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5 15:13
애증의 과일입니다.
과일 아니고 채소라고 생각하시나요.
과일이냐 채소냐에 따라 세금 문제가 걸려 있어서 미국에서는 재판까지 간 모양이네요. 저녁 식사 메인에 나오니 과일 아니고 채소로 판결났다고 합니다.
미국 사정과 상관없이 과일로 여기기에 조금 미심쩍은 점은 열을 가해 먹는 게 훨씬 좋은 음식이라서 익혀 먹는 것이 추천된다는 것이에요. 다른 과일들 중에 영양이나 맛의 면에서 열을 가해 먹는 게 나은 종류가 있나요?
토마토도 역시 어릴 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안 먹는 정도로 싫은 건 아니었지만 집에 있는 걸 보면 반가워 할 정도도 아니었어요.
어릴 때 토마토 관련 기억 나는 일은 시장에서 산 빨갛고 큰 토마토를 자르지도 않고 손에 들고 먹는데 마침 집에 있던 친척이 토마토에 소금을 발라 먹으면 훨씬 맛있다고 했던 일입니다. 당시 그 말을 안 따랐지만 커서 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어요. 그러면 지금은 토마토 먹을 때 소금을 찍어 먹느냐 - 아니거든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나오고 있는 야채 과일들 중에는 과거와 품종이 달라서 맛이 달라진 거도 많고 단맛이 훨씬 강해진 거도 많아요.
그런데 맛이 묽어지면서 예전만 못해진 것도 있어요. 그 중에 하나가 토마토인 거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없던 것이라서 대저짭짤이나 방울토마토는 제외하고요. 그냥 일반 큰 토마토만 두고 보면 그렇습니다. 요즘 토마토는 겉이 두껍고 속이 꽉 차 있지 않고 심이라고 하나 그런 줄기 부분이 질긴 경우가 많아요. 안팎이 빨갛고 줄기 존재감 하나도 없이 찰진 토마토는 드물어요.
예전에 초여름에만 수확할 때의 찐한 맛을 이제 사계절 나오면서 농도까지 나누어 버린 것 같아요. 태양광 아니고 하우스 속에서 녹색의 덜 익은 걸 따서 겨우 익혀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소금을 곁들여서 단짠으로 강화된 맛을 느끼려면 기본적으로 토마토 맛이 진해야 합니다. 기본 맛이 좋아야 더 좋아지는 것이죠. 표면이 두껍고 속이 알차지 않고 싱거운 토마토에 소금을 발라먹으면? 맛고문이 되기 쉽겠죠.
토마토를 좋아합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좋아하고 싶습니다. 어릴 때 먹었던 찰토마토의 맛을 기준으로 세워놓고 이상향을 찾고 있달까.
맛있는 토마토를 먹게 될 때도 있는데, 그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아요.
대저짭짤이는 잠시 나오고 값이 엄청 비싸고요. 방울토마토 종류는 저에게 진정한 토마토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방울토마토지 토마토가 아니잖아요.
여러 가지가 맞아서 맛있는 걸 사는 운이 와도 오래 보관하기 힘든 것이 또 토마토라 아쉽습니다.
오늘도 기준 이하의 토마토를 먹고 대충 만족하려고 노력하다 써 본 글입니다.
2023.11.05 21:27
2023.11.06 11:10
토마토 농장이라니, Sonny 님 큰 경험하셨네요. 한 번 글로 소개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어가면 의사들 얼굴이 파랗게 질려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몸에 이롭다니 기회될 때마다 드시길.
2023.11.06 11:16
"치실을 쓰면 치과를 망하게 할 수 있다" 같은 이런 레토릭이 전 왜 이렇게 꽂히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올해에 토마토 열심히 먹은 게 thoma님 덕에 괜히 또 뿌듯해지는군요 ㅋㅋ
2023.11.05 21:43
2023.11.06 11:17
샌드위치에 토마토 들어간 거 맛있습니다. 하지만 따로 한 개 썰어서도 드세요. 빵 속에는 많이 못 넣으니까요.
저는 통째로 손에 쥐고 먹었는데 접시에 과일 두 가지를 담아 드셨군요.ㅎ 국딩 때 책도 빌려 보고 그랬던, 이웃 살던 친구 생각이 납니다. 자랄 때 제 엄마는 바깥 일하시느라 좀 바쁘셨어요.
약간 토마토 불평글처럼 전개되었는데 여러 종류 토마토를 다 좋아하고요. 머릿속에 있는 이상적인 토마토의 맛도 열심히 찾겠습니다!
2023.11.05 23:54
채소 시리즈입니까!!? 신선하고 좋습니다!! ㅋㅋㅋ
토마토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적이 없던 채소인데요. 하도 안 먹어서 어머니께서 설탕을 팍팍 쳐 놓고 먹이셨던 추억이 있네요.
그러다 나이 먹고 결혼도 하고 나서 처음으로 다이어트라는 걸 시도했을 때 우걱우걱 미친 듯이 먹었죠. 먹을 거면 방울 말고 보통 토마토가 좋다길래 박스로 사 놓고 우걱우걱... ㅋㅋㅋ 근데 그렇게 먹다 보니 나중엔 적응이 되어서 좋아하는 것까진 아니어도 먹는 데 거부감은 없어졌어요.
요즘엔 출근 길에 매일 방울 토마토를 싸갖고 다니며 아침으로 먹습니다. 여기에 사과+삶은 계란이 추가되니 딱히 다이어트까진 아니고. 건강식이라 생각하려 해도 아침에 빈속에 먹으면 별로라는 아이템들이지만 그냥 먹어요. 굶는 것보단 건강에 낫다길래 살기 위해 먹습...
뭐 스태비아 토마토니 이것저것 먹어봤는데 스태비아는 좀 찜찜하게 단 맛이라 안 먹구요. 대저인지 짭짤이인지는 맛은 괜찮은데 나오는 철도 정해져 있고 가격도... 그래서 결국 그냥 방울 토마토네요.
2023.11.06 11:22
제가 왜 이럴까요.ㅎㅎ
맞아요. 말씀들으니 어릴 때는 애어른없이 설탕을 뿌리거나 옆에 두고 찍어 먹거나 그랬던 기억이 났습니다.
사과는 잘 씻어서 껍질 채 잘라서 드시고 방울 토마토가 큰 것보다 영양은 더 낫다니 꾸준히 드십시오.
제 경험인데 토마토 낫게 먹고 다음 날 세수하면 약간 매끈합니다. 기분만은 아닌 듯해요.
2023.11.06 07:45
2023.11.06 11:29
박스 채 사면 마지막엔 끓이게 됩니다. 토마토만 끓이면 싱거워서 시판 토마토 퓨레 등을 섞어서 같이 끓여야 되더라고요.
맞아요, 끓였다고 안심할 수 없고 잘 변해서 오래는 못 두고 부지런히 국수에 파스타에 비벼 먹어야 됩니다. 고기 조금 사서 팬에 익을만하면 소스 부어서 끓여 먹어도 좋고요. 양파, 양배추 곁들이고요.
양파 글 썼는데... 이제 밑천이 다 떨어졌어요.
2023.11.07 13:00
토마토는 된장과 같습니다. 어느 음식에나 들어가면 그 음식의 풍미를 돋궈주고 자신은 사라진다고나 할까요.
김치찌개에도 넣고 라면에도 넣습니다. 해장국에도 가끔 넣고요.
토마토 수프는 너무 쉽죠. 그냥 각종 야채와 토마토를 넣고 끓이는데 중요한 것은 치킨 스톡을 한 숟갈 넣어야 해요.
미원이나 다시다 말고 치킨 스톡.
그리고 바질이나 오레가노 아무 허브 좀 넣으면 당장 이탈리아 음식이 됩니다. 저는 렌틸콩 넣어서 식사대용으로 먹어요.
토마토는 집에 많을 수록 좋아요.ㅁㅁ
2023.11.07 16:39
저 아는 이도 라면에 토마토 넣어 먹더라고요. 권하는데 저는 안 먹었지만요.
허브는 집에 두어 가지 있고 치킨 스톡 사야겠습니다. 안 쓰는 조미료인데 말씀 듣고 이제 써 봐야 겠어요!
새로운 토마토 요리에 대한 기대가 막 생깁니다.ㅎ
오!! 이번엔 토마토군요. 저는 워홀 갔을 때 토마토 농장에서 일하면서 한동안 토마토만 보면 몸서리를 치곤 했습니다 ㅋ 그래도 이제는 없으면 아쉬워서 못먹어요.
아직까지도 토마토를 익혀먹는다는 것에는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저는 미국 재판 결과와 달리 아직까지 토마토를 과실로 여겨서 그런 것 같아요.
요즘은 혈당을 걱정하지 않고도 상큼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과일이라 더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어째 먹는 것 이야기를 하는데 자꾸 건강 이야기를 하게 되니 진짜 아저씨 같은 느낌이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