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4월엔 '4월 이야기'

2024.04.15 12:49

하마사탕 조회 수:357

영화 속 배경 때문에 특정 시기가 되면 꼭 생각나고 보고 싶어지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3월 개강 시즌에는 꼭 학원물이 보고 싶어진다든지, 크리스마스에는 '가위손'이나 '해리포터' 시리즈가 보고 싶어진다든지요.


'4월 이야기'는 영화를 생각나게 하는 조건이 좀 더 구체적인데요.

비 오는 4월이어야 합니다. ㅋㅋ


지금 막 '4월 이야기'를 다 봤습니다. 영화를 처음 켰을땐 비가 꽤 세차게 내렸는데 영화를 보는 중 그쳐서, 마지막 장면을 볼때 비가 내리지 않은 게 좀 아쉽습니다. ㅋㅋ

그래도 창문을 열어놓고 비 냄새를 맡으면서 이 영화를 보니 기분이 참 산뜻하고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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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한 '우즈키 니레노'의 이야기입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날 이사를 하고, 동기들과 자기 소개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학식을 먹으면서 친구와 처음으로 통성명을 하고, 낚시 동아리에 가입을 하고, 혼자 서점에 가고, 영화를 보고, 이런 일상적인 장면들이 영화를 이룹니다. (노출을 올려서 장면들마다 햇빛이 쏟아지는데 참 아름답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없고 잔잔하다 보니,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땐 '뭐야... 내용이 없잖아...' 하면서 보다가 마지막 시퀀스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감정이 고양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주인공의 기분을 같이 체험하는 느낌이랄까요? 시퀀스 내내 흐르는 촌스러운듯 따뜻한 음악과 빗소리, 주인공을 맡은 '마츠 다카코'의 행복한 표정이 모든 걸 설명해주는 것 같았어요.


(영화관 변태 아저씨 에피소드는 영화에서 아쉽고 불편한 점이긴 합니다. 영화관에서 주인공에게 집적거리려고 했던 아저씨가 주인공이 놔두고 간 책을 전해주는데, 나쁜 짓을 하려 했지만 나름의 선량한 점도 있는 사람이라는 양, 우스우면서 따뜻한 이야기처럼 그려져서... 시대의 한계, 일본의 정서 그런 문제로 생각해야 하려나요. 이 영화의, 어떻게 말할 방법이 없는 옥에 티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나서 스치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내리는 세찬 비에, 지훈이 세경에게 우산을 빌려주지만, 세경이 잠시 썼던 우산을 지훈에게 돌려주고 그냥 비를 맞으며 걷습니다. 그리고 세경은 사랑니를 뽑으며 눈물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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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이야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앞날에 대한 기대, 희망, 사랑의 기적 같은 감정들이 느껴진다면, '지붕 뚫고 하이킥'의 사랑니 에피소드에서는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초라해지는 마음과 서글픔이 느껴졌습니다.

지붕킥 방영 당시에는 제가 이 영화를 보기 전이었어서 몰랐는데, 영화를 본 후 뭔가 기시감이 느껴져서 검색해보니 해당 에피소드가 '4월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 맞는 거 같더라구요.

세경의 사랑니 에피소드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세경의 마음이 느껴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화였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더 나중에 봤는데도 오래 전 봤던 지붕킥을 다시 떠올리게 한 인상적인 연출과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


아직도 못 본 명작 영화들이 계속 쌓여가기 때문에, 전에 봤던 좋았던 영화들 재감상을 잘 못하고 있지만, '4월 이야기'는 러닝타임도 1시간 7분이라 부담이 없어서, 비가 오는 4월이면 연례 행사처럼 보게 되네요.

이와이 슌지의 영화 중에서는 이 영화와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이것도 영화를 보기에 딱 좋은 시기가 특별히 있는 시즌 영화입니다. 여름 축제용 영화 ㅎㅎ)를 제일 좋아합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 담담하게 시간이 쌓여가다가, 마지막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게 벅찬 감정이 터져버리는, 딱 이와이 슌지스러운 영화들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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