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6 22:33
오늘 밤 11시 40분 EBS1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퍼펙트 월드(1993)>입니다.
제가 예전에 이 영화를 TV에서 보다가 마지막 장면을 못 보고 어딜 가야했나 해서 끝까지 못 봤던 것 같은데...
그래서 아직 결말을 모릅니다. 드디어 오늘 알 수 있겠네요. (사실 봤던 부분도 거의 다 잊어버렸지만...)
재미는 있었던 것 같은데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역시 토요일 밤이 되니 다 제끼고 놀고 싶은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네요.
더구나 이 영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걸 발견하고 보기로 했어요.
(저는 케빈 코스트너가 감독한 영화인 줄 알았는데 그건 <늑대와 춤을>이군요.)
이 영화는 이스트우드 감독이 <용서받지 못한 자(1992)>를 만든 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를 만들기 전에 만든 영화네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상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아니면 제대로 못 만들었는지 이 영화는 어떤 영화상도 받지 못하고 후보도 되지 못했는데
신기하게 [카이에 뒤 시네마]의 1993년 Top 10 영화로 뽑혔습니다.
metacritic 평론가 평점 71점, imdb 관객 평점 7.6점으로 재미도 있고 그리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은 것 같아요.
로저 이버트 평론가는 100점을 줬고 뉴욕타임즈도 90점, 롤링 스톤 88점 등으로 좋은 평점을 줬네요.
100점부터 42점까지 평론가 평점이 고르게 분포해서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입니다.
사운드트랙을 보니 노래 제목들이 제 취향이네요.
심심하신 분들, 같이 봐요.
Rusty Draper - Night Life
Jim Reeves - Dark Moon (가수는 제 취향의 목소리로 바꿈 ^^)
Hank Locklin - Please Help Me I'm Falling (처절한 가사네요. ^^)
2020.05.16 23:00
2020.05.16 23:09
앗, 안 보셨으면 오늘 같이 보시면 되겠네요. ^^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케빈 코스트너 배우는 지금 어디서 뭐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영화 사운드트랙 중 귀여운 노래 한 곡 붙여봐요.
Perry Como - Catch A Falling Star
2020.05.17 00:02
하지만 이미 '출발 스포일러 여행'과 채널 돌리다 예고 없이 목격해버린 장면들을 통해 시작부터 끝까지 다 요약본 학습을 완료해서요. ㅋㅋ
결말이 뭔지도 알고 심지어 마지막 장면도 티비로 똑똑히 다 봤습니다. ㅠㅜ
2020.05.17 22:11
2020.05.17 22:54
아, 맞아요. <히든 피겨스>에서 봤던 기억이 이제야 나네요.
흑인여성 3인조만 기억하고 케빈 코스트너는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
목소리가 맘에 들어서 한 곡 붙여봐요.
Jim Reeves - Roses Are Red (My Love)
2020.05.16 23:08
저는 어릴 때 봤는데 엔딩만 기억나네요. 정말 인상적이었어서
2020.05.16 23:22
옛날에 봐서 내용은 기억이 안 나는데도 결말을 못 봤다는 아쉬움이 남아있는 걸 보면
결말이 뭔가 아슬아슬 긴장감이 넘쳤던 것 같긴 해요. 기대되네요.
이 영화 사운트트랙에 있는 노래 한 곡 보내드려요.
Chris Isaak - The Little White Cloud that Cried
2020.05.17 00:30
2020.05.17 02:53
옛날에 이 영화 볼 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봤던 것 같아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내내 헤인즈를 추격하고 지켜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헤인즈를 범죄자인 아버지로부터 떼어내기 위해 소년원으로 보내버린 자신의 결정이
과연 최선의 결정이었는지 묻고 싶은 것 같기도 하네요.
어떤 아버지가 자식에게 좋은 아버지인지, 그런 기준이 있기는 한 건지, 그런 기준을 타인이 정할 수 있는지...
다 보고 나니 이 영화는 범죄 스릴러 영화의 탈을 쓴 가족 영화네요. 그래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방송한 거였군요.
영화 중반까지 헤인즈를 못 잡게 각본가와 감독과 배우들이 온힘을 다하는 느낌... ^^
덕분에 영화의 흐름은 좀 느려지지만 뭐 이 영화는 가족 영화가 되고 싶은 범죄 영화이므로...
8살짜리 아이에게 결정권을 주는 장면이 영화에서 너댓 번 나왔던 것 같은데 저래도 되는가 싶으면서도
그때마다 아이의 얼굴이 환해지고 적극적이 되는 걸 보면서 스스로 결정하게 맡기는 것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영화 사운드트랙의 대부분이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여서 들릴락 말락 하더군요.
Ray Price - Funny How Time Slips Away
2020.05.17 21:19
소년과 케빈코스트너가 자동차를 몰고 도망칠때 소년이 자동차 지붕에서 두팔을 뻗고 느끼던
'Rain drops falling on my head' 이건 주제가로 안쳐주시나요
2020.05.17 22:39
아, <내일을 향해 쏴라>에 나온 그 노래가 <퍼펙트 월드>에도 나왔었나요? (제 귀에만 안 들렸는지... ^^)
소년이 자동차 지붕에 올라타고 달리는 장면은 보면서 따라해 보고 싶은 충동이 마구 솟아났었는데 노래는 안 들렸어요. 엉엉
<타이타닉>에서 케이트 윈슬렛이 두 팔 뻗고 있던 것만큼이나 따라해 보고 싶은 포즈였는데 아무래도 저는 중심 못 잡고
굴러떨어질 듯... 밧줄로 온 몸을 포박해 놓지 않는 한... 그런데 꽁꽁 묶인 채로 두 팔만 하늘로 뻗으면 뭐하나 싶기도 하네요. ^^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서 붙여봅니다.
Fred Neil - A Little Bit of Rain
2020.05.18 14:49
기억이 나시질 않던 결말은 마음에 드셨나요?
2020.05.19 00:34
(이 댓글에는 스포가 포함될 수밖에 없겠습니다. ^^)
이 영화에서 헤인즈는 의외로 좋은 사람처럼 보이죠. 아이에게 나름 잘해주고 아이의 의견도 존중해 주니까요.
그런데 결국 헤인즈와 함께 있던 아이는 총을 잡고 헤인즈를 쏩니다.
결과적으로 헤인즈는 아이에게 총을 잡을 수 있게 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을 쏠 수 있게 만든 사람이죠.
저는 이 결말이 마음에 듭니다. 아이가 총을 잡고 사람을 쏘게 만든 영화에 아카데미가 호의적일 수는 없었겠지만요.
아버지가 없는 필립에게서 헤인즈는 자신의 어린 날을 떠올리면서 든든한 아버지가 되어 주고 싶었을지도 모르죠.
헤인즈가 소년원에 가지 않고 범죄자인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요?
아닐 가능성이 크죠. 부모는 자신의 가치관을 아이에게 주입시키고 자신의 범죄 행동을 정당화시키니까요.
어쩌면 헤인즈 역시 자기 아버지를 쏜 자식이 되었을 수도 있을 거예요.
헤인즈가 범죄자인 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아서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요?
그것도 아닐 가능성이 크죠. 범죄자인 아버지로부터 떼어놓는 방법이 소년원에 보내는 것밖에 없었다면
헤인즈가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네요.
결국 어느 쪽이었든 헤인즈에게 주어진 것은 불완전한 세상, 이미 많은 것을 빼앗긴 상태에서 살아나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었던 것 같아요.
자기 아들에게 함부로 폭력을 가하는 흑인 남자에게 헤인즈는 분노를 느끼고 그 남자의 행동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교화시키려고 합니다. 아들에게 진심을 담아서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강요하는 등...
그 남자를 밧줄로 묶고 육체적으로 구속하며 자기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그런 행동은 결국 필립이 헤인즈를 향해 총을 들고 쏘게 만듭니다.
헤인즈는 필립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법을 가르쳤죠. 나름 괜찮은 방식이지만 그가 가르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법은 가르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것과 다르다고
그에게 폭력을 가하거나 고통을 가해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걸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필립은 헤인즈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 행동을 저지하기 위해 총을 쏘는, 극단적 행동을 했죠.
필립은 헤인즈와 함께 있어서 엄마와 함께 있을 때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요?
필립은 헤인즈와 함께 있으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조금은 더 주체적인 사람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변하면서 다른 사람을 총으로 쏠 수도 있는 사람이 되는 비용을 치러야 했죠.
필립이 헤인즈를 만나지 않고 계속 엄마와 함께 있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요?
아마도 범죄 행위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참아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평생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억누르며 살았을지도 모르죠.
결국 어느 쪽이었든 필립도 무엇인가를 잃을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떤 부모도 자식에게 완전할 수 없고, 우리는 불완전한 사람들, 불완전한 세상에서 살아나가며
누군가에게 또 하나의 불완전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2020.05.18 15:08
퍼펙트 월드 보려다가 어린아이와 범죄와,,,, 뭔가 너무 암울해서 보기가 힘들었던 영화인데 다시 볼 영화 리스트에 올려야 할까봐요.
2020.05.19 00:48
미국 영화에서 8살 아이에게 총을 잡게 하다니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의외로 과감한 분인 것 같아요.
저에겐 그렇게 암울한 영화는 아니었고요 의외로 유머가 넘치는 장면도 많아서 중간중간 자주 웃었어요.
저는 imdb에서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지만 뭔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인 것 같긴 해요.
케빈 코스트너가 지구 대스타로 군림했던 리즈 시절의 마지막 인상 좋은 영화(?)로 기억합니다.
이후 작품인 '와이어트 어프'는 반응이 좀 별로였고 그 다음 작품인 '워터월드'는 몰락의 시작이었고... 이 영화는 뜨거운 화제나 폭발적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에게 '좋은 영화'로 꽤 회자되었던 걸로 기억해요.
...기억한다라고만 적은 이유는 제가 안 봐서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