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

2020.05.20 05:45

안유미 조회 수:485


 1.남자든 여자든, 사람들은 호감이 간다는 이유로 다가오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그런 건 좋지 않죠.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그 지점에서 내게 호감이 가는 것이지, 막상 가까이 오면 별로일 거거든요.


 뭐 그래요. 호감이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냥 그 정도 거리에서 계속 호감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게 좋더라고요. 왜냐면 인간은 가까이 가보면 비슷비슷하거든요. 미술품도 조금 떨어져서 보면 멋진 그림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둔탁한 텍스쳐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은 것처럼...상대가 제일 좋아 보이는 물리적 거리,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2.하지만 그건 피자를 시켜먹는 거랑 비슷해요. 피자가 가장 좋을 때는 사실 피자를 시키고 그걸 기다리는 동안이거든요. 그 피자가 눈앞에 없는 동안이 가장 피자를 좋아할 수 있는 시간이고, 막상 피자를 시켜서 먹어보면 곧 질려버리곤 하죠. 


 그러나 그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해요. 피자를 시켜서 몇조각 먹고, 피자에 대한 정나미가 떨어지는 걸 겪어야 피자를 먹고 싶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요. 사람도 비슷하죠. 아무리 좋은 여자도 만나다 보면 '아 이건 좀 별로인데.'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그런 순간을 발견하게 되면 그 여자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거죠.



 3.그래서 돈을 내고 보는 여자들이 좋기도 해요. 왜냐면 그녀들은 나를 만날 때 내게 그녀의 본모습을 보여주려 하지 않거든요. 그녀의 진짜 모습이 아닌, 내가 계속 돈을 쓰고 싶어지는 모습만을 계속 보여주려고 노력하니까요.


 하지만 그래봤자...그런 여자들 또한 그저 그렇게 됐어요. 그녀를 가장 좋아할 수 있는 시간은 그녀와 만나는 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지, 막상 만나면 그냥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반복되거든요. 인간들이 비슷비슷한 만큼 그들이 꾸며낼 수 있는 모습들도 비슷비슷하니까요.


 너무나 스스로를 표현하려는 날것의 여자...또는 호감을 끌어내고 지속시키려는 목적만을 위해 너무나 꾸며진 여자...모두 질리게 되는 거죠.



 4.휴.



 5.그래서 절대 질리지 않고 몇년씩 볼 수 있는 여자는 가엾은 여자 같기도 해요. 가엾은 여자가 지닌 불쌍하고 모자란 부분이 완벽하게 해소되기 전에는, 계속 그녀에게 신경을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위에 썼듯이 인간에게 질리게 되는 건 상대에게 품었던 무언가가 해소되는 순간이거든요. 정념이나 동경 같은 건 의외로 쉽게 해소되지만 연민은 글쎄요. 한번 가엾게 본 상대는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는 게 힘들어요. 상대에게 품는 기대는 쉽게 어긋나지만 동정이나 연민의 감정은 한번 품으면 잘 고쳐지지도 않고 그 감정에서 헤어나오기도 힘들거든요.



 6.그렇기 때문에 '신선도'라는 면에서는 가엾은 여자가 가장 많은 열량을 갖추고 있는 거죠. 아무리 많이 만나봐도 그녀에게서 본-또는 봤다고 착각하는-가여운 부분이 완벽하게 지워지기 전에는 그녀를 걱정하고 가엾어하는 마음이 열화되지 않으니까요. 사랑같은 마음은 금방 금방 열화되어서 신선함을 잃지만요.



 7.하긴 가엾은 여자를 굳이 이성의 카테고리에 넣는 건 올바르지 않기도 해요. 가엾은 여자를 보는 건 이성을 보기 위한 목적보다는, 종교적인 활동에 가까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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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기랄, 열심히 살다 보니 벌써 5시 28분이네요. 해가 뜨고 있어요. 요즘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속도가 정말 더뎌요. 


 무언가를 쓸모있다...없다로 판단한다면,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정말 최악의 선택이예요. 노는 건 그 순간 즐거울 뿐이지 쓸모를 따지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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