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대선때는 멘탈붕괴가 오진 않았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뭐랄까 될대로 되라, 푸하하하 저런 물건을 대통령으로 뽑는 나라구나 이런 시니컬한 기분이었죠. 무엇보다도 이명박을 너무 과소평가(?)했던게 컸어요. 천박하고 격이 떨어지는 '쪽팔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지, 이렇게 전형적인 의미로 악랄할줄은 몰랐거든요. 사기꾼이나 좀도둑인줄 알았지 무장강도나 조직폭력배일줄 몰랐죠.

 

올해 총선때는 좀 멘붕이 왔습니다. 요즘은 이런거에 관심 가지면 정치병걸렸다고 비아냥대더군요? 정치병 걸리긴 걸렸는지 머리속이 흐물흐물해진 채로 한달쯤 가더군요.

 

근데 이번에는 정말 자신이 없습니다. 투표하면 이긴다고 열심히 파이팅을 해보지만 가끔 공주가 옥좌에 앉는 상상을 할때마다-어떤 비유같은게 아니라-정말로 눈앞이 흐려지면서 아찔합니다. 원래 선거에서 내가 지지하는 쪽이 지면 울고불고하고 이민가겠다고 하고 징징대고 하는거야 흔해 빠진거라 이런 얘기 자체가 엄청 식상하잖아요. 근데 굳이 이런 얘길 할 정도로, 진짜 필설로 형용이 안될 정도로 절박한 기분이에요.

 

생전 안하던 짓도 하고 다닙니다. 저는 투표독려 전화를 한다는 얘기가 무슨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에피소드처럼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었는데 그 짓을 실제로 제가 하고 있습니다. 부작용으로 '생전 연락도 잘 안되던 놈이 무슨 수작이냐'고 욕은 몇번 먹었네요.

 

저는 (무슨 객관적 지표 그딴거 모르고 걍 제 생각;) 그냥 순수하게 사람들 머리속에 든걸 가지고 통계를 내면 대한민국 국민중에 박근혜세력의 집권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과반이라고 확신합니다. 문제는 투표로 현출되어야 한다는 것...

 

박근혜는 그동안의 '저쪽' 세력이 내놓았던 후보들과 정말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판단하기로는 그렇습니다. 높은 자리, 권력있는 자리에 여러가지 인간이 앉을 수 있어요. 그중에는 사기꾼도 있고 나쁜놈도 있고 투기꾼도 있고 성희롱범도 있고 이런저런 놈들이 다 앉을 수 있어요. 박근혜는 그런 차원이 아니라, 도저히 내 안의 밑바닥에서부터 타협이 불가능한 '상징' 그 자체입니다. 문재인이나 민주당 국회의원들, 이번에 진다고 정치생명이 끝나는건 아닐겁니다. 야당 활동 하면 되죠. 대통령 임기는 5년 뿐(?)입니다. 근데 일개 장삼이사인 제가 이렇게 절박함을 느끼는게 어줍잖고 웃기기도 합니다. 근데 저는 정말 못견뎌요. '아 기회주의 세력이 생명연장 하는구나 슬프다'의 차원이 아니라,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것을 빼앗기는 기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하는 유일한 것이 범해지는 기분이에요.

 

정말 이겨야 됩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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