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한겨레신문에서 편집국장의 1면 사과가 나왔군요.


 사건 진행 양상을 보면, 우선 11일자 한겨레신문에  

 <한홍구-서해성의 직설/DJ 유훈통치와 '놈현' 관 장사를 넘어라>라는 대담문이 실립니다. 

이에 대해 유시민이 트위터에서 


 "놀라워라, <한겨레>.. 민주당과 참여당더러 '놈현' 관 장사 그만하라고 

한 소설가 서해성의 말을 천정배 의원 대담기사 제목으로 뽑았네요"


라며 한겨레신문 절독을 '개인적'으로 '선언'합니다. 또 그는 


"서해성 씨가 실제로 그렇게 말했는지도 의심스럽고, 그렇게 말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따옴표 쳐서 제목으로 쓴 것은 편집자가 권한을 행사한 의도적 행위였다고 본다"


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노무현 지지자들의 비난이 한겨레에 빗발쳤고요.


  이미 듀나 게시판에서도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저는 대담문의 내용을 보았을 때

서해성이 노무현을 모욕하거나 비하하기 위해 '놈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문맥상 '놈현'은 노무현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긍정성을 지닌 용어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는 서해성이 인터넷상에서 사용되는 '놈현'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측면을 충분히 캐치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한겨레신문의 사과문을 보니 서해성은 '놈현'이라는 단어를

"핍박받던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기 위해 그런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합니다.

대담문에서 이 단어가 사용된 맥락을 감안했을 때, 정확히 '아다리가 맞는' 해명입니다.


  제가 이번 사태에서 놀란 점은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놈현'놈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문장에서 따옴표는 해당 단어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소위', '이른바'

의 의미를 품은 간접 인용의 표식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바보 노무현 '바보' 노무현


은 다릅니다. 전자는  단순히 노무현이 바보라는 의미로 읽을 수도 있지만, 후자는 '소위 바보라고 하는 노무현'

의 뜻으로 '바보'라는 용어가 담고 있는 반어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도 그 반어성을 감안해

해석할 수는 있지만, 후자의 경우는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단어가 가진 반어성을 독자에게 짚어 주고

있습니다. 단어를 표면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다른 의미가 내재해 있음을 감안해 독해하라는 친절한 안내인

셈이지요. 


  해당 기사를 읽어보면, '놈현'이라는 단어는 꼬박꼬박 따옴표가 되어 있습니다. 이 단어가 일반적인 비하의

의미가 아니라 오히려 반어적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죠. 게다가 문장에서 이 단어가 사용되는 맥락까지

감안하면 서해성이든 한겨레 편집국이든 '놈현'이라는 단어를 노무현을 모욕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분개한 것과 달리 이 대담문에서 노무현은 모욕당하지도, 비하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 표현의 적절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 '놈현' 정신이 칭찬되었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비전 또한 '놈현' 정신에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죠.


  그런데 제가 가장 이해가 안 갔던 것은 유시민의 태도입니다. 유시민은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 자신이 글쟁이

이기도 하고요. 그가 한겨레신문에 실린 대담문의 맥락을 정말 읽지 못한 것일까요. 일반인들이라면 몰라도

글쟁이인 그가 따옴표까지 사용된 대담문의 맥락을 읽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곰곰히 생각

을 해 보았는데, 두 가지 가능성이 나왔습니다.


  첫번째 가능성은 그가 본인이 가진 뛰어난 지적 능력의 균형감마저 상실할 정도로 '노빠'라는 것. 그래서 

'놈현'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맥락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단순하게 열을 받았다는 것. 그가 노무현 

재임 기간 중 보여 주었던 '무조건적인 노무현 편들기'를 생각하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그의 지적 능력에 대한 제 평가는 좀 하락하게 되겠지요. 


  두번째 가능성은 그가 한겨레 길들이기를 시도했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 대담집에서 '이빨에

까인' 대상이 노무현이 아니라 유시민이라는 점이 주목됩니다. 유훈통치니 관 장사니 하는 표현은 그 표현의

경박성을 떠나서 유시민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비판이죠. 


  팩트만을 보자면 정치인 유시민은 결국 자신을 '까는' 신문 기사에 대하여 지지자들의 항의를 이끌어 내고 해당 

신문사 편집국장의 1면 사과까지 받아냈습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일이죠. 가장 큰 이해 당사자가 본인은 슬쩍 뒤에

빠지고 '고인에 대한 예의'를 운운하며 남들의 손을 빌려 목적을 이룬 셈이 되니까요.


  두 가능성 중 어느 쪽이 실상에 가까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 쪽이든 유시민에 대한 제 호감은 

일정 부분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었습니다만.


  분명한 건 이번 사건이 굉장히 뒷맛이 안 좋다는 것입니다. 보기에 따라 기사가 마음에 안 든 한 정치인이

경영 사정이 어려운 신문사를 대상으로, '절독'을 운운하며 밥줄 끊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볼 수도 있는 일

이거든요. 신문 끊는 게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라면, 아무말 없이 조용히 끊으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오피니언

리더인 한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절독을 선언했습니다. 이건 자기 지지자들에게 같이 

절독을 하자는 신호에 다름 아닙니다. 나를 지지하는 여러분도 한겨레 신문에 압박을 가하라는 얘기죠. 이런 행위가 

마음에 안 드는 신문사에서 광고를 철회하는 삼성의 행위와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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