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15 12:02
투표하고 집에 와서 듀게를 보니 요리글이 올라와 있어서 저도 살짝 편승...
사람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저는 전적으로 쉽기만 하다고 '내게 가장 쉬운 요리'라고 명명하지는 않아요. 만족감이 어느 정도 이상은 되어야 일단 '요리'라고 할 수 있고, 단순 조리 수준을 넘어선 정도여야 또 요리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라면도 반조리 식품도 냉동식품도 자주 먹고 좋아하지만 요리라고 하기는 좀 그렇죠.
아무튼 가장 쉬운 요리 두 가지를 제 기준에서 꼽자면 일단은 카레로군요.
밥이 기본이긴 하지만 쌀국수나 스파게티나 돈까스나 우동 사리, 라면 사리까지 다 잘 어울리고 좋잖아요. 재료도 항상 있는 것 위주로 만들 수 있으니 그날 그날의 창의성을 한껏 발휘해도 망할 일은 전혀 없고. 간이 맞지 않아도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제대로 된 맛이 돌아오니 이 이상으로 '쉬운' 요리가 또 있을까요.
아무튼 이번에 만든 카레는 애호박, 버섯, 돼지고기, 양파만으로.
양파를 먼저 갈색이 될 때까지 볶다가
애호박하고 돼지고기를 차례로 넣고
재료가 잠길 때까지 물을 넣고 끓어오르면
데쳐 놓았던 버섯(참타리, 팽이버섯, 양송이)들을 넣고
카레 베이스(대체로 일본 제품을 써요. 네모네모한 거)를 넣고는 잘 섞는 것으로 완성...이지만
여기다가 캐첩을 1작은 술 정도 넣고
핫 소스도 1작은 술 정도 넣어서 마무리.
파슬리나 바질도 있으면 곁들여서 밥하고 먹습니다. 후추도 살짝. 사실 카레는 갓 만들었을 때보다는 잠시 식혀 두었다가 살짝 다시 끓여내는 편이 더 낫지만 언제나 카레가 만들어질 때면 배가 고플 때죠. 넉넉하게 만들어두는 것을 싫어하는 분도 계시지만 저희 경우는 저도 집친구도 카레를 좋아해서 좀 양이 많으면 많은대로 즐기죠. 처음에는 밥하고, 중간에 한 번은 우동면이나(카레 농도가 우동이랑 곁들이기에 좋게 되직하게 되어 있죠 이때쯤이면) 스파게티면이랑 먹고, 마지막은 밥을 바로 투입해서 볶아먹죠. 카레볶음밥에는 계란프라이를 곁들이는 걸 좋아해요. 김치를 잘 안 먹는 편이지만 카레에는 의외로 잘 어울리는 반찬이죠.
다음은 잡채
훈제 오리 한 봉투를 사면 그냥 팬에서 노릇하게 익혀낸 후 대체로 동봉된 겨자 소스 같은 것에 찍어먹다가 이걸로 한 번 잡채를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어요. 그래서 당면과 청경채를 샀죠 그때쯤 본 유튜브 채널에서 아주 쉽게 만들어내는 걸 보고는 따라해볼 생각이 난 거죠.
먼저 양파를 깊은 팬 밑바닥에서 약간 볶다가
파프리카 손질해서 투하하고
카레 요리 때에도 쓰는 애호박, 저렴한 3종 버섯세트도 투입
당면... 요즘 당면은 물에 불려놓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긴가민가하다가 결국 물에 불려서 넣고... (나중에 귀찮아서 그냥 해봤는데 요즘 당면은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되더군요!? 브랜드마다 다를려나)
여기까지 잘 쌓아놓았으면 물을 약간...이라고 하면 헷갈리는 분들 많죠. 5큰술 정도만 넣어요.
당면 위에는 훈제 오리를 세팅
그리고 청경채를 맨 위에 덮듯이 쌓고는 팬 뚜껑을 덮어줍니다.
3~4분 가량 익히면서 종종 눌러붙지 않았나 감시하다가, 불을 중약불로 낮추고는 양념장을 넣어요. 간장 2큰술+굴소스1큰술+참기름1큰술+고추가루1큰술을 잘 섞어서 투입하여 잘 섞다보면 완성. 깨를 뿌려 마무리.
왠지 있으면 잔치 분위기가 되는 잡채는 덮밥으로도 밥 반찬으로도 좋지만 그냥 따로 먹어도 괜찮죠. 그런데 저는 하얀 따뜻한 밥 위에 잡채를 잔뜩 올려서 먹는게 좋아요.
아래 두 분이 요리 글을 올리시는 걸 보니 왠지 그냥 이런 글도 하나쯤 써보고 싶었어요. 여러분 기준에서 '내게 가장 쉬운 요리'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합니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아니 코로나 시국이니까! 오늘도 만족스런 한 끼 식사 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04.15 12:41
2020.04.15 13:00
다음에는 꿀도 넣어볼게요! :D
파김치. 오랜만에 먹어보고 싶어졌네요.
2020.04.15 12:49
2020.04.15 13:00
잡채가 생각보다 훨씬 쉬운 음식이더라고요 막상 해보니.
3분 카레는 무척 위대한 발명이라고 생각합니다.
2020.04.15 13:08
김치찌개요.
예~ 전에 모 대학교 식당에서 먹었던 김치찌개가 그렇게 안 잊혀지더니 재현에 성공했습니다. 모교도 아니고 다시 갈 일도 없는 곳이었거든요.
김치찌개는 김치맛이 75%라 생각하지만 김치 맛을 포함 각종 변수를 극복하고 어느 정도는 비슷한 맛을 냅니다.
냄비와 가위와 김치 꺼내는 집게와 수저로 끝낸다는 게 실은 더 큰 자랑거립니다. 뭐 많이 후지르는 거 싫어요. ㅋㅋ
그리고 저도 카레는 역시 하루 묵힌 게 맛있더군요.
2020.04.15 13:19
김치찌개는 정말 수많은 맛이 있어서 원하는 맛을 낸다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냄비, 가위, 집게와 수저로 끝! 이거야말로 훌륭합니다.
그렇죠. 카레를 좋아하다보니 하루 묵혀지지가 않아서 그게 잘 안 되요. 역시 해법(?)은 많이 만들기......ㅎㅎㅎ
2020.04.15 13:11
읽기만 해도 먹어보고 싶어지네요. ^^ 냠냠... 잡채가 쉽다니! 능력자십니다. ㅎㅎ
2020.04.15 13:20
잡채는 정말 직접 해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쉬워서 저도 놀랐답니다.
카레 먹고 싶어졌네요 그나저나; ㅎㅎ
2020.04.15 13:19
2020.04.15 13:22
아보카도는 유행이 시작했을 때 먹어봤어야 하는데 그때를 놓치니 왠지 선뜻 손이 안 가는 물건이 되어버렸네요 저에겐...
닭죽! 닭죽 좋아합니다. 삶은 육수로 끓인 라면도 별미죠. 저라면 음... 스낵면 같이 면발이 가느다란 면을 넣어보고 싶네요. 사치스럽게 고명도 이것저것 곁들여서.
2020.04.15 13:47
2020.04.15 13:55
끄덕끄덕... 그렇죠 육수는 킵해놓으면 어디건 쓸 수 있는 좋은 재료죠.
2020.04.15 13:56
2020.04.15 14:38
2020.04.16 00:59
전 요즘 육수 따로 안 내고(내더라도 간단하게 내고) 액젓을 태워서 맛내는데 재미들렸어요. 그렇게 해서 찌개도 끓이고 떡볶이도 끓이고 볶음 요리도 만듭니다. 주로 먹는 건 한식이지만 중국식, 동남아식 암튼 짭짜름한 간 어울리는 요리에 두루 쓸 수 있고 심지어 아직 안 해봤지만 알리오올리오 만들 때도 한몫 톡톡히 한다고 합니다. 아 칼국수나 떡국도 이렇게 만들 수 있대요.
팬에 고기랑 다진마늘이랑 고춧가루랑 섞어서 넣고 볶다가 액젓 태워서 넣고 물 부어서 끓이고 거기에 양파 호박 나박나박 썰어넣으면 20분도 안 걸려서 호박찌개 한냄비 뚝딱입니다. 고기 넣었으니 반칙 아니냐 하시겠지만 고기는 겨우 딱 맛있게 익는 정도지 육수 나올 정도로 끓이는 건 아니거든요.
2020.04.16 05:26
죄송하지만 액젓을 그냥 넣는 게 아니고 다른 그릇에 따로 태워 넣나요?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관심이 가네요.
2020.04.16 06:13
아마 팬에 볶을 때라고 치면 팬 구석에 살짝 자리를 내어 가열하는(태우는) 방식 아닐까 싶네요.
2020.04.16 06:12
팬에 간장을 '태우듯이' 따로 자리를 내어 액젓을 익힌다는 말씀이시겠죠? 향미가 강렬해지겠는데요... 한 번 시도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흥미로운 활용법,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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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 방금 뚝딱 해먹고 이 글을 봤어요.ㅎㅎ 꿀 약간 넣으면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