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선생에 대한 기억..

2010.12.05 19:44

Apfel 조회 수:2648

직접 뵙고 직접 이야기 나눈 적은 없습니다만... 그분의 글이 나한테 끼친 영향을 간략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0. 대학 1학년때 어느날 복학한 선배들한테 '전환시대의 논리'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필독이라고 해서 처음 그분을 알게 됐죠. 처음에 읽은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었습니다.


지금와서 보면 '지극히 당연한 소리'이지만 그 당시엔 그런것 자체가 잡혀갈 것을 각오한 글이라는 걸 19살의 나이엔 알기 힘들었고 다만 아름다운 문장은 아니지만 논리적


으로 말하는 주장에 대해서 공감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읽은 책이 '한겨레 논단'이던가 한겨레에서 외부 필진들이 글을 쓴 것들을 묶어 출간했을때 또 그 분의


글을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기억에 남는건 일제시대 검도선생이 해방소식을 듣자 '우리는 20년후 돌아온다'고 호기롭게 외친 말이 20여년후 한일수교로 이뤄지는 것


이 인상깊었다는 부분과 한국전쟁 기간 동안 벌어졌던 각종 민간인 학살 사건들을 이야기 한 것입니다. 당시 주장한 사건들은 결국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하나씩 햇볕을 보


게 되었구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부산 동광동 특무대에서 하루에 사람이 여럿 죽어나갔단 이야기는 아직까지 미제로 남은 것 같습니다. 



1. 생전 이사란걸 안다니다 20대가 되서 집에 지정된 도시계획이 실행되는 탓에 이사를 3번을 다니고 그때 책을 폐품으로 헌책방으로 넘기는 탓에 지금 책은 서가에 꽂혀있


지 않군요. 언제 다시 장만해야겠습니다. 느끼는건 글쓰는 사람에게 아름다운 문장은 필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해 그 본질을 꿰뚫으려 노력하는 정신. 특


히 개발독재이후 다가온 고도성장의 과실을 특정부유층이 독점하다 시피하는 현실과 미디어를 통해 조장했던 지역감정, 현재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대에


뒤진 냉전논리를 주입하는 현실 등을 거칠것 없고 솔직한 말투로 논박해나간 리 선생님의 글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다니던 교회가 극우 반공 기독교로


골수까지 무장된 곳이다 보니 거기서 오는 회의는 상상을 초월했고 그분의 글은 그런 저한테 꽤나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지금와 보면 더 열심히 읽지 않는게 후회가 되


곤 합니다. 



2. 이제 그 분 저작을 열심히 찾아 읽어야겠고 또 그 고민을 연장해야 겠고 다시 다음 세대한테 이어주는건 지금 숨이 붙어있는 우리들이 할 일입니다. 큰 숙제를 하고 가신


그분에게 원하는 세상을 보여드리지 못한 가책 속에 그 분에게 '이제 그만 쉬시라'고 감히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사족 - 저는 '리'라고 성씨를 부르는데 거부감이 있습니다. 내 성씨이고 저 역시도 따지고 들어간다면 '리'씨라고 불러야 하지만 그냥 어릴때 '종친회의 지시'라면서 저희 형


제한테 하라고 강하게 말하신 탓에 '리아펠'이라고 거의 안쓰고 지금도 안 씁니다. 관성이 되서 '리'씨 성에 대해 무조건 이씨로 쓰고 있습니다. 고인을 욕되게 하거나 폄하


할 의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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