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예단비는 왜 내는 거예요?

기원이야 어찌되었건 요새 남자가 집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부모님 지원을 얻어야 하는데,
그 시집측의 지원에 대한 답례정도의 개념인 것 같아요.

결혼과정은 코미디에요. 신랑쪽에서 주는 꾸밈비도 있지 않나요? 신부들이 백이나 화장품같은 거 사던데요. 모은 돈도 얼마 안 되는 신랑신부들이 대체 그런 쓸데없는 돈지랄을 왜 해야 하나요? 요즘 들어 결혼하는 친구들이 많아 그 과정을 듣자면 정말 한숨만 푹푹 나옵니다. 한 푼이라도 더 값지게 써야하지 않나요? 전 여자지만 대체 평소에 화장도 안 하는 사람이 왜 비싼 백몇십만원짜리 화장품 세트를 받는지 이해가 안 가요. 평소엔 미샤나 페이스샵 같은데만 골라서 썼다구요! 어차피 그거 닳으면 다시 사지도 않을 사람인데. 틀에 박힌 걸 깨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정만 결혼제도를 보면서 확확 깨달아요. 괜히 분통터지네요..

여자가 집을 해간다면 예단비가 굳이 문제되지는 않을듯
제가 집해갈테니 예단비까지 내는건 좀 힘들겠어요 하는데 예단비내라고 난리칠 남자집이 있을까요


집과 살림살이를 남녀가 반반씩 부담하는게 보편적인 현상이 된다면 예단비란 관행 역시 점점 사라지지 않을까요


사실 반반씩 부담하는게 제일 좋죠
세상에 공짜란 없는겁니다
자본주의사회 아닙니까
돈이 아니라도 어떤식으로든 그 대가는 치르게 되죠

헬마스터/ 네. 저도 그런 것을 생각해보았는데요, 시집측의 답례를 할 필요 없이 그 돈을 주거지 비용에 보태서 여자도 주거지 공동구매, 공동소유하는 것이 결혼간소화의 한 방향 아닌가요.
그런데 또 이렇게 공동소유를 주장하면요, 또 거기엔 어떤 강한 기존의 거부관념이 끼어들어요.
즉, 사실은 남자들이 집 소유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반대를 하는 경우도 꽤 된단 말이죠.
부모님이 돈을 주실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하고, 당사자들의 대출금액은 그만큼 되지 않는다면 부모님께 돈을 빌려서 나중에 살면서 갚아야죠. 두 손 벌려 돈은 돈대로 받고 집은 집대로 사고 여자한테 선물 달라고 할게 아니라.

예단비에 살림채우는 비용까지 합치면 사실 여자도 솔찮히 돈이 들긴 하는데(물론 집 구입 비용만큼은 아니지만요) 솔직히 아래 펌글올리신 분이 말하는 것 같이 '여자의 결혼자금 개념론' 따위의 글을 보면 그런 모든 노력들이 그냥 모두 '남자에 비해서는 적게 냈으니까 넌 닥쳐'라는 듯한 느낌도 받게 되어요.

가로등만/ 그렇죠. 결국 쓰지도 않을 예물들 잔뜩 받는 것보다 그냥 돈 아끼는게 좋죠. 그리고 꾸밈비는 예단의 절반을 돌려주는게 아니라 원래 따로따로의 개념으로 아는데 말이죠.

빈디치어디있나요/ 윗댓글에 썼듯이, 이건 사실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자의 협조가 필요해요. 즉 안락한 기존의 권리를 포기할 준비가 되어야 하죠. 그런데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당장 공동구입, 공동소유를 말하면 등기부등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위협감을 느끼실 남자분들도 실제로는 꽤 되실걸요. 그게 핵심인거죠.

주거지 해결비용이 합리적으로 해결되는 미래에 나와야할 궁금증 아닐까요. 이 문제 파고들면 남녀 소득격차 경제활동 불평등 등 군대문제 끝도 없습니다.

혹시 예단비 내는 것이 불합리하게 느껴지시면 내라고 하는 집 남자와 결혼 안하면 됩니다.

아들 자식이 데려온 생판 모르는 여자한테 몇억씩 같이 살라고 보금자리를 내주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어요 거기에 대한 조그만 답례겠지요. (몇억에 비하면 몇천이야 머)
님께서 결국 결혼비용, 주거지, 살림 등에서 백만원 단위정도는 절삭하고 모든 비용을 반반씩 내자라고 주장하면 결코 예단비 요구하는 집안은 별로 없을겝니다. (그런 집안 있다면 싹수가 노란..) 물론 상대방과의 연봉차이로 또 다른 이견이 있을수는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돈'인거지요. 누가 많이 냈느냐 안냈느냐 그 중심에는 파이가 가장 큰 '집'이구요

/봄고양이
네. 저도 주거지도 공동구매, 공동소유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 같아요.
그런데 빈디치어디있나요님 말씀처럼 소유권이라는 '명예(?)'보다는 공동구매라는 '실리(?)'를 택하는 남자가 더 많을 것 같긴 해요.

이만큼 돈 더 내고 같이 사는 집 명의 내 것으로 하는 게 안락한 권리는 아니죠. 하지만 또 안락한 권리인 것도 맞습니다. 아직 이 문제를 딱 돈 문제로만 볼 수 없는 게 남편될 사람은 물론이고 그 부모님 인식까지 바뀌지 않으니 힘들더군요.
다른 곳에서 본 하소연이지만 남자가 집 해오는 거 구시대 유물이라 생각해서 정말 반반씩 똑 갈라서 했답니다. 그런데 후회한다더군요.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가 덜 해갔어야 한다고요. 왜냐면 결혼하고 나서 결국 남편 위주, 시댁 위주로 모든 게 돌아가니까요.
부부 간 대화로 해결하라, 여자 개인의 문제다 같은 말을 여기서 할 순 없죠. 그게 개인의 역량으로 가능하면 뭐때문에 예단비 같은 게 아직 존재하겠어요?
돈만 반반 나눠서 하면 결혼 후 생활이 그렇게 반반씩 되나요? 그것부터 어떻게 하지 않으면 결혼자금 준비의 나눔도 제대로 되기 힘들지 않나요?;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딱 반반 분담해서 얻은 집인데 여자 부모에게는 "한 번 들르기 눈치 보이는 사위집"이고 남자 부모에게는 "언제 어느때든 들를 수 있는 아들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돈이라도 덜 보탤 걸 그랬다고 후회해요. 이건 정말 굉장히 보편적이고 명백한 분위기죠.
그런 인식 개선이 화끈하게 되지 않고서는 아직 힘들 것 같아요. 그런데 저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화끈하게 나서는 예비 부부가 과연 몇이나 될런지.
당사자들에게는 단순한 돈 문제일 수 있지만 어른들에게는 예단비 꾸밈비 이런 거 다 그냥 얼굴 세우기용인 경우가 태반이던데요. 그러니 며느리가 집 살 때 반 보태도 그 돈은 그 돈이고 시댁 행세는 시댁 행세인 겁니다. 그러니 부부 당사자들간의 합의는 아무래도 좋고 예단비 요구하는 집도 당연히 있지요. 그때라도 결혼 엎어야 하는 거지만 또 사람 일이 그렇게 돌아가진 않고... 이런 집이 결국 한두집이 아니니 악순환이 계속 되겠죠. "반반 하면 내가 손해다"라는 생각이 안 들어야 정상인데.

미국에서 남자 교포와 한국 여자분의 결혼을 가끔 보게 되는데 그런 경우,
집은 보통 한쪽이 이미 살고 있던 월세 아파트로 들어가는데(미국식으로), 월세 임에도 불구하고 혼수를 해가야되고(한국식으로)
남자쪽 집안에서는 또 예단(한국식으로)을 요구하고, 결혼식 비용(이건 신부가 결혼식 비용을 내는 미국식으로)은 신부가 내기를 바라고
뭐 이런 경우가 종종 있어요.
나이드신 교포들의 경우 한국의 같은 연령대 분들보다 더 고루하신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요.

applegreent/ 그정도면 아들 팔아서 한 재산 해 먹으려 한다는 소리 들어도 되겠네요. 강도질도 아니고...

예단비의 용도라는게 그돈을 남자부모가 전부 다 가져가는것도 아니고.그 돈을 받고 일부를 돌려준후에 남자쪽에서 그 남은 돈의 규모에 맞춰서 주변 친척들한테 다시 선물을 사거나 그냥 아예 현금을 일부 주거나 이런 관례가 남아 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우리는 안하면 그만 이라고 하기도 쉽지 않은게 다른 친척집 남자형제들이 결혼할때 이미 받은게 있기 때문에 우리는 안한다.라고 말하기가 애매해지는거죠. 처음부터 그런거 없었다.라는 집이라면 상관없습니다만..

전 예단비 주는 것보다 예단비를 오백정도 주면 반은 받고 반은 돌려보내는게 더웃겨요.
예단비를 얼마를 보냈는데 얼마를 되돌려줬네 양심없네. 어쩌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군요.
대체 그게 무슨 암묵적인 룰인가요?
예단비 말고도 꾸밈비네 뭐네하는 생소한 것들도 있더군요.
그건 뭐 이쁘게 꾸미고 오세요인가요?;
혼수에 현금에 예단비따로 친인척사돈에 팔촌까지 챙겨야하고 음식물에 심지어 꽃다발까지 보내는 집도 있더군요.
결혼은 프릭쇼입니다.네 암요.

사실 현대의 기준으로 보면 결혼 풍습이라는 게 논리적 이치에 맞는 게 몇개나 될까요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던지는 거나 그리스에서 접시를 깨는 거나 왜하냐고 물으면
사실 해왔던 거니까 라고 밖에는 해줄 말이 없겠죠.

다만 한국이 문제가 되는 건 두가지라고 보는데, 경제적으로 부담이 심한데다가,
당사자들 보다는 가족들이 개입되는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거예요.
결국 저런 문제가 없어지려면 어렸을 때부터 세뇌를 받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젊은 세대들이
혼인적령기가 되었을 때 거부해 나가는 수 빆에 없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것 이상의 계급적 풍요로움을 누리려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전반적 모습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저렇게 하지 않는 집도 많습니다.
예단비 꾸밈비 스드메 어쩌고 하는 용어들로 점철되지 않는 결혼식이요.
전 부모님의 지인들로 가득찬 결혼마저 거부하고 싶었으나, 그것은 부모님의 채권이지 제 것이
아니고, 부모님은 모든 걸 제 뜻대로 해도 좋다고 하셨지만, 그 채권-채무의 고리는 제 대부터 끊기로
하였습니다.
그나마 제 지인들은 진짜 친한 친구들만 불렀고, 신혼집을 비롯해서 신혼여행 등은 두 사람이 벌어놓은
자금으로 충당하였으며, 예단 등 결혼이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모든 금전적 낭비와 소비는
일절 금지했어요. 저나 신부부터 결혼식을 빌미로 시계 하나 패물하나 장만하지 않았으니까 주변도
조용했죠.전 의지의 문제라고 봐요.

진짜 결혼과정은 코미디에요. 두 부부가 서로가 노력해서 모은 돈 합쳐서 형편에 맞는 집 얻고 살림살이 얻고, 양쪽 집안에도 동등한 입장에서 결혼생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한 쪽에서 받고 시작하면 결국 그 쪽 집안의 입김에 따라 결혼생활이 이루어집니다. 뭐 우리나라에선 그렇지 않아도 그렇지만...;;; 전 둘이 알아서 하는 쪽으로 결혼생활 시작했는데 다행히 시어른들도 합리적인 분들이라 우리 결혼생활에 일절 터치 안 하십니다. 물론 안 그러신 분들도 많다고 하네요. 그래도 적어도 경제적으로 독립하면 커다란 입김 같은 건 줄일 수 있어요. 뭐 자잘한 건 아직 한국사회에서 시댁위주겠지만.

예단비가 신랑 부모에게 주는 현금이다.

거 참. 원래 예단이란 신부가 신랑의 일가 친척에게 예복을 해서 선물하는 걸 뜻합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 번거로우니까 간소화 하는 의미에서 신랑 부모에게 현금으로 맡기고 그걸로 친척들에게 알아서 치례하라는 형태로 변한 거에요.

꾸밈비라는 게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온지는 모르겠는데, 원래 예단의 반대 개념은 함입니다. 신부의 예복과 신부 부모, 일가 친척들의 예단을 할 옷감을 함에 넣어서 보낸 건데 요즘은 신부 예복이나 패물 정도만 넣어 보내니 일부 현금화가 된 건데 예단비에서 돌려 보내는 형태처럼 변한 겁니다.

그냥 둘 다 생략하면 되지 예단비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네 불공평하네 하는 건 무식한 겁니다.

시집살이 문화와 집을 남자가 해오는 것부터 고쳐야한다고 생각해요. 둘은 어쩌면 한 몸처럼 엮여있기도 하지요.
남자라고 집 얻을 돈이 하늘에서 뚝 떠어지는 것도 아니고 아들 부모님은 또 무슨 죄로 나이들어 대출빚에 시달려야 하나요. 시집살이 문화는 부모님을 고쳐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어쩔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도 집을 사는 것, 결혼 할 때 공정거래하는 것은 결혼 당사자가 할 수 있는 부분이니 이것부터 좀 어찌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단비는 그냥 부모님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할 수 있는 의미를 살릴 수 있는 정도면 좋겠네요. 집사는데 신랑, 신부 허리가 휘면 예단비 타령도 줄어들지 않을까요?

여자 입장에선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그냥 줘버리고 잊는 게 편해요 전 안 드렸음.. 집 구하는 데도 돈이 모자라서.. ㄱ-;
친척은 어른들이 알아서 챙기시고 신랑신부는 새 살림 꾸려 자기 앞가림 하는 데만 투자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친정 쪽이든 시댁 쪽이든 어른들과 마찰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그냥 자의식을 죽이고 남들 하는 대로 하는 게 장기적으로 편하게 사는 길이죠..

저는 그렇게 따지면 결혼식 같은 거 왜 하나 몰라요 그냥 둘이 눈 맞고 맘 맞으면 혼인 신고 하고 집 구해서 살면 되지.

결혼 절차에 옛날에는 좋은 의미가 들어있었다 해도 지금 현재 커플들에게 부담이 되고 갈등의 원인이 된다면 합의하에 고치고 개선해 나가면 좋은 일이죠. 그렇게 따지면 결혼식도 하지 말란 논리로 귀결될 필요는 없지요.. 아 물론 그냥 혼인신고만 하고도 잘 사는 커플들도 많아요. 그분들이 동의했다면 된 일이죠.

그러니까 의미 부여해서 - 아들 잘 키워줘서 감사하다는 현금 선물? - 스트레스 받지 말고 현재 시점에서 편한대로 취사 선택하면 될 일이라는 얘깁니다. 어차피 전통이고 나발이고 보다는 현재 상황이 중요하니까요.

원문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자면.. 예단비의 예단이란, 옷감이죠. 그 옷으로 모두들 새 옷을 지어 입었습니다. 그리고 신랑집에서는 함을 보내죠.

....라고 쓰려니 이미 누가 댓글 달았;;

안락한권리 ㅎㅎㅎ 돈만대주면 공동명의로 하는게 당연한거지요 그렇게 비싼 권리는 대부분 사양할겁니다

예단비는 함이랑 쌍이에요. 예단 하기 싫으면 함을 안 받으면 됩니다.

이래서 결혼은 당사자가 아닌 집안이 하는 거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아요...
아무리 당사자들끼리 합의해도 부모님들 눈치때문에 ㅠㅡ
우리 자식들한테는 미리 이런거 안해도 된다고 해야 할 듯....(아 그전에 결혼부터... -_-;)

예단비고 함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냥 남녀 반반 내서 집 사고 살림 준비하면 공평하죠.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들 잘 안하고 안하려고들 하죠.
아마 그래서 문제 아닐까요?

결혼식에 대한 비판은 많아도 실제로 그런 결혼식을 대부분 하잖아요.
돌잔치에 대한 비판이 많아도 실제로 돌잔치 대부분 하는 분위기고...

대부분 핑게를 집안과 집안이 결혼하는 것이라 그렇다 처럼 부모님 내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다 큰 성인이 결혼할 때 마저 부모님을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건 좀 보기 그렇더라고요.

어머나,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 많은 댓글이.ㅎㅎ 몇몇 분들의 거의 냉소에 가까운 댓글이 눈에 띄는데, 제가 그런 거 정말로 몰라서 물은 거겠습니까.
아주 원론적인 문제에서부터 하나하나 물어보고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은 돈이니까, 경제논리부터 따져보죠.

현재의 주거지 구입비용(구매든 전세든)은 일방만 내기에 너무나 많다. 거기에 부담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렇다면 그 부담을 낮출 방법을 궁리해야죠. 다른데 들어가는 돈을 줄이고, 일방의 부담을 쌍방이 함께 나눠들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요. 이건 산수처럼 쉬운 이야기죠. 여자들이 '그런 비싼 권리는 사양할 것이다'라는 단정도 보이시는데, 사실 여자들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토록 커다란 부담을 져야 한다는게 미안하죠. 비용문제가 불공평하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여자/남자가 이견없이 동의할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방의 부담이 실은 부담만은 아니라는데에 교묘한 함정이 감춰져 있는 겁니다.

구매하자마자 즉시 감가상각이 발생하는 동산(가재도구)+ 시댁에 보내는 선물에 해당하는 예단의 재산가치는 0%. 없습니다.
반면 실질적 생활터전이자 법률과 행정상 보호받을 수 있는 주거지의 재산가치는 어떨까요? 기득권은 거기서 발생합니다. 여기서 기득권이란 당연히 주거지 구입비용을 대준 남자측 부모에게 주어지게 되지요.

제 의견은 단순합니다. 결혼할 당사자인 쌍방이 함께 의미있는 일을 하자는 거죠.
여자는 결혼 후 재산가치에 지금보다 훨씬 큰 기여를 하고, 기득권을 가진 측은 그만큼의 기득권을 양보하고 상대에게 한 가정의 공동 책임자만큼의 권리를 이양하는거죠.

예단비보다 훨씬 큰 돈을 내고도, 명절 후 처가댁 가는 것조차 눈치보며 해야 한다면 (즉 실익이 없다면) 아무도 예단비 대신 집값을 보태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이건 아주 쉬운 경제논리입니다.
만약 여자측이 내는 결혼 비용을 현재보다 상회하게 만들고 싶다면, 기득권이 발생하는 측에서 그 권리를 내려놓겠다는 눈에 띄는 움직임이 있어야해요. 그게 동등한 교환입니다. 그런데 그걸 누가 해야합니까. 결국은 남자가 움직이여야 합니다. 구입비용이 위협적으로 부담된다면서요. 여자도 돈을 보탰으면 좋겠다면서요. 그렇다면 현재처럼 예단비 더 가져오는게 장땡인줄로만 생각하는 방관자로 있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매드해터,01410/ 본문에서 '예단이 원래는 현물 선물이었는데 간소화 추세로 인해 현금선물로 바뀌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현물선물인 줄 몰라서 말한 것은 아닙니다.ㅎ 다만 요즘처럼 선물의 개념은 어디로 가고 집값이랑 쌍개념으로 예단비가 논의되면, 누가 어떻게 현물로 선물을 보냅니까. 옷을 수천만원어치 사서 보낸다?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요는, 예단의 선물로서의 의미가 퇴색된 시점에서 어째서 예단이 결혼비용에 포함되느냐가 질문의 핵심이었습니다. 예단은 결혼비용은 아니죠. 결혼비용에 덧붙는 지참금일뿐.

봄고양이/
예단비는 함이랑 쌍이라구요. 그걸 집 구하는 자산이랑 동급으로 놓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예단비 생략하면서 함도 같이 생략하면 된다는 겁니다. 리플을 제대로 읽으시고 답을 하시던가 하세요.

그리고 집 구하는 건 비용이 아니라 자산입니다. 이 부분은 남자들의 용어의 꼼수에 해당하는 거에요. 집 구하는 걸 비용으로 놓고 혼수비용이랑 비교하는데 집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니까 예단비를 포함시키네 어쩌네 하는 건 아마 남자쪽에서 나온 말이 아닐걸요? 여자쪽에서 맞대응하는 개념을 찾다보니 그걸 포함시키게 된 것이지.

요는, 함과 예단은 쌍으로 생략하면 되고 집 구하는데 공통 투자를 했다면 공동 명의를 하던 자산에 대한 권리 각서를 받던 해서 공동의 권리를 찾으시면 된다는 겁니다.

소소가가/ 네, 맞아요. 함(과 그 안에 들어가는 옷/예물)이랑 쌍이죠. 함 안에 들어가던 옷이 요즘은 꾸밈비로 바뀌었구요. 말씀하신대로 예단비 내기 싫으면 예물을 안받으면 됩니다. 그런데 현재 논의들은 그런 정도가 아니잖아요.

매드헤터/ 앗. 벌써 그 사이에 답글을. 그렇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현재는 예단/예물을 생략해봤자, 워낙에 남자측이 내는 주거비용 금액이 커서, 여자측에서는 마치 아무것도 안 해간 것처럼 비춰지고, 이렇게 되면 결혼 후 여자는 또 아무런 발언권을 낼 수 없게 되는 덫이 있습니다. 구습을 거스르는 건 엄청난 반란에 해당되는데, 어른들의 눈밖에 나는 것을 감수하면서 예물/예단을 생략해봤자, 결혼 후 발언권은 오히려 적어지기만 합니다. 그나마 남들 다 내는 돈, 너는 암 것도 안 들고 왔으니 몸으로 때워, 라는 정도의 대접을 감수해야 하지요. 그럼 누가 감히 예단비 안 낼테니 예물 주지마, 라고 말할까요.

음...경제논리와 관련해 쓰신 이야기가 좋다고 생각하는데, 예단비와 집문제가 동등히 들어가는게 좀 부자연스러워요. 예단과 함 생략하고 집과 가구 사는 비용을 비슷하게 부담하는게 이상적이죠. 발언권 문제라면 비슷하게라도 맞춰서 주거비용을 부담해야 되고요. 그런데 그래봤자 가정내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으니 여자쪽에서도 그럴 필요를 못 느낀다는거고요. 여기까지 비슷하게 인식한 것 같은데 맞나요?

잠익2/ 주거비가 무척 비싸니까 결국 좋든 싫든 공동부담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 같아요. 결혼을 통한 계급상승은 더욱 요원하겠고요 (지금도 어렵지만ㅋ) 사실 케바케죠. 서로 좋으면 적어도 결혼 준비하는 순간에는 본전 생각 안나겠죠.

소소가가/ 맞아요. 예단과 함 생략하고 혼수와 집구입 비용을 서로 비슷하게라도 부담하게 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일단 결혼의 주체 쌍방 모두가 예단과 집구입비용이 등가교환의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젠 예물이나 예단이 없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동의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요. 예단이 집값과 비례해서 매겨지고, 그 예단에 비례해서 예물비용이 매겨지는 고리가 끊어져야 합니다.

솔직히 집값은 이제 중산층조차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높아졌지요. 여지까지 저는 순전히 남자측 부모가 집값을 온전히 부담했을 때를 전제로 놓고 논의했지만, 최근에는 그 집값조차 온전히 한 측에서 부담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은 남자집에서 주거지 전체비용의 50~70%를 지원하면, 남자가 대출끼고 나머지 25~30%를 마련하고, 여기에 여자도 5~10%를 (혼수+결혼지참금하고도 더해서 집값까지) 얹는 형국인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결혼 후 보면 여자도 적은돈을 가져가는 건 아닌데(우리나라 여자들 임금이 대체로 평균임금의 2/3 수준보다 아래임을 고려할 때, 학자금 대출을 갚고 열심히 취직 후 돈을 모두 모아도 결국은 역시 여자측 부모님 돈을 얻어갈 수 밖에 없죠.) 자신의 지분은 집값에 보탠 5% 정도임을 알게 된단 말이죠.

또 뭐가 있더라...아, 예단비 금액에 따라 달라질 대접 정도가 또 있겠군요. 그런데 원래 기대심리가 큰 상대에게는 뭘 선물로 줘도 본전 못 뽑잖습니까. 예단비로 생색내려는 시늉이라도 하려면 애초에 계급이 달라야 해요.

그래서 요즘 결혼은 그냥 촌극 같습니다.
남자가 집을 구하려합니다. 그런데 비용이 터무니 없이 높아요. 부모에게 손 벌려야 합니다. 부모는 또 대출 끼고 비용마련을 해야하죠.
결국 1억 수천~2억 수천 사이에 해당하는 전세(!) 자금을 마련해옵니다.

여자가 예단비를 보낼 차례입니다. '예단비는 집값의 10%가 전통이래'라며 억 단위 구입비용의 1/10을 뚝 잘라 1천 내는 집도 있겠고,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만 보내냐. 그래도 억인데'라며 5~8천 내는 집도 있겠습니다. 역시 여자도 자기 부모에게 손 벌려야 하죠.

그럼 이제 남자가 꾸밈비 및 예물을 보내야 할 차례입니다. 예단비 갔으니 예물 안 보낼 수 없습니다. 집 구입비용으로도 허리 휘는데, 예물을 예단만큼 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예단비에서 반 뚝 잘라 돌려줍니다. 그런데 원래 전통적으로 짝수로는 보내는 거 아니잖아요? 그러니 5천 해오면 2천 5백 돌려주진 않습니다. 3천을 돌려주거나 아니면 1천을 돌려주겠죠.

다시 여자. 1천을 받으니 속상합니다. 여자측 집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5천 보냈는데 1천 주는 집으로 내 딸을 보내야 하다니. 이러면 결혼 엎어지죠.
3천 받는 집에서는 그 돈으로 뭐 또 어찌어찌 딸 꾸며입히고, 남는 돈은 사위 선물도 주고 그러며 현물사는데 돈을 소진합니다. 그러고 막상 결혼해보면...결혼후의 가정에서 기득권은 기득권대로 발생되어 있고 여자 자신의 지분은 0%죠.

저는 이렇게 보았습니다. 소소가가님께서도 어떤 의견이 있으셔서 제게 다시 물어보셨을텐데 제가 너무 댓글을 길게 썼네요.

/봄고양이
댓글 읽으면서 계속 고개를 끄덕끄덕. 쓴 미소를 지으면서요.
촌극 공연비는 정말 어마어마하니까요.

헬마스터/ ㅎㅎ 헬마스터님도 주무시고 오셨나봐요. 저도 어제 4시쯤에 잠을....ㅎㅎㅎ
이 과도기도 언젠간 지나가겠죠.

/봄고양이
잠와요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