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20 18:47
조지 클루니의 [모뉴먼츠 맨: 세기의 작전]을 보신 분들이라면 존 프랑켄하이머가 [더 트레인]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가 친숙하실 겁니다. 예술작품을 빼돌리려고 하는 나치 이야기지요. 심지어 등장인물도 한 명 공유하고
있어요. 두 영화 모두 이름은 다르지만. [모뉴먼츠 맨]의 클레르 시몽과 [더 트레인]의 마드므와젤 빌라르는
모두 로즈 발랑을 모델로 하고 있죠. [더 트레인]이 원작으로 삼고 있는 책도 발랑의 회고록이고요.
하지만 [더 트레인]은 실화를 재현하는 데에 별 신경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 예술에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 이 영화가 진짜로 애정을 담아 묘사하는 건 예술품이 아니라 그 예술품을 싣고 달리는 열차입니다.
이 열차에 다른 뭐가 들어 있어도 이야기 전개는 달라질 게 없어요. 맥거핀인 거죠.
설정은 이렇습니다. 프랑스의 근대미술품에 집착하는 나치 장교 프란츠 폰 발트하임은 파리 해방 직전에
미술품을 독일로 빼돌리려고 합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미술관 큐레이터 마드므와젤 빌라르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에
도움을 요청하고요. 폰 발트하임이 열차를 이용해 미술품을 빼돌릴 계획이기 때문에 결국 이 임무는 SNCF(프랑스 국유 철도) 소속
레지스탕스 요원들에게 떨어집니다. 주인공 폴 라비쉬도 이 중 한 명이죠.
보통 열차 영화는 타고 있는 승객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죠. 하지만 [더 트레인]에서 승객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주인공들은
모두 열차와 철도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죠. 그 때문에 [더 트레인]은 일반적인 열차 영화보다 이 소재를
훨씬 깊이 있게 다룹니다. 심지어 영화는 중반까지 독일로 출발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멈추어 있는 동안에도 열차는 늘 영화에
액션을 제공합니다. 열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고. 열차 애호가들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연히 라비쉬를 포함한 SNCF의 직원들은 예술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교양있는 나치 악당인 폰
발트하임에게 온갖 멸시와 구박을 받기도 하죠. 라비쉬의 경우 영화 끝까지 자신이 보호하려는 드가, 피카소, 반 고흐의 작품들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그는 왜 저 그림들 때문에 자신의 동료들이 죽어나가야 하는지 궁금해하고
분노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국의 영광을 위해 임무는 수행되어야 하죠. 이런 모순된 캐릭터의 배치와
감정은 영화에 독특하게 비장한 느낌을 불어넣습니다.
존 프랑켄하이머의 60년대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군더더기 없고 묵직하고 완벽한 페이스로 질주하는 액션 영화입니다.
그 자체가 구식 증기기관차와 같아요. 폴 스코필드의 나치 악역 연기도 참 그럴싸하고요. 솔직히 전 버트 랭커스터가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나오는 그림이 처음엔 좀 이상해보였습니다만, 보다 보면 익숙해집니다. 하긴 전 [레오파드]에서
이 배우가 시칠리아 공작님으로 나오는 것도 그러려니 했잖아요.
(16/12/20)
★★★☆
기타등등
원래는 아서 펜이 감독이었다죠. 하지만 버트 랭커스터와의 의견 충돌 때문에 해고되고 존 프랑켄하이머가
기용되었다고.
감독: John Frankenheimer, 배우: Burt Lancaster, Paul Scofield, Jeanne Moreau, Suzanne Flon, Michel Simon, Wolfgang Preiss, Albert Rémy, Charles Millot, Richard Münch, 다른 제목: 열차, 대열차작전
IMDb http://www.imdb.com/title/tt0059825/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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