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1 20:05
- 199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3시간 57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습니다.
(블링블링 애상적인 대만 청춘 성장물!!! 이라고 우겨도 될 법한 분위기의 포스터입니다만. 아래 적힌 정직한 제목이...)
- 때는 1961년 대만의 타이페이. 샤오쓰라는 10대 남자애가 주인공입니다. 부모님은 중국 본토에 살다가 대만으로 옮겨온 사람들인데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구요. 5남매나 되는 형편이다 보니 이 중엔 잘 사는 녀석도, 적응 못해서 속 썩이는 녀석도 있고 그런데 대체로 딸들은 잘 지내는데 아들 두 놈이 문제네요. 역시 딸이 최고입니다(?)
이 가족 소개만 해도 한 세월이라 걍 주인공 얘기만 하자면, 공부를 못해서 주간반에서 야간반으로 옮겨졌어요. 그런데 이 쪽엔 거의 조폭 수준으로 돌아가는 애들 조직이 있어서 맨날 패싸움에 군기 잡기에 난리구요. 당연히 샤오쓰도 '소공파'라는 조직에 본의 아니게 소속되어 지게 됩니다만 뭐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진 않고 대체로 거리를 두고 멀뚱멀뚱하는 편입니다. 애는 착하거든요.
문제는 그러다가, 지금은 사정상 도피 중인 요 조직 보스의 여자 친구 '밍'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밍도 샤오쓰가 싫지 않아 보여요. 그래서 둘이 썸을 타는데 감히 보스님의 여자를 건드리는 상황이니 자꾸만 험악한 일을 당하게 되고 뭐... 음... 그렇긴 한데. 생각해보니 이게 별 의미가 없네요. 영화 성격상 그렇습니다. ㅋㅋ 그래서 이만 중단하고요.
(60년전 남의 나라 청소년들 이야기인데 쉽게 이해가 되고 공감도 되는 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학교에서 선생이란 양반들이 저러고 있으면 이해가 안 가야 하는데 너무 바로바로 이해가 가서 문제. ㅋㅋㅋ)
- 뻘소리. 이 영화 제목을 볼 때마다 '아하~ 종로5가 보오령 약국!!!' 하던 라디오 광고가 생각이 납니다. ㅋㅋㅋ 어렸을 때 늘 궁금했어요. 대체 저 약국은 무슨 약국이길래 전국 방송 타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간에 이렇게 광고를 내보낼까. 그 광고 듣던 게 대략 30년 전인데 그 전에도 후에도 '약국'을 전국구로 광고하는 사례는 못 본 듯 하구요.
암튼 죄송하구요;; 이 또한 전설의 영화이자 동시에 환상의 영화였죠. 1991년작이다 보니 한국의 씨네필 워너비 유행보다 전에 나온 영화였고. 그래서 유명하긴 엄청 유명했는데 정식 개봉은 2017년에야 간신히 했습니다. 그러니 그 전에 본 사람들은 거의 불법 복제 비디오로 봤든가 아님 무슨무슨 상영회 같은 데서 본 거였든가 그랬구요. 그나마도 런닝 타임의 압박이 있으니 어지간히 강력한 의지로 불타는 분들 아니면 볼 생각을 하기 힘든 영화였죠.
그런데 예전엔 구하기 힘들었다는 핑계라도 있었는데, 이전 왓챠 같은 데 떡하니 올라와 있으니 계속 외면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봤습니다. 특히 요즘 긴 영화들 몰아서 보고 있으니 딱 적절한 타이밍이기도 했네요. 그런데 그게...
(포스터와 이 스틸을 조합하면 꽤 그럴싸하게 사기를 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대만 로맨스 최고의 명작이라고!! 꼭 봐야 한다고!!!!)
- 제 소감은 두 방향으로 나뉩니다.
일단 일차로,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버전의 소감부터 얘기하자면요. 재밌습니다. 4시간에 육박하는 런닝타임이 압박이 아니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의외로 그 시간이 지루하거나 졸립지 않아요. 80~90년대의 대한민국 학교를 체험한 사람으로서 샤오쓰의 파란만장 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는 쉽게 공감 가능하다는 게 보탬이 되구요. 거기에 당시 어른들 갑갑하고 희망 없이 사는 것도 역시 똑같진 않아도 대애충 비슷한 분위기가 당시 한국에 있었고. 그래서 100%와는 거리가 멀어도 대애충은 이야기의 배경이 쉽게 받아들여집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와글와글 참 많이도 튀어 나오는 십대 캐릭터들이 나름 귀엽고 짠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요. '진짜'라는 느낌이 그럴듯하게 잘 들면서도 하나하나 다 호감 갖고 지켜볼만한 구석을 갖고 있어서 골고루 관심이 가고 걱정이 되고 그렇습니다. 게다가 제목부터 저 모양인 영화인데 얘들이 영화 내내 다들 험한 꼴을 당하고 고생과 고생과 개고생들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흥미롭게 보게 되구요.
또 영화가 정적인 분위기이긴 한데 의외로 느리지는 않아요. 쉬지 않고 사건이 벌어지고, 등장 인물들이 위기에 처하고 해서 '이걸 견뎌내야해!' 같은 기분이 드는 대목은 거의 없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강도를 높여가며 복장 터지게 만드는 전개도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고요. 또 네 시간이나 되다 보니 보다 보면 정말로 애들한테 정이 듭니다. 대략 다섯 편 정도 되는 드라마 한 시즌을 몰아 본다는 마음으로 보면 힘들 것도 없이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 영화였어요.
(이 이야기의 팜므 파탄(...) 밍 역 배우의 캐스팅이 참 절묘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영화 하나로 배우 경력을 끝내셨다니 아쉽기도 하구요.)
(정이 가는 귀여운 캐릭터들이 몇몇 나오고 덕택에 생각보다 덜 하드하고 안 난해한 느낌으로 스토리를 따라가게 됩니다.)
- 그럼 두 번째 방향의 소감은 뭐냐면....
영화가 쉬운데 되게 어렵습니다. ㅋㅋㅋ 알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모르겠구요. 대충 그럭저럭 이해한 것 같은데 조금만 생각해보면 아 그건 뭐였지... 하는 것 투성이고 그래요.
일단 가장 큰 이유는 대만 현대사에 대한 제 무식입니다. 이 영화 자체가 '1961년 여름의 대만, 타이페이의 한 순간을 뚝 잘라다 그대로 체험시켜 드릴게' 라는 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구구절절 설명조의 대사나 나레이션 같은 건 없습니다. 영화 시작할 때 짧게 한 번, 끝날 때 에필로그 격으로 한 번 나오는 자막을 제외하면 그냥 다짜고짜 그 시절, 그 상황에 툭 떨궈 버리는 느낌인데요. 그러다 보니 '바로 그 시절 그 곳의 시대상과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제가 바로 위에다 적은 것 같은 소감만 남습니다. 되게 긴데 그런 것치곤 재밌네. 애들 귀엽고 짠하네... ㅋㅋㅋ
분명히 영화 속 어른들이나 애들 관계에는 어떤 사회적 배경이 있고. 또 주인공 가족들이 겪는 고난 같은 부분들에도 이유가 있고. 그렇다는 것이 충분히 티가 나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면 갑갑해질 수밖에 없겠고 제가 그랬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야 시대 배경을 검색으로 찾아봤는데 이걸 영화 보기 전에 읽었어야 했구나... 했네요.
또 한 가지는 이게 등장 인물이 되게 많고 벌어지는 일이 아주아주 많으며 그게 거의 다 비슷한 비중으로 중요하다는 겁니다.
캐릭터가 아주 많고 얘들이 또 다 비슷한 차림새를 하고 우루루 몰려 나오니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얘가 A였나 B였나!?' 하는 식으로 계속 혼동이 와서 뇌가 꼬여요.
그런데 이 캐릭터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다 중요한 조각들이다 보니 장면이 바뀔 때마다 이야기 따라잡는 데 시간차가 생겨서 감상이 지저분해집니다.
밤낮으로 눈 뜨고 있는 시간 내내 불합리와 폭력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심정도 중요하고, 살아 남자니 자기 좋다고 접근하는 사람 쳐내지 말고 다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격하게 인생 꼬이는 밍의 사정도 중요하고, 생소한 땅에 자식을 다섯이나 데리고 살아 남아야겠는데 자꾸 엄한 걸로 정부에게 시비 걸리는 주인공 아빠의 복장 터지는 심정도 중요하고, 또 뭐뭐뭐 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자꾸만 얘를 쟤로 착각하다가 '어라? 아니었네??' 하고 있으니 내용이 제대로 접수가 되겠습니까. ㅋㅋㅋ
그래서 다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건 보려면 예습도 필요하고, 또 최소 두 번 이상 봐야 하는 영화구나. 아 그런데 그러면 8시간... 음...;;
(그냥 깡패들 쌈박질 하는구나! 라고만 이해하고 넘어가도 큰 문제는 없지만 결국 이해가 부족해지구요.)
(영화 감독에 대한 주인공의 마지막 일갈도 그냥 그러려니 이해하고 넘겨도 되지만 '대만 뉴웨이브' 같은 걸 주워 들은 적이 있으면 좀 더 이해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의 템포는 느긋하고, 화면은 정적입니다. 거기에 맞춰 주인공 샤오쓰란 녀석도 말이 그리 많지 않고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또 응시하며 관찰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요. 초반에 랜턴을 득템해서 거의 클라이막스까지 들고 다니는 건 이런 캐릭터 성격에 맞춘 거겠죠. 그래서 그걸 내다 버리는 순간이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거고.
그렇게 샤오쓰 얘길 하다가, 밍의 이야길 하다가, 폭력 조직 빌런들 얘길 하다가, 샤오쓰 부모 얘길 하고, 학교 얘길 하고, 대만의 정치적 상황 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상황들에 대한 이야기를 넘나드는데도 일관된 톤과 흐름 덕에 어수선함 없이 죽 따라가며 보게 만드는 솜씨가 일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이게 뭐랄까, 다 보고 나면 무엇 하나 쓸 데 없는 이야기가 없었고, 그 모든 게 더해져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느낌도 들고. 그러니 '숏컷'에게 밀릴 게 없는 잘 쓰고 잘 찍은 군상극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시 말하지만 지루하고 재미 없는데 막 견디고 참아내며 봐야하는 그런 류의 영화는 전혀 아니에요. 호기심은 가는데 아트 씨네마의 명작 중 대략 상위권에 놓여져 있는 그 이미지와 런닝타임의 압박 때문에 손 못 대고 계셨던 분들이라면 그냥 일단 한 번 틀어보시길. 금새 다 보실 겁니다. 다만 다 보고 나면 '좀 더 뭘 알고 이해해야 할 것 같은데?' 라는 기분이 든다는 거. 그게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압박... 이라면 압박 되겠습니다. ㅋㅋㅋ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걸까요. 요 아빠 캐릭터가 참 영화 내내 짠하더군요. 갑갑한 양반이지만 그만큼 짠하시던.)
- 결론적으로 추천이냐 비추천이냐, 고 묻는다면 추천 쪽으로 기웁니다. 한 몇 분에서 몇 십분 정도 그 시절 대만 상황만 찾아 보고 관람하신다면 배경 지식은 따라가기 힘들 것 없구요. 등장 인물들 구분 때문에 힘들었던 건 뭐 제가 원래 영화 배우들 한정으로 안면 인식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그런 거기도 하구요. ㅋㅋ
참 울적하면서도 서늘한, 성장 못하는 성장담 같은 이야기였구요. 막판에는 꽤 강한 정서적 울림 같은 것도 남고 그럽니다. 그 울림이 맘에 들 수도 있고 정말 격하게 싫을 수도 있겠는데 어느 쪽이든 그게 영화가 못 만들어서, 이야기가 나빠서 그런 건 아니라는 거. 그러니 '나는 영화가 맘에 들면 4시간 짜리라도 충분히 두 번 볼 수 있다!'라는 분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시길.
잘 봤습니다. 다만 재감상은 좀 나중에... ㅋㅋㅋㅋㅋ 3시간 50분을 두 번 연속은 제겐 무리입니다!!!
+ 그러니까 주인공 저 어린이가 장첸인 거잖아요? 벌써 일년. 허허. 아주 잘 자랐군요.
비극의 팜므 파탈 밍 역을 맡으신 분은 원래 아마추어이고 영화는 일생에 이것 한 번만 찍으셨다는데 역시 잘 했습니다. 역할에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 보는 내내 '반교: 디텐션' 생각을 했지요. 여러모로 대만 사람들에겐 집단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끔찍한 시기였나 봅니다.
+++ 한국 개봉 당시에 이 영화가 여성 혐오적 태도를 갖고 있다고 논란이 된 적이 있나 보군요. 뭐 이 영화에 나오는 남성 캐릭터들이 거의 다 그런 성향을 갖고 그런 태도를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근데 영화가 그걸 정당화 내지는 미화하려 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전 그런 건 전혀 못 느꼈어요. 오히려 영화는 순간 순간의 짧은 장면들을 통해 밍에게 샤오쓰나 여타의 남자들이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자기만의 생각과 의지, 내면이 있다는 걸 분명히 보여줍니다. 샤오추이 캐릭터의 마지막 장면 같은 걸 보면 아예 대놓고 남자애들의 그런 시선을 꾸짖기까지 하구요. 물론 여성 캐릭터들이 중심에 서는 영화가 아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론 1990년 언저리의 동양 남성 감독이 만든 영화가 이 정도 시선을 보이는 경우도 그리 흔친 않았던 것 같은데요.
++++ 바로 위 문단의 마지막 문장을 적다가 문득 깨달았네요. 이게 1991년작인데 그걸 생각해보니 새삼 영화가 더 대단해 보여요. 그 시절에 대만에서 이렇게 세련된 영화를, 이렇게 기술적으로도 깔끔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구요. 허허. 근데 지금은 왜
+++++ 스포일러는 정말 간단하게, 짧게 대충 요약해 버리겠습니다.
계속 많은 일이 벌어집니다. 주인공 아빠는 억울하게, 영문도 모르고 경찰에 끌려가서 사상범인지 아닌지 가르는 조사를 몇날 며칠을 밤을 새며 당한 후에 다행히도 무사히 돌아오지만 실직하구요. 폼나게 컴백했던 밍의 원래 남자 친구, 그러니까 소공파의 보스는 혼자서 오만 허세를 다 부리며 상대 조직 앞에서 폼을 잡다가 정말 허무하게 살해 당합니다. 여기도 저기도 믿을 구석이 없는 밍은 자기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라면 애든 어른이든 모두 받아들이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점점 밍에 대한 애정이 커져가는 주인공은 그런 밍이 못마땅하죠. 그러다 사고를 쳐서 학교에서 잘리기도 하구요. 뭐 그래도 잘린 후엔 검정고시 비슷한 걸 준비하며 나름 성실하게 살아 봅니다만. 그러다 그동안 자길 많이 도와준 부잣집 친구가 밍과 사귄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찾아가서 따지고, 화내고 하다가 급기야는 칼을 들고 학교로 찾아갑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그 친구는 못 만나고, 대신 밍을 마주쳐 버려요. 일단 헐레벌떡 숨어 보려 하지만 밍이 쫓아와 말을 거니 얼떨결에 대화를 하다가. 20세기 10대 남자애다운 허세를 부리며 '나만 좋아해라. 내가 널 변화시켜 주마' 같은 대사를 날리는데 이게 자폭 크리티컬이었네요. 하찮고 어이 없다는 듯이 싸늘하게 화를 내며 '니가 뭔데. 너도 딴 남자애들이랑 똑같아'라며 몰아 붙이는 밍에게 뭐라뭐라 반박을 해 보다가 그만...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그냥 밍을 찔러 버립니다. 두 번, 세 번 찌르고 밍은 쓰러지고. 그러고서 주인공은 일어나. 넌 일어날 수 있어. 왜 못 일어 나니... 같은 소리를 하면서 그 자리에서 펑펑 울다가 경찰에 체포됩니다.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10대의 살인 사건으로 나라를 뒤집어지고. 1심 재판에서 사형을 언도 받지만 항소심에서 15년형으로 감형이 되네요. 하지만 주인공은 다시 등장하지 않고, 면회 대신 편지 대신에 자기 노래 테이프라도 전해 달라는 주인공 친구 '캣'의 테이프를 교도소 사람들이 걍 쓰레기통에 처박고요. 영화 내내 고장나서 제대로 작동을 안 하던 라디오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입학 시험 합격자들의 이름이 한참 흘러나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 개인적으론 샤오추이 캐릭터가 주인공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가 인상적이었어요. 밍을 부잣집 친구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샤오추이를 찾아가서 좀 없어 보이게 막 들이대는데요. '뭐래? 너도 남들처럼 나 무시하지 않았어?' 라며 싸늘하게 대꾸하거든요. 실제로 영화에서도 그동안은 주인공 입장에서 뭔가 좀 헤프고 생각 없이 사는 애로 묘사가 됐었는데. 사실 얘도 자기 생각과 주관이 있고 또 자기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면서 열심히 사는 애였던 거죠. 오히려 주인공 따위보다 훨씬 야무지고 똑똑한 애였다는 거. 그래서 주인공은 따져 보지도 못하고 물러났다가 마지막의 그 사단을...
2023.09.21 20:25
2023.09.22 10:04
조성용님은 당연히 극장에서 보셨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ㅋㅋㅋ 2017년에 개봉했으니 나중에 특별 상영했던 걸로 보셨나봐요.
2023.09.21 20:47
90년대 '비정성시'나 이 영화를 내놓던 대만을 보라며 우리는 왜 이 지경? 했던 친구 말이 떠오릅니다.
콩사탕이 싫어요의 사회 분위기나 미국 대중문화 영향이나 많은 면에서 우리와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당시에 비교되고 감탄도 하고 그랬나 봐요.
개봉하고 극장에서 보았는데 지루한 줄은 몰랐지만 저도 인물들을 혼동해서 이야기를 정확하게 따라가기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 대하드라마 시리즈가 이어지네요!
2023.09.22 10:07
맞네요 '비정성시'도 있었죠.
사실 한국도 자국 사회 비판하는 영화 좋아하는 걸로는 세계 상위권인 것 같은데. 제도권에서 그런 걸 자유롭게 만들게 되는 데는 시간이 참 많이 걸렸던 것 같네요.
별 생각 없이 '숏컷'을 보고 나서 "와, 세 시간 짜리도 볼만 하구나!" 하고서 연달아 런닝타임 긴 영화들을 달리고 있지요. ㅋㅋ 그것도 대략 오늘까지가 마지막이고 내일부턴 다시 짧은 호러/스릴러로 돌아갈 계획입니다. 런닝 타임도 런닝 타임이지만 뭔가 예술스런 영화들을 연달아 보니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느낌이라 쉽지 않네요. 하하;
2023.09.21 21:58
보면 볼수록 참 슬픈영화에요 여러가지 의미로요
2023.09.22 10:07
느릿느릿하고 우울한 이야기인데 또 지루하진 않은 게 신기하더라구요. 확실히 감독이 능력자는 능력자였던 듯.
2023.09.21 23:23
2023.09.22 10:10
원래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번 이상은 봐야한다. 라는 식의 이야기에 거부감이 있는 편인데 이 영화는 정말 여러 사정으로 첫 감상은 '초벌'처럼 될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ㅋㅋ 최소 한 번은 더 봐야할 것 같은데 언제 보게될진 모르겠고. 근데 또 너무 나중에 보면 처음 보는 거랑 똑같을 거라... 애매하네요. ㅋㅋㅋ
캣이 진짜 시선 강탈 캐릭터였죠. 나오면 나올 때마다 장면의 지배자! 하하. 영화의 어둠 칙칙한 톤에서 거의 유일하게 시작부터 끝까지 활기차고 긍정적 에너지가 가득한 캐릭터여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구요.
밍 배우가 연기를 잘 하진 않았죠. 맞습니다. ㅋㅋ 그래도 맡은 역할에 잘 어울려서 전 그냥 괜찮았어요.
2023.09.22 12:55
3시간 넘어가는 작품들은 아무리 명작이라도 보고나면 어쩔 수 없이 진이 빠지는 느낌이라 연이어 감상하는 건 무리인데 무려 세 작품이나 연달아서 그것도 4시간에 달하는 작품까지 보시다니 너무 달리신 것 같아요 ㅋㅋ 내친김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스나이더 컷)도 한번 도전해보시면 어떨지?
예전에 처음 시도했을 때 중도포기도 아니고 그냥 초반에 벌써 스토리도 감성도 못따라가겠어서 일찌감치 꺼버렸었는데 에드워드 양이라는 감독에 대해 줏어들어서 알게되고 다른 작품들로 익숙해진 다음에야 제대로 감상했었던 작품입니다. 참 여러가지로 복잡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묘하게 감동적이기도 하면서 충격적이기도 하고 슬프고... 대만 자국 관객들이 느꼈을 감흥은 더 강했겠죠. 그러고보니 정말 말씀대로 '반교: 디텐션'이 생각나네요. 아무래도 시대배경이 그렇다보니... 우리나라도 그렇고 저런 야만과 암흑의 시기를 거쳤던 나라의 예술가들은 그게 본인의 개인적인 성장은 물론 작품세계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고 종종 다루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양 감독님은 국내개봉했을 때 뒤늦게 감상한 '해탄적일천'만 봐도 이게 장편 데뷔작에서 가능한가 싶은 수준의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세련된 연출, 80년대 수준에서 굉장히 유려한 비주얼 등이 돋보이더군요. 명감독은 역시 떡잎부터 다른 걸로...
2023.09.22 21:36
그게 사실 런닝타임으로 따지면 이 영화가 여섯 번째고 오늘 올릴 영화로 1주일 채워집니다. ㅋㅋ 스나이더 컷도 언젠가 봐야할 거 이참에! 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이젠 힘들어서요. 언젠가 시즌 2를 준비하는 걸로. 하하;
에드워드 양 영화는 이거랑 '하나 그리고 둘'이 한국에서 인기였는데. '하나 그리고 둘'도 볼까... 하다가 일단 뒤로 미뤄뒀습니다. 보려면 그 전에 이 영화를 한 번 더 보든가 하려구요. 최소한 등장 인물은 안 헷갈리는 상태로 한 번 봐 줘야 정말로 제대로 본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아요.
'해탄적일천'은 듀나님 리뷰로 처음 존재를 알게 된 영화인데, 최근에 '최가박당'을 본 다음에 검색하다 보니 거기 주인공 형사님이 그 영화 주인공이더라구요. ㅋㅋ 예쁘고 매력적이신데 연기도 진지하게 잘 하는 분이고 나중엔 감독, 제작까지 잘 하셨구나! 하고 감탄했네요.
2023.09.22 22:38
하나 그리고 둘은 아마도 많이들 그럴텐데 에드워드 양 필모에서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꼭 보시길~
저도 해탄적일천 주연배우가 어디서 낯이익다 싶었는데 최가박당의 그 분일 줄은 몰랐습니다. 해탄적일천 자체도 본인이 제작에 참여해서 투자자들이 너무 길다, 내용이 어렵다 이래저래 태클 거는데 양 감독님 비전대로 만들 수 있도록 조율을 잘했다고 하더라구요.
2023.09.22 13:10
http://www.djuna.kr/xe/board/13349341
2023.09.22 21:37
그렇군요! 저만 그런 게 아니었다니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음핫하. 댓글 감사해요.
2023.09.22 20:41
저도 반교 때 다시 한번 봤었어요. 90년대에 처음 감상했을 때는 배경지식이 전무한 상태여서인지 말씀대로 초벌만 어설프게 되었던 것 같아요. 나이 한참 먹고 보니 반교도 그렇고 이영화도 그렇고 한동안 제가 그시기를 직접 보낸것 같은 착각마저 들 정도로 깊이 의식에 박히더라고요. 역사를 필름에 담는 방식이 우리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2023.09.22 21:39
전 학생 때 국사도 별로 안 좋아했고 세계사도 마찬가지여서 대만 역사도 정말 몰랐거든요. 그래서 '반교' 게임을 하면서 인상이 꽤 강렬했는데. 이 영화까지 보고 나니 그게 더 생생해지구요.
그게 한국인들도 분명히 역사적 소재 좋아하고, 또 근대사를 비판하고 분노하는 것도 열심히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뭔가 늘 많이 '분노'하는 느낌이죠. 이렇게 차분하게 관조하듯,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큰 그림을 그려내는 식의 영화는 잘 못 본 것 같아요.
2023.09.23 12:56
사실 이 영화를 어릴 때부터 영화음악실에서부터 들었지만, 대만의 현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더 알면 알수록
영화 자체는 보고 싶어지지 않았던거 같은데, 영화의 앞부분(?)이 상당히 길고 지루하다는 평이 많기도 했구요.
대만이라는 나라가 그토록 복잡하고 비극적인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걸 아주 아주 늦게서야 알았죠.
여기에 "Sea of love"가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네요. 나무위키가 여기에 나오는 팝송목록을 다 보여준게
아닌지 모르겠지만요. 영화음악실에서 그렇게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나보군요.
2023.09.23 23:47
음... 근데 제가 진지하고 느리면서 지루한 영화들 굳이 참고 보는 성격이 아닌데요, 이 영화의 앞부분이 지루하단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초반 톤이 거의 끝까지 일정하게 가다 보니 오히려 후반에서 지칠 수는 있겠는데요. 암튼 엄청 진지한 영화였지만 그래도 지루한 영화는 아니었어요. ㅋㅋ
그리고 그 노래는... 기억이 잘 안 나서 영어로 검색을 해봤는데도 'Sea of love'는 안 나오는 걸로 봐서 아마 안 나온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극장에서 본 지 벌써 5년이 넘었군요...
https://kaist455.com/2017/12/24/a-brighter-summer-day-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