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세번의 만남, 그 후

2011.12.10 13:50

나옹이 조회 수:3982

11월초 한 남자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이름이 예쁘시네요"

많이 들어보지 않았지만 일단 기분이 좋았습니다.  첫날 우린 1시간 정도를 그렇게 통화를 하며, 김애란의 소설을 둘다 좋아하는 것과 이상문학상 단편집을 좋아하는 공통점을 찾고 매우 기뻐하고 신기해 했었습니다.

어느 날씨좋던 가을날 오후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선한 눈매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었습니다. 우린 밥을 먹고 차를 먹고 공원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방이 그의 다리에 닿아 죄송하다고 했었고 저를 쳐다보는 눈빛과 저에게 자꾸 다가오는 그가 싫지 않았습니다.

집에와 잠깐 있을 찰나 다시만나자고 하는 그의 문자로 우린 어느 토요일 저녁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두운 식당 선한 웃음을 띄는 조금은 어색한 표정의 그가 좋았습니다. 화장실 다녀오며 본 그의 어깨가 작아보여서 장난이 치고싶어 살짝 놀래키는 시늉을 하며 그의 등뒤에 손을 대었습니다. 그리고 제앞으로 아기처럼 고개를 쑥 내밀던 그가 지금은 아픕니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일요일 오전 다시 만났습니다.

그의 팔짱을 끼고 싶었지만 그의 팔 언저리에서 제손은 멈췄습니다. 아마도 그 팔짱의 주인은 제가 아니라는걸 제몸이 먼저 알았는지도 모르겠네요, 매주 그의 머리모양을 놀리기도 했지만 조금씩 길어지는 그의 머리를 보는게 좋았습니다.

이후로도 걱정해주던 안부를 묻던 그의 연락이 어제 갑자기, 그간의 내용과는 너무도 다른 문자가 되어 왔습니다.

인연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것밖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겠어서 동의 했습니다.

장기간 연애를 한것도 아닌데 그냥 소개팅해서 세번 만난것뿐인데 뭘 그렇게 까지 실연당한 여자처럼 굴고 그래 라고 제 이성은 말하지만 제 감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잠시나마 그 시간을 함께 헤쳐나와서 행복했었다고 그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제 별 의미없이 모두 들릴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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