아지고 이런 저런 생각이 교차하고 깨지고 생성되면서요. 우리나라 인구구성비가 많이 바뀌는데 앞으로 많은 일이 있겠죠. 급진적으로 바뀌는 건 쉽지 않을거에요 아무리 여기가 빠르게 변하는 사회라고 해도. 뭐 그래도 십수년 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지 않겠어요? 어린이들 젊은친구들 생각만해도 지금 30~50대와 천지차이니까...
2020.08.08 16:36
참 좋은 글입니다. 짝짝짝~~~
572가 읽고 위로와 객관화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sooboo님의 중국에서의 오랜 생활에서 572에 대한 어떤 공감되는 지점이 있어 보여요...
김영삼이 말했던 'Segyehwa 를 요즘 실시간으로 느끼게 되죠...
기술의 발달이 정서적으로 준비가 안된 지점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 같아요.
정작 관짝 퍼포먼스의 주인들은 조아요 눌렀다고,,,
미국이나, 유럽에 사는 흑인과
아프리카에 사는 흑인이 느끼는 인종차별의 정도는 심하게 다를거라 생각해요.
황인종인 우리도 백인주도의 사회에 있을 때에 인종차별을 느끼지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해요.
그런 면에서, 의정부고나 그 학생들을 이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인터넷의 그 찌질이들과 언론들의 환장의 콜라보.... 이런 것도 정상참작을 해주고 분노를 삭히려고 해요.
찌질이들이니까 그냥 무식하고 이기적으로 살라고, 언론들은 언론 개혁이 오기전 클릭장사로 연명하라고,,,
2020.08.08 16:54
그 기사 (관짝 퍼포먼스팀 리더의 좋아요) 저도 봤어요.
얼마전 고 박원순씨가 했던 행동들 (사진을 보내고 스킨십과 친밀감 표현 등)을 자신은 기분 좋게 받아 들였던 것들이라며 피해자측의 주장을
반박하던 여성 트위터리안이 떠 오릅니다. 전 그 여성분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차별과 혐오에 대한 감수성은 가해자 혹은 제3자도
일률적이지 않듯이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라는걸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괜찮더라도 처지와 조건이 다른 또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안 괜찮을 수 있어요.
가나에 살고 있으면서 같은 인종들과만 어울려 살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과 다른 인종들 사이에서 소수가 되어 살아가는 샘 오취리같은 사람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기준을 어디에 두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지구 반대편에서 같은 인종끼리 살아가는 사람들보다는 지금 바로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샘 오취리씨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이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 남성이지만 이성이던 동성이던 딱히 친밀한 사이가 아닌 사람이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팔짱을 끼는 것에 큰 불쾌감을 느낍니다. 싫다는 표현을 하기 힘든 관계일 수록 그 불쾌감이 더 커져요. 이런 내가 유별난 사람이라고 무시하는 사회보다는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함부로 남의 신체에 손을 대는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는 동의가 이루어진 사회가 개인의 권리가 더 존중되고 보장되고 있는 사회가 아닐까요?
2020.08.08 17:01
백번 옳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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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관짝 퍼포먼스인지 뭔지를 한 의정부고에서 가장 먼저 이 사태에 대해서 샘 오취리에게도, 모든 흑인들에게도
전국민에게도 사과해야한다고 믿습니다. 그 관짝 퍼포먼스 보면서 학생들 의도는 퍼포먼스하면서 웃을려고 한거 아닌가요?
그런데 그 일에 웃어도 되나요? 웃자고 할 일입니까? 백인이면 희게 칠하고 스머프였으면 파랗게 칠했을거라는 둥. 이게 무슨 %%%%%소리.
이 사건 터지고 나서 "외국에서 흑인들이 동양인들, 한국인들한테 린치를 한다"를 끝없이 끌어오는 사람들이
있던데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이런 일은 그럼 복수 차원에서 해도 될 일일까요?
사과는 의정부고랑 차별적인 댓글 공격한 인간들이 해야할 일인데 샘 오취리만 건방진 외국인이 되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