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1 13:51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시간은 속절 없이 흘러가서 짤막하게 궁금한 점들을 써보려고 합니다.
뒷 이야기를 조금 찾아보니, 이 영화 만들 때는 시간도 자원도 넉넉하게 하야오 하고 싶은 거 다 해, 식으로 만들었다고 하더군요. 기한도 한정없이 늘어나서 7년이 걸렸고, 모든 콘티를 하야오가 직접 손으로 다 그렸다고 합니다. 즉 이 영화는 시간이 없어서 덜 만들어졌거나, 어떤 압박으로 인해 수정되거나 틀어진 부분이 다른 작품들에 비해 아주 작다고 생각하면 되나 싶었습니다.
먼저는 이 영화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일화로 보고 그 상상 속 세계는 자신이 만들어온 창작물들, 펠리컨과 앵무새는 마음대로 하고픈 투자자들, 직접 말했듯 황새는 프로듀서라고 생각하면 꽤 풀리는 부분들이 있어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하야오도 직접 시사회에선가 '여러분들 이해 안 가죠? 저도 그렇습니다.' 같은 말을 했다고 하니 그렇게까지 앞뒤가 맞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편하게 생각해도 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하게 상상 속 이세계를 외부의 힘을 통해 구성한 큰 할아버지가 자신의 후계를 선정하기 위한 과정을 치르다 실패한다 정도로 축약해볼 수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몇몇 궁금한 부분들이 있더군요.
1. 영화 초반 오래된 저택으로 인도하는 황새의 의도는 무엇이었는가?
황새는 중반부터 유리 장미를 떨어트려 주목시킨 할아버지의 지시를 받아 미지의 세계를 인도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러나 초반에는 주인공의 죽은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다면서 주인공을 유혹하는데요. 불의 이미지를 가진 엄마를 정반대인 물의 이미지로 가짜로 만들어 놓기도 합니다. 그 장면에서도 다시 가짜를 더 잘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 때까지의 주인공을 향한 황새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2. 새엄마는 어떤 위치에 있는가?
몇몇 영화 해석들을 봤지만 새엄마의 위치가 모호하게 해석되더군요. 아예 배제된 경우도 있고. 영화 묘사상 새엄마는 아이를 낳기 위한 산실에 들어가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지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산실은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금기의 영역이었고요. 하얀 종이 봉인을 깨어버리고 주인공은 새엄마를 거기서 꺼냅니다. 그 과정에서 새엄마 뒤에 '무덤의 주인'에서 봤던 고인돌 모양의 공간이 잠시 보이기도 합니다. 새엄마는 황새를 쫓기 위한 활도 가지고 있었죠.
전쟁이 시작한지 4년 후, 엄마는 병원에서 죽습니다. 그 후 1년 후 아빠는 엄마의 여동생인 새엄마와 함께 살게되죠. 이미 새엄마의 뱃 속에는 아이가 있고요. 얼마나 빠른 호감이 있었길래 그렇게 순식간에 애까지 가질 수 있었을지. 상황상 원 가족은 시골에서 나와 도시로 이사해서 살고, 새엄마는 시골의 그 공간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그 시골에서 태어났던걸로 보이며 그 과정은 현재의 새엄마가 겪는 입덧과 비슷해 보이죠. 새엄마의 산실로 인도하는 것은 그의 언니인 엄마입니다. 다만 돌이 기대하고 있고, 자신이라면 그 안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죠. 혹시나 자신도 출산 이전의 시기에 그 공간에 갔을지도 모릅니다.
후손의 피만 그 공간을 물려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아이가 그 공간에서 태어났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변화하는 것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황새와의 접근을 막은 이유는 주인공을 그 공간에서 배제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런 세계 창작 권력의 헤게모니는 어떤 뜻인지가 궁금하더군요. 어렸을 시절 엄마와 새엄마가 둘 다 아빠를 사랑했고, 먼저 엄마와 결혼한 후 가진 아이인 주인공이라 그렇게 미워한 것인지, 아니면 새엄마로서 원래의 아이를 미워한 것인지.
3. 무덤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인공이 아래로 가라앉아 맨 처음 가게 되는 곳은 어떤 무덤입니다. 같이 가게 된 할머니에 의해 '무덤의 주인'에게서 보호받고 그 자리를 떠나게 되는데요. 아마 '나를 배우면 죽게 된다' 같은 의미심장한 설명이 입구에 써져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고인돌 몇 개가 배치된 그 공간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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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으로 평생 쌓아온 자신의 창작세계가 물려줄 바 없이 무너지고 잊혀지기 직전에 놓였지만, 그걸 호쾌하게 밀어버리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습에서 비장미가 느껴저 눈물이 찔끔 났답니다. 그다지 아름답지 않지만 평생을 쌓아온 거대한 세계가 박살난다는건 참.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의문증이 들어 그렇게 쉽게 풀이가 되는건가 싶었습니다. 단순하게 어머니의 죽음을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인 어린이의 마음이라고 하기엔 찝찝한 부분이 많네요.
2023.11.01 15:36
2023.11.01 16:04
이야기를 적으면서 있었던 질문 하나가 정리 되었던게 '언제 주인공의 목적이 엄마를 만난다는 것에서 새엄마를 만난다는 것이 되었나?'였는데, 떠올려보니 미지의 세계로 2번 진입하더군요. 한 번은 엄마를 찾으러 갔다가 돌아오고, 다른 한 번은 없어진 새엄마를 찾으러 가니 둘은 아예 목적부터가 달랐던 거죠. 그리고 몇몇 부분은 꿈과 현실의 시점 변환을 모호하게 처리도 했고. (자해한 후의 꿈 속 구성은 어디서부터 꿈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인지 모호하더군요. 물 속에서 떠오르는 묘사도 들어가고.)
말씀하신걸 듣고 보니, 어머니의 죽음만이 아니라 동생의 탄생도 굉장히 큰 정신적 갈등의 요소가 맞네요. 제가 그걸 너무 작게 생각했네요. (그런데 영화에서도 후반부 동생의 잠시 등장도 그렇고 의도적으로 모른척 묘사되는 것 같긴 합니다.) 죽음이 아니라 죽음과 탄생 둘 다 다루고 있었군요. 유일했던 어머니가 대체되고, 유일했던 자신이 똑같은 과정으로 대체할 수 있는 동생이 태어난다는건 굉장한 충격이겠습니다. 산실에 돌입한 후에 바깥에서 엄마가 돌과 어떤 계약을 했던 것 같은데 어떤 과정인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 정확하게 언급되는 금기는 2개인데, 생명을 죽이는건 나만의 일이라고 했던 할머니의 대사와 산실에 들어가는 일 같군요. 아기는 먹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 세계에는 산 자보다 죽은 자들이 많은 림보 같은 공간이고, 새들은 아마 하늘과 땅 사이에 있을 수 있는 존재들이니 거기 살아서 있을 수 있었을 것 같고요. 도대체 무덤의 주인이 누군지 너무 궁금하네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무덤을 만들고 관리하는 존재인지, 자신의 무덤을 가진 죽은 존재인지조차도 불분명.
2023.11.01 15:48
이하의 내용은 철저하게 개인적인 시선입니다.
1. 주인공을 탑으로 이끄는 게 황새냐 왜가리냐를 떠나서, 이야기 중 포지션은 '인도하는 자'인데 이는 '애니 업계로 실제 그림을 그리고 창작을 하는 장인을 끌어들이는 제작자'라고 말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을 보는 '요즘 젊은이들'인 관객들에게 '옛날에 이런 명작이 있었다'라고 선배들 고전 작품을 오마쥬하고 소개하는 (미야자키 영감보다 뒷세대의) 오덕후 계열 창작자들처럼 굴면서 '니들도 이런 것도 좀 보고 그래야지' 하고 아는 척하는 스노비즘에 찬 것처럼도 보이고 그렇습니다. 어떤 구체적인 의도가 있었다기 보다는, 그저 현재 업계의 유지 존속을 위해 돈을 끌어들이는 제작자이건 세대가 다른 창작자이건 간에, 실제 작품의 내용보다 '어필'이 중요한 입장의 현재 업계 인물들을 비꼬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2. 어머니와 이모가 엄마와 새엄마로 굳이 분리된 것으로 그려진 것은, 자기가 생각하던 이상적인 어머니 상과 현실의 어머니에 대한 괴리를 생각하고 표현하게 된 노인네의 비틀린 시선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섬나라 창작물 특유의 어긋난 모성~이나 여성에 대한 특이한 묘사 같은 코드들에 대한 자학적 책임 묻기 같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자기와 다른 부류의 창작자들이 보는 여성에 대한 다른 시선을 두 어머니로 놓고서, 둘 다 여성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갖고 있는 것 뿐이다 말하는 것일지도요.
3. 무덤은 '지브리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망해가는) 고전적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 그 자체를 비유한 걸로 보는게 낫다 생각합니다. 망하고 TV방송국에 팔려가는 지브리 스튜디오 그 자체로 볼 수도 있겠고요. 오래된 장인들은 떠나는 마당이고, 그 장인들을 존경하지만 그들의 정신이나 사상은 계승하지 않고 꼴리는 데로 그리고 싶은 것만 그리는 근래의 덕후 계열 창작집단들은 그 깊은 동굴 같은 심연 모양의 업계 내부에 깊이 들어가진 않겠고, 하지만 무덤처럼 된 업계에 참배하고 돈을 쓰라고 유도하는 걸 비트는 거로 볼 수도 있겠죠.
철저하게 자의식적인 해석입니다. 절대로 이런 내용일 리가 없죠. (흐흐)
2023.11.01 16:16
카악... 맞아요, 왜가리였죠, 황새가 아니라... 지적하셨으니 고치진 않겠습니다 ㅋㅋ.
1. '나니모노냐?'라고 말하며 경계하는 부분이 일품이었죠 ㅋㅋ. 애인의 말에 따르면 '정말 기괴하고 이상한' 애니메이션 세계로의 유혹은 끊임이 없는 것 같긴 합니다. 그게 그냥 떡밥들을 모아놓은 것인지 실제 무엇이 뒤에 있기는 한건지 알 수 없는 것들도 많고. 모든 창작자는 어떻게 보면 전부 거짓말쟁이이고, 그 거짓말 속에 일부는 전하고자 하는 사실이 담겨있긴 하겠죠.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자신의 깃에 의해 상처 입었다가 다시 그 곳을 메꿔주는 메타포는 뭘까 궁금하기도 하지만.
2. 재미있는 서술입니다. 거기에, 보통 하야오의 세계에서 이상한 공간으로 넘어갈 때 보통은 오직 혼자만 넘어가는데, 여기서는 할머니가 함께 넘어가는게 상당히 놀라웠는데요. 제 3의 여성상이 함께 포함되었다고 봐도 되지 않을지 싶습니다 ㅋㅋ. 비틀린 심상이라 치기에는 엄마가 너무 상쾌하게 삶을 긍정했네요. (약간 출산율 프로파간다 같은 말미의 상쾌함...) 오히려 이상적인 엄마니까 그 정도는 해야?
3. 너무 재미있는 해석입니다 ㅋㅋㅋ. 그 문을 열어젖히는게 탐욕스러운 팰리컨 무리라는 부분도 재미있네요. 배고파서 아무거나 다 먹을 수 있고 방금 떨어진 신선하고 어린 인간도 먹고 싶어서 그 문 속으로 함께 들어가죠. 누군가를 배불리기 위해선 누군가의 배를 따고 내장을 꺼내야 한다는 거군요. 뜯어먹고 싶은 마음에 탐욕스럽게 영화를 보러간 제가 오버랩 되면서 좀 찔리네요 :(
재미있게 잘 들었습니다. 확실히 소설보다는 시 같은 영화였습니다.
2023.11.01 21:39
재첨부에 가까운 재답변(?)입니다. 물론 여전히 개인적 헛소리에 가깝습니다.
2. 지나친 근친상간적이나 기타 등등 변태적 성애코드로 보일까봐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한데,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서 아이를 가진 여자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엔 그렇게 나가서 놀고 싶다고 하다가도 엄마 뱃속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라고 말하는 걸 보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의 역할은 '수호자'이기도 하고 조언자이기도 한데, 동시에 '젊었을 때의 할머니'와 겹쳐지면서 어머니가 아닌 여자의 이야기도 곁들여진 셈이기도 하고, 여자지만 여성은 아닌 존재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고… 사실 지브리 작품의 할머니들이 의외로 강자들이고 또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직계 모성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연륜과 모성 위의 모성이란 은유이기도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3. 사실 '탑'이자 무덤인데, 그 '탑' 자체가 외계에서 떨어진 운석 기반으로 지어진 것인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넘어온 애니메이션 이나 영화 같은 노동집약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집합적 창작문화재의 원형 위에, 일본적인 체계와 일본 문화 코드라는 외벽을 세운 건물 같은 위치인 현재의 재패니메이션 같은 것과도 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큰할아버지가 갖고노는 12개의 나무조각이 지브리 12개 작품이란 말도 있는데, 애니메이션 업계=탑 안에서 사는 노인네들에 의해 만들어진 장난감이라 생각하면 머 아주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것이기도 합니다.
머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 들이심이… (^_^)
2023.11.02 10:58
2. 지브리에서 강한 할머님들 많이 나오죠. 이번 젊은 할머님도 제 눈에는 너무 멋있었습니다. 침착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깔끔하게 상황을 설명해주죠. 그가 머물고 있는 낡고 오래된 거대한 배도 어떤 메타포일까 궁금하긴 합니다. 이 세상에 대해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곡물로 만든 음식을 먹는 엄마네 집과 크게 대비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그 물고기를 해체해서 나눠줬겠지만 그 고기를 나눠주거나 먹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 문화에서 육식과 채식이라는 것이 중요하다는걸 얼핏 읽었는데, (육식이 한참동안 금지되어 있던 일본에서 외세의 영향으로 왜소한 자신들의 몸을 불리기 위해 도입했다는데, 그로 인해 일본에서 신이 떠나고 더럽혀졌다는 식으로 받아들인 무리가 있더군요) 이 영화에서도 지브리의 자랑(?)인 맛나게 먹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걸 생각하면 중요한 모티브로 쓰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생명(고기)을 먹는 무리들과 주인공이 정원이 갖춰진 엄마네 집에서 가장 맛있게 채식 식단을 먹는 장면(영화 중에 딱 한 번 맛있게 먹는 장면?)은 굉장히 대비되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미지의 세계 내에서는 다 굶주리고 있는데 다들 채식을 하면 배불리 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근친상간적인 이야기 부분은, 산실에서의 종이투성이 대면 장면은, 아마 누구라도 [원령공주]의 저주 씬을 떠올리지 않았을지 싶더군요. 다만 그렇게까지 주장하기에는 좀 더 근거를 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인력거에서의 묘한 첫 만남이 떠오르기는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지브리 영화에서 사랑하는 상대방을 구해내거나 발견해내는 반복이었던 것 같기도.)
3. 저는 그 운석을, 외부로부터 온 상상력의 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람이 무언가를 창작하기 위해서는 결국 자기 내부에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선가 침입해들어온 것을 기반으로 쌓아올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것은 독자적이고 스스로의 힘이 있으며 그것과 계약을 하거나 힘싸움을 해서 창작물을 쌓아올려야 하는 것이지요. 작가들의 창작 세계가 작가 마음대로만은 되지 않고, 어쩌면 크게 붕괴되는 이유도 그 힘의 원천은 사실 자기에게 없기 때문이지 않을지. 그렇게 보면 그 '목소리'라는걸 혈연만 들을 수 있다고 상정해놓았다는 것은 좀 치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울에서도 나온 모티브를 생각해보면, 자신의 심장으로 계약해서 삐걱거리고 어디로도 갈 수 있는 지브리를 운용하는... ㅋㅋ 좀 웃기기도 하군요.)
저도 원 글에 썼듯 처음의 해석에 따르면 그와 같이 번역이 되고, 그런 제국을 쌓아 올릴 때 사람들도 많이 죽었다는 것이겠죠. 저는 그렇게 해석했을 때 가장 웃펐던 것이, 그 에니메션 업계 내부에서는 치열하고도 눈물나는 생존투쟁이 있는 반면에, 그것들이 바깥으로 나오게 되면 (혹은 바깥에서 그걸 보게 되면) 똥을 한 무더기 싸는 무해한 앵무새와 펠리컨들 덩어리로만 보이고 별것 아닌 것처럼 웃어 넘겨진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앵무왕조차도 굉장히 초라하고 우수꽝스러워지죠.
어떤 해석을 보니 운석은 알이며, 새들은 알에서 태어나는 종족이라 새들로 가득 차 있고,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새와 같이 그 세계를 깨고 나와야 한다고 하던데 일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으면서도, 잘 안 맞는 부분도 있고 그렇더군요.
2023.11.01 21:39
재첨부에 가까운 재답변(?)입니다. 물론 여전히 개인적 헛소리에 가깝습니다.
2. 지나친 근친상간적이나 기타 등등 변태적 성애코드로 보일까봐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한데, 나가노 마모루의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서 아이를 가진 여자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엔 그렇게 나가서 놀고 싶다고 하다가도 엄마 뱃속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라고 말하는 걸 보는 기분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의 역할은 '수호자'이기도 하고 조언자이기도 한데, 동시에 '젊었을 때의 할머니'와 겹쳐지면서 어머니가 아닌 여자의 이야기도 곁들여진 셈이기도 하고, 여자지만 여성은 아닌 존재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고… 사실 지브리 작품의 할머니들이 의외로 강자들이고 또 강하기 때문에 단순히 직계 모성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연륜과 모성 위의 모성이란 은유이기도 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3. 사실 '탑'이자 무덤인데, 그 '탑' 자체가 외계에서 떨어진 운석 기반으로 지어진 것인데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서 넘어온 애니메이션 이나 영화 같은 노동집약적인 기술을 요구하는 집합적 창작문화재의 원형 위에, 일본적인 체계와 일본 문화 코드라는 외벽을 세운 건물 같은 위치인 현재의 재패니메이션 같은 것과도 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큰할아버지가 갖고노는 12개의 나무조각이 지브리 12개 작품이란 말도 있는데, 애니메이션 업계=탑 안에서 사는 노인네들에 의해 만들어진 장난감이라 생각하면 머 아주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닌 것이기도 합니다.
머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 들이심이… (^_^)
2023.11.01 17:34
꿈을 꿉니다. 너무 인상적인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휘발되어지고 논리도 안 맞게 되요.
또 꿈을 꾸고 유사한 꿈인 것 같고 연결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꿈에서 한 소녀와 위험하고 신나는 모험을 한 것 같은데, 그 소녀가 엄마였던 것 같아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진짜 그런 것 같고, 꿈에서 연상되던 것들을 연결 시켜 봐요...
논리에는 맞지 않지만 상상의 영역에서는 가능하므로 글을 씁니다.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그 시절의 강렬했던 꿈을 이야기로 만들어요...
힘든 일은 아니에요.
"해석은 독자의 몫입니다."라고 하지 않아도 다들 해석하려고 하니까요...
저는 이렇게 이해하려고 하니까 마음이 시원해 지더군요.
2023.11.02 10:35
이런 해석도 괜찮더군요. 모든 것이 무질서하고 앞 뒤가 맞지 않는 한 폭의 꿈이고, 거기서 창작자가 느꼈을 정서를 비슷하게나마 따라가면서 공감하는거죠. 다 보고나서 강렬하게 전달된 정서가 있으니까요. 아련하면서도 비정하기도 하고. 꿈 속이었으니까 언제나 그렇게 당황하지 않고 바르게 서서 걸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저는 이 해석도 두고 더 생각해보는게 재미있습니다 ㅋㅋ.
2023.11.02 18:33
2023.11.03 09:28
덜 만든건지 다 만든건지 오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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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졸아서 좀 긴가민가한데 안그래도 영화가 딱 떨어지지 않아서 더 곤혹스럽더군요. 이 작품을 내재적으로 해석할 근거가 좀 부족하더라고요.
저는 그 금기의 방이 작동하는 원리가 새엄마가 주인공을 향해 품은 감정이 아니라 거꾸로 주인공이 새엄마를 향해 품은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과 갑작스런 새어머니의 등장, 그리고 그 새어머니가 아이를 품은 채로 있다는 것에서 어머니의 죽음과 자기 동생의 탄생이라는 사건을 받아들이는 내적 갈등이라고 생각했어요. 새어머니를 쫓아간다는 것이 새로 생긴 가족에 자기가 녹아들어가는 과정인데 그 과정에서 동생의 탄생만큼은 받아들이기 너무 어려워서 그렇게 금기로 작동했던 것 같았습니다. 엄마는 죽었는데 이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이를 낳으면 되는 일인가?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