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가 완결되었습니다.

 

2010년 저승편을 정말 재미있게 봤었는데, 이승편이 시작되면서 손을 놓게 되었습니다.

 

2년의 시간이 지나, 신화편까지 완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밀린 숙제하듯 이승편을 정주행하였습니다.

 

주호민씨의 작품에는 서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잘 녹아 있어서, 보고나면 항상 눈시울이 촉촉해 집니다.

 

 

2010년경 이승편을 보다가 왜 손을 놓게 되었는지 잠깐 생각해 보았습니다.

 

철거촌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힘없는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밀려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찾아서 보고, 함께 가슴 아파하곤 했었습니다.

 

90년대 후반에 대학생이던 저는 철거촌에서 하루밤 자면서 용역들과 대치하기도 하고, 구로공단 어느 공장의 부당해고에 맞서 여공들과 어깨를 걸고 싸우기도 했죠.

 

그런데 언제인가부터 그런 곳에 눈길을 주기 싫어졌습니다.

 

 

 

왜 눈길을 주기 싫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나만 잘 살고 있다는 죄책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단순한 귀찮음, 추한 것은 보기 싫다는 속물적인 생각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죄책감인 것 같습니다.

 

정규직 직장을 얻은지 5년쯤 흐르다보니, 정말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네요. 때론 일이 너무 많아서 가끔씩 지옥같은 회사생활이 펼쳐지기는 해도 잠깐만 버티면 또 월급이 나옵니다.

 

짤릴 위험도 크지 않고, 호봉이 오르면서 매년 월급은 오르네요. 큰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먹고 사는 걱정은 없습니다.

 

이렇게 되니까 투쟁의 현장에서 들려오는 외침을 애써 외면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한 모습을 보면, 나의 편안한 삶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될까봐 방어심리가 작동하나봐요.

 

 

일이 늦은 시간에 끝나면 택시비가 아까워서 5km가 넘는 거리를 걸어서 오신다는 철거촌의 한 아저씨, 분유값이 없어서 부당해고 투쟁을 접었다는 여공들은 다 잘지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긴 시간 단식투쟁으로 힘들어 하셨던 노조위원장님은 잘 계시겠죠. 당시 투쟁이 끝나고 민주노동당 어디쯤에 자리잡으셨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뭘 하고 있을까요.

 

그 분들을 생각하면서, 오랜만에 아내와 근사한 식사를 하기 위해 호텔 레스토랑을 검색해 보는 저는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 사람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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