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점에 작년 씨네21이 있길래 봤는데, 라스 폰 트리에 나치발언 기사가 있더라고요.

작년에 국내기사로 짧게 접했었는데, 전문으로 보니 뭔가 웃기네요;

 

 

 

(작년 칸에서의, <멜랑콜리아> 상영후 기자회견 중..)

 

기자1 : 독일계라고 들었다. 덴마크 영화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이 독일계라는 사실과 함께 나치 미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더 이야기해달라.

 

라스 폰 트리에 : 난 내가 오랫동안 유대인인 줄 알았다. 그리고 유대인이라는 사실에 매우 행복했다.

그 다음에는 수잔느 비에르(유대계 덴마크 감독)가 등장하고 나서는, 더이상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행복하지 않았다. 아, 아니다, 농담이었다. 죄송하다. (일동 웃음)

아무튼 난 유대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내가 유대인이었다고 하더라도 일종의 2류 유대인이었을 거다. 유대인 사이에는 일종의 위계 같은 게 있다고 하더라.

난 진짜 유대인이고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난 나치였던 거다. 내가 하트만이라는 성을 가진 독일 가족 출신이니까 말이다.

그러한 사실도 나에게 일종의 기쁨을 주더라. 뭐라고 할까? 난 히틀러를 이해한다.

하지만 그가 분명 잘못한 일들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그래도 그가 마지막에 벙커에 앉아있는 모습이 머리에 그려진다.

 

(옆에 있던) 커스틴 던스트 : 오 마이 갓. 끔찍하다.

 

라스 폰 트리에 : 아니, 이야기가 끝나면 뭔 소리인지 알게 될 거다.

난 히틀러라는 사람이 이해가 된다. 그가 우리가 말하는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에 대해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대해 조금은 측은함이 든다.

아니 아니. 난 2차대전을 옹호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을 적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혼잣말로 중얼 '수잔느 비에르') 아니, 수잔느 비에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도 농담이었다.

난 유대인을 매우 좋아한다. 아니 너무 많이는 아니고.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짜증나는 존재니깐… 그래도…

아… 이 이야기에서 어떻게 벗어나면 되나?

 

진행자 : 다음 질문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그게 당신의 구원의 길이다.

 

라스 폰 트리에 : 아 아니,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나치의) 예술에 대한…

난 알베르트 스페르(독일 건축가. 히틀러의 메인 건축가이자 장관 역임. 전후 전범 재판에서 나치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한 사람)를 좋아한다.

그는 신의 최고의 아이들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재능이 많아서 그 재능을 사용할 수도 있었던 것이고…

아… 알았다. 난 나치다. (웃음)

 

기자2 : <멜랑콜리아>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으로 생각하나? 그렇지 않다면 이보다 더 큰 스케일의 영화를 만들 야망이 있나.

 

라스 폰 트리에 : 더 큰 스케일? 그렇다. 우리 나치는 항상 더 큰 스케일로 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당신이 내가 기자들에 대해 '최종해결'(Final Solution, 히틀러 시대 유대인 인종학살계획에 붙여졌던 이름)을 하도록 설득시킬 수도 있을 거다…. 휴…

 

(기자회견 종료.)

 

 

 

-------------------------------------------------------------------------------------------

참고로 라스 폰 트리에는 자신의 친부가 독일인이라는 것을 30대 중반에 알았다고 합니다.

자기를 키워준 아버지(유태인)를 생부로 알았다가, 어머니가 직장상사와의 간통(아마도..)으로 자기를 낳았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된 거.

그래서 저기서 '난 유태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하는 걸 거예요.

암튼 윗얘기들은 진담+농담이 섞인 코멘트였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라스 폰 트리에의 심리의 궤적(독일인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을 발견한 후의) 같은게 슬쩍 엿보이기도 하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49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23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668
112511 마스터 셰프 코리아 도전자들 잡담 [10] Mott 2012.06.30 3947
112510 종편, 누가 추진한거죠?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낸듯 합니다. [6] soboo 2012.02.11 3947
112509 얼마 전 SBS 스페셜 '고기'에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돼지 직접 키운 다음에 먹는 거요. [16] 프레데릭 2011.11.07 3947
112508 최수종, 광개토왕으로 물망-_-;;; [14] zzz 2011.01.11 3947
112507 고교생 박신양 [14] 선케 2010.12.14 3947
112506 MBC 연예대상 안 보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진有) [11] utopiaphobia 2010.12.29 3947
112505 렛미인 리메이크 [6] 가끔영화 2010.07.10 3947
112504 '아가씨'를 본 소감... [5] 예언사냥꾼 2016.06.01 3946
112503 매일하는 일 중 귀찮고 지겨운것 있으세요? [21] 마라케쉬 2013.06.09 3946
112502 이근안이 [남영동 1985] 봤답니다.... [9] 조성용 2012.12.13 3946
112501 변태이야기 하니까.. 어떤 웃찾사출신 개그맨의 무개념발언. [4] Ruthy 2012.11.11 3946
112500 (바낭) 프랑스로 넘어왔어요. 오자마자 멘붕상태에요 [18] 소전마리자 2012.10.28 3946
112499 앞서 쓴 '몇 년 동안 연락도 없다가 결혼식 할 때 되면 연락오는 친구들'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본 후의 피드백 [5] squall 2012.09.17 3946
112498 어떻게 케빈이 에바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죠? [10] 각개격파 2012.09.05 3946
112497 어제 <현장 21> 이야기는 없네요 [21] 달빛처럼 2013.07.03 3946
112496 요새 제 아이돌 그룹 멤버 지식 (2) [21] DJUNA 2012.03.06 3946
112495 올해 수능 윤리 최고오답율 문제라는데 [19] mii 2011.11.11 3946
112494 오래된 지폐를 팔아야 하는데 가격을 모르겠네요; [4] 치바쨔응 2011.05.09 3946
112493 오늘 구글 로고 정말 이쁘네요+_+ [13] august 2011.02.08 3946
112492 해경은 무얼 감추고 있지요? _ 최초 교신내용 공개 안 해. [3] 고인돌 2014.04.19 394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