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화영 (2017)

2018.08.02 23:02

DJUNA 조회 수:7763


이전에 나온 [꿈의 제인]과 마찬가지로 [박화영]은 가출 청소년 팸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단지 소재를 다루는 태도가 달라요. [꿈의 제인]은 보다 보편적이고 큰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해 가출 팸이라는 특별한 집단을 우화적으로 이용하고 있죠. 어둡고 끔찍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정작 영화 자체는 우아하고 아름다워요. 하지만 [박화영]은 거칠고 난폭하며 카메라에 잡히는 거의 모든 것들이 더럽고 추악합니다. 이 더럽다는 말은 은유가 아닙니다. 최근 들어 [박화영]만큼 가래침 뱉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본 적이 없어요.

주인공 박화영은 가출 팸의 '엄마'입니다. 덩치도 크고 말투나 행동이 난폭해서 뭔가 있어보이지만 사실 거의 루쉰의 [아큐정전]의 주인공처럼 정신승리로 버티는 아이죠. 힘이 센 것도 아니고 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주변 아이들은 대부분 박화영을 경멸하고 이용합니다. 박화영은 엄마 역할을 위해 자발적으로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지만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고 주변 사람들도 안 속습니다.

박화영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아직 무명인 연예인 미정입니다. 둘은 학교 친구예요. 인맥 관리가 중요하기 짝이 없는 연예인이 왜 가출 청소년 패거리와 어울려다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미정은 이들 집단에 속해 있습니다. 박화영과는 친구 사이이고 이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영재의 여자친구죠. 영재는 미정과 붙어다니는 화영이 보기가 싫고 화영의 팸에 들어온 세진은 영재와 사귀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사실적인 질감을 갖고 있는 영화지만 하는 이야기는 장르적입니다. 영화가 끝나면 박화영이라는 인물이 아주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그건 그 동안 이 인물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고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지만, 이 인물의 성격, 선택, 행동이 무척이나 20세기 대중 소설에서 튀어나온 것 같기 때문이죠. 이 영화의 인물 구성과 사건은 무척 장르적입니다. 비슷비슷한 내용의 필름 느와르도 여러 편 있을 거예요. 갱스터 두목과 붉은 머리 팜므 파탈, 그들 사이에 낀 우직한 남자가 나오는.

결국 영화는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을 다룬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입니다.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작품이 있어요. [아낌 없이 주는 나무]. 박화영은 정말 아낌 없이 주는 나무 같은 사람이에요. 관객들의 동정은 얻을 수 있어도 영화 속 세계에서는 정말 보답없는 삶을 사는. (18/08/02)

★★★

기타등등
화면비가 4:3인 영화입니다. 지원해주는 상영관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어요.


감독: 이환, 배우: 김가희, 강민아, 이유미, 이재균, 김도완, 한별, 한성수, 동현배, 다른 제목: Park Hwa young

Hancinema https://www.hancinema.net/korean_movie_Park_Hwa-young.php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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