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것은 진지한 상담 요청 글입니다.

 

근 몇달간을 스트레스 받으며 주기적으로 속을 끓이고 있는데 많이 괴롭네요.

놀아도 보고 친구 만나서 속풀이도 해보고 해도 정말 반짝 그때 뿐 또다시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사람이 이렇게 무기력하고 가만히 있는데 힘들수가 있구나 싶어요. 머리도 멍 하고요.

 

저는 중간에 진로를 바꿔가며 공부를 졸업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새 진로는 1년이 좀 안됐고요.

사실상 재학중부터 시작했으니까 훨씬 더 오래 공부만 한 셈이죠.

그땐 정말 자신감 있게 열심히 했는데. 벌써 아주 옛날 일인 것 같군요.

 

하던 공부를 포기하게 된 계기는 정권이 바뀌고 채용이 없어진 것이 직접적 요인입니다만,

사실 그런 강제적인 것 말고도 안맞는 공부 한참 달리다가 슬슬 힘들고 지칠 무렵 슬럼프가 왔던 것 같아요. 그 공부를 포기한건 지금도 후회 안해요.

하지만 그때 이미 수험생으로서 워낙 많은 굴곡을 겪어서 심신이 지친 탓에 (일반 회사 면접도 보고 그랬었죠. 최종에서 떨어졌지만.)

이런 상태에서 다시 또 공부를 한다는 것이 불안감이 컸습니다.

불안감을 감추려고 더 호기롭게 시작했고, 예전에 하던 것과 단 한과목도 겹치는 것이 없는 공부예요.   

원래 제가 예민하고 기복이 좀 심해요. 공부가 어느 정도 안정권으로 접어들기 전까진 많이 불안하고 힘들어하죠.

그래도 욕심이 있어서 할때는 성실히 하긴 하는데, 대신 제 최측근 (애인 같은...)이 받아주느라 많이 힘들게 돼죠.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양도 많고 만만치가 않네요. 가속도가 안 붙고... 강의수가 많긴해도 한 과목을 하는데 두달이 걸린 적도 있어요.

공부를 즐기지 못하는거죠. 저는 저의 공부할 때 패턴을 정확히 알고 있는데 지금 이건 뭔가 문제가 많아요.

공부를 '하면서' 힘들어하는건 얼마든지 괜찮은데 아예 집중을 못하는 상태예요. 책을 볼 수가 없네요.

책상 앞에 앉아있는거는 자신 있는데,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되겠다는 걸 알것 같은데, 계획도 꼼꼼히 잘 세우는데 조금도 따라가지 못해요.

그래도 꾹 참고 했었는데 쌓이고 쌓여서 주변에 시끄러운 일이 터지자마자 폭발하더군요.

단어 하나도 못 외울 지경이 됐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잠이 안오고요. 위염이 생겨서 하루에 한끼도 못먹고 누워만 있던 적도 있습니다.

그때 일단 부모님이 계신 본가로 내려왔어요.

제가 살던 고시촌보다 공부환경이 훨씬 안 좋다는건 아는데 그래도 적어도 몸이 편한 집이 낫겠더라고요.

 

그리고 두달. 여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강의 듣고, 점심 먹고 독서실에 가서 저녁도 집에서 먹고 11시에 와요.

이 상태로 딱 한달을 했습니다만 지금은 독서실을 일주일씩 빠지고 그러네요. 아예 손에 잡히질 않아요.

공부가 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요. 내가 이럴때가 아닌데 이게 뭐하는 짓일까 하면서도 좀처럼 안잡히네요.

공부를 해도 괴롭고 안해도 괴롭고. 그렇다고 놀지도 못하겠고. 놀아도 괴롭고. 마음은 급하고. 뭐 그렇죠.

 

공부를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공부에 대한 욕심이죠.

대학교 다닐때부터도 공부 생각했고 사기업은 생각도 안해봤어요. 그리고 지난 힘들었던 시간은 오직 합격으로만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포기하면 전 일을 해도 많이 불행할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갈 수 있는데가 어디일지도 모르겠어요. 공백기도 크고 공부 말고는 아는게 없는 탓이죠.

포기하면 분명히 후회할 것 같아요. 제대로 열심히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다는 것에 대한...

그리고 인생에서 공부 할 수 있는 시기는 딱 지금 뿐이거든요. 맥시멈 앞으로 1년 반 정도까지.

나머지는 자존심이고, 또 친구들의 만류때문이기도 하죠.

공부를 그만둘까 생각한다고 털어놨는데 친구가 그러더군요. 안된다고, 네가 아깝고 직장은 평생 가는건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해보라고.

 

하지만 저는 그런 말을 듣고 힘을 내도 하루 뿐이고, 네가 나에 대해 과대평가 하고 있어. 이런 생각만 드는군요.

대체적으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은 난 안돼 난 못해 그리고 자신감 상실.

종일 몽롱하고 무기력하고 온갖 생각이 머리에 꽉 차서 많이 힘들어요. 그럼에도 어떻게든 공부를 더 해보고 싶어 발악하는군요.

 

이 정도면 그냥 그만둬야 할까요. 내 욕심때문에 놓지 못할 뿐 사실 공부에 완전 질려버린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저랑 비슷한 성격을 가진 언니에게 조언을 구해봤지요. 그랬더니 그러네요.

나도 그럴때 있었는데 한참 괴로워할때 주위에서 뭐가 나타났어. 뭐가 나타나서 그런 상태를 끊어줬어.

 

그리고 문득 돌이켜 봤는데 저도 이런 정신없고 우울한 와중에도 한 두번 기회가 있었죠. 주변 전환이 될 기회.

하나는 회사였고 나머지 한둘은 연애였어요. 그러나 그것도 제가 걷어찼군요. 망설이고 우물쭈물하고 괜히 우쭐대다가.

 

여튼 저는 지금 아주 사소한 판단도 내리지 못합니다. 제가 뭘 원하는 걸까요? 뭘 어떻게 해야할까요? 도와주세요.ㅠㅠ

이제 집에 있는 것도 부모님 눈치도 보이고 뭔가 다시 큰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니면 마음이라도 좀 편해졌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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