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24 20:54
네이버 영화에서 저렴하거나 무료인 영화 중에 좋은 영화를 추천해 달라는 글이 있어서 어젯밤에 찾아보다가
로렌스 올리비에 경이 출연한 <오만과 편견(1940)>을 발견했어요.
로렌스 올리비에의 Darcy라니 이건 너무 어울리잖아아아!!! 환호성을 울리며 1000원을 지르고 보기 시작했는데
초반에 나오는 크레딧을 보니 원작 소설을 각색한 사람이 다름 아닌 올더스 헉슬리!!!더군요.
이런 위대한 작가께서 각색을 해주시다니... 영어 대사를 열심히 들어봐야겠다고 결심하며 귀를 쫑긋 하고 들었는데
물론 그런다고 제대로 들리는 건 아니지만 한글 자막과 합쳐 대충 알아들은 대사들에 유머와 재치가 넘쳐서
영화 보는 내내 웃으며 즐겁게 봤어요.
원작 소설보다 훨씬 활기가 넘친다고 할까... 저는 등장인물이 많고 왁자지껄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이 영화에는 캐릭터 형성이나 이야기 진행에 불필요한 왁자지껄함은 없다고 할까... 전체적으로 상당히 짜임새 있게
흥겨운 영화여서 끝까지 재미있게 봤네요.
사실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강하고 완고하게까지 보이는 얼굴은 별로 제 취향이 아니고 초반에 다소 오만하고 무례하게 나오는
Darcy의 캐릭터도 제 취향은 아니지만 이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캐릭터가 엘리자베스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미묘하게 흔들리는 표정과 조금씩 안절부절하는 움직임을 드러내면서부터 제 눈길이 이 자존심 강한 가련한 캐릭터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가게 되더군요.
30대 초반임에도 구레나룻 있는 아저씨 포스를 물씬 풍기는 완고한 사각턱의 올리비에 경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지독한 오해의 덤탱이를 쓰고
변명 한 마디 하지 않으며 고통으로 살짝 찡그리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런 다아시를 향해 매서운 독설을 쏟아내던 엘리자베스가
그가 떠난 후에야 비로소 그에게 상처를 줬음을 깨닫고 어쩔 줄 모르는 심정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어떤 기시감이 들면서
상대방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쉽게 쏟아냈던 무신경한 말들과 그 말들에 찔려 아파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했어요.
해피 엔딩이 될 거라는 영화의 결말을 알면서도 단단한 캐릭터가 스스로를 허물고 연약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목격해 버린 사람의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다아시를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는데... 다아시는 마지막에 다시 한 번 간절한 마음으로 고백을 하네요.
아아.. 사랑을 구하는 사람들은 왜 다 그런 눈빛을 하는 건지... 그런 눈빛을 보면 왜 괜히 제 마음이 아파지는 건지...
물론 마음이 아팠던 순간은 3초도 유지되지 못하고 영화는 가야 할 길로 가서 모든 등장 인물과 관객이 행복하게 끝났습니다.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연기를 찬양하느라 뒤로 밀렸는데 여주인공을 맡은 그리어 가슨도 엘리자베스 캐릭터를 아주 자연스럽고
매력적으로 잘 소화하더군요. 이 분 연기도 훌륭해서 찾아보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7회 후보 지명을 받았고 그 중 1회 수상했네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9회, 남우조연상 1회 후보 지명을 받았고 그 중 남우주연상 1회 수상한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안타까운 경력에는
못 미치지만 이 분도 상당한 연기파 배우인가 봅니다.
돈 많은 사위를 열망하는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베넷 부인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저에게 큰 웃음을 주더군요.
소설을 읽을 때는 엘리자베스의 아버지 베넷 씨가 툭툭 던지는 말들이 참 재미있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딸들의 남편감 찾기 최전선에서
몸 사리지 않고 돌진하는 베넷 부인이 돋보였어요.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연기를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네이버 영화에서 <햄릿>, <리처드 3세>, <헨리 5세>, <북위 49도선>을 구매했는데
앞으로 틈날 때마다 한 편씩 봐야겠습니다.
찾아보니 네이버 영화에 <서부 전선 이상 없다(All Quiet on the Western Front, 1930)>도 있고
<직업 군인 캔디씨 이야기(The Life and Death of Colonel Blimp, 1943)>도 있고
<바시르와 왈츠를>도 있고... 제가 보고 싶었던 영화들이 몇 편 있네요.
다른 분께 추천해 드릴 영화를 찾다가 결국 제가 보고 싶은 영화로 빠지고 말았는데 찾는 중에 보니
<선셋 대로>, <분홍신>, <세상의 모든 계절>, <서칭 포 슈가맨>이 천 원 정도 가격에 있더군요.
혹시나 안 보셨으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2020.04.24 21:00
2020.04.24 21:12
앗, 타이즈 신고 나오시겠네요. ^^
<햄릿>은 이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들어요.
2020.04.24 21:22
2020.04.24 21:46
포스터를 보면 20대 청년의 예민함과 연약함이 보이는데 말이죠.
얼굴 표정만으로도 연기의 클래스가 느껴집니다. ^^
<햄릿>이 1949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네요.
이 영화로 올리비에 경이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감독상 후보로 오른 것은 건 알고 있었는데
거의 초짜 감독의 영화에 작품상까지 준 건 몰랐어요. 오늘 봐야겠네요. ^^
2020.04.24 21:05
2020.04.24 21:35
제가 봤던 영화라 본문에는 안 적었는데 히치콕의 <레베카(1940)>도 아주 재미있죠.
https://serieson.naver.com/movie/detail.nhn?productNo=3294022&isWebtoonAgreePopUp=true
로렌스 올리비에 경과 조안 폰테인의 연기가 훌륭하고 1941년 아카데미 11개 부문 후보였고 작품상 촬영상 수상작입니다.
<마라톤맨>도 아주 재미있고요.
2020.04.24 21:55
https://www.youtube.com/channel/UCWjw68d5tDf975za7XWVUaA/videos
굉장히 좋은 채널이었고 저작권 만료된 것만 알아서 올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미국에서 저작권을 주장하면서 삭제된 영화가 많습니다.
오만과 편견은 네이버 것이 화질이 더 좋을 것 같네요
2020.04.24 22:05
이 채널 알고는 있었는데 한동안 안 들어가 본 사이에 좋은 영화가 많이 올라왔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영화 보고 싶은 의욕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영화 볼 좋은 기회가 생기네요.
2020.04.24 22:22
2020.04.24 22:45
<분홍신>은 보면서 관객인 저도 최면에 걸리는 듯 홀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력하게 끌어당기는 영화였어요.
마이클 파웰 감독의 <저주받은 카메라(Peeping Tom, 1960)>도 네이버에 있네요. 이 영화도 재밌죠.
https://serieson.naver.com/movie/detail.nhn?productNo=3159759&isWebtoonAgreePopUp=true
<호프만의 이야기>와 <천국으로 가는 계단(A Matter of Life and Death)>도 보고 싶은데 이 영화들은 없어서 아쉬워요.
2020.04.25 00:20
구미 당기네요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요즘 참 영화보기 좋은 시절이죠..
전 로렌스 올리비에하니 정말 옛날에 본 폭풍의 언덕이 떠오르네요. 올리비에가 히드클리프를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지만.
2020.04.25 01:25
저에겐 로렌스 올리비에 경이 the one and only 히스클리프예요. ^^
영화 <폭풍의 언덕(1939)>을 워낙 어릴 때 봐서 그런지 다른 배우를 히스클리프로 상상할 수가 없네요.
2020.04.25 00:31
2020.04.25 02:06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이 사진에서 표정 멋지군요.
2020.04.26 14:38
2020.04.26 22:51
이안 맥켈런이 주연한 <리처드 3세(1995)>가 있군요.
제가 시대극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데 로렌스 올리비에 경의 <리처드 3세(1955)>를 먼저 보고
리처드 3세가 매력적인 캐릭터라면 다른 영화도 찾아보게 될 것 같아요.
<Looking for Richard(1996)>는 리처드 3세에 관한 다큐멘터리네요.
알 파치노가 극영화도 아니고 다큐멘터리를 감독하다니 리처드 3세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어떤 다큐인지 궁금하네요. 여러 가지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