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알람으로 "킬리만자로의 표범" 을 듣고 있어요. 처음 며칠은 나름 성공한 조크라며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하는 용필의 형의 낭송만 들어도 꼭두새벽부터 배 잡고 깔깔 웃었는데. 하루 이틀, 계속해서 듣다 보니 처음의 감동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찬바람 불기 시작한 요즘 같은 계절에는 심란하기까지 해요. 특히 피곤에 절은 아침, 알람을 끌 생각은 않고 멍하니 앉아 "자고나면 위대해지고, 자고나면 초라해 지는... " 의 대목을 듣고 있으면 그렇게 심란할 수가 없는 거죠. 요즘은 호르몬에 무슨 이상이 생겼는지, "나보다 더 고독하게 살다 간 고흐라는 사내도 있었는데..." 하는 대목에 이르면 괜시리 닭똥같이 찐득한 눈물도 눈가에 주렁주렁...


비슷한 케이스로 벨소리가 있죠. 몇 년째 AC/DC 의 Back in Black 을 지정해 놓고 있는데, 요즘은 까똑! 하는 소리 다음으로 진저리 치는 소리가 좌! 좌좌좡! 좌좌좡! 쫘라자라자장! 하는 Back in Black 의 기타리프에요. 사실 이런 실수는 처음이 아니에요. 열 다섯에 프레디 신을 영접한 뒤, 은혜로운 음성이 너무나 감미로워 "보헤미안 랩소디" 를 카셋트 테잎 양면에 풀로 더빙해서 주구장창 듣고 다녔죠. 오토리버스 기능도 없는 싸구려 워크맨으로 끊김없이, 쉴 새 없이 복음을 귀에 흘려넣는 방법으로 그만한 게 없었거든요. 일단 그 더빙 테잎 하나만 챙겨 나갔다면 그날 하루는 오로지 "보헤미안 랩소디" 만 듣는 거에요. 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 토 나오죠. woo woooo~


자연스레 보헤미안 랩소디와는 멀어졌고, 꽤 시간이 흐른 뒤에 서로 소원해진 그 노래와 저 사이를 이어준 분은 "이게 네 운명이다." 라는 말로 상심한 채 뒷좌석에 실려있던 저를 위해 플레이 버튼을 눌러 주었죠. 군기교육대 가는 길이었거든요. 가사가 어찌나 귀에 쏙쏙 박히던지. mama mia let me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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