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에게 성희롱을 당했어요.

2011.11.29 13:18

나미 조회 수:6549

택시를 탔습니다. 이십 분쯤 걸리는 거리, 일요일 오전이라 거리는 한산했어요.

차를 타자마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지요. 버스를 탈 때나 택시를 탈 때 인사하는 게 습관이거든요.

-젊은 아가씨가 인사를 잘 하네요,

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아 네에,

하고 대답을 하며

-어디어디로 가 주세요, 말을 하고 나니 대뜸

-아가씨는 애인 없어요?

라고 묻더라구요. 어쩐지 가는 내내 아저씨가 말을 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끔 택시를 타면 아예 목적지까지 한 마디도 안 하는 분이 있고 갈 때까지 쉴새없이 말을 거는 분들이 있는데 대개 후자는 첫머리를 애인 있냐, 는 물음부터 던지거든요.

있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이냐 뭐하는 사람이냐 꼬치꼬치 캐물을 것 같아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없...없기도 하고 크흑;

그랬더니

-왜 없어요??

라고 묻네요. -_-

-저도 그게 알고 싶은데요 ^^;

하고 대충 눙쳤습니다. 사실 그런 보람도 없이 그럼 예전에 만난 애인들은 어떤 사람들이었냐 왜 헤어졌냐 ㅡㅡ 라고 묻기에 최대한 에둘러 대충대충 뭐 군대가서 헤어지고 유학가서 헤어지고 다 그렇죠(실제로 그런 경험 없음), 라고 대답만 시원찮게 했지만요.

 

뭐 그러고서 한 십여 분간은 김밥이 죽으면 어디 가게요? 김밥천국! 하는 농담을 한참 하시더군요. 그냥 그러려니 하며 아하하 네~하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한강 다리를 건널 때쯤 은근슬쩍 이 아저씨가 글쎄 피임을 조심하라며 뜬금없이 성교육을 시전. ?? 으아니 기사양반 내 친구 중에 애 낳고 사는 애들도 있건만 웬 피임......; 싶었지만 뭐 달리 할 말도 없고 해서 그냥 잠자코 들었습니다.

그랬더니 점점 더 가관이예요. 내용인즉슨

-임신을 하면 여자는 몸이 변한다.

-골반도 넓어지고 가슴도 커지고 엉덩이도 커진다.

-근데 수술을 하면 그런 상태에서 아이만 없어지는거다.

-그런 몸이면 남자한테 별로 안 좋은 거 아시죠??

 

...............-_-

뭐 어쩌라는건지. 선선한 일요일 오전부터 생판 알지도 못하는 아저씨한테 이런 말이나 듣고 있으니 참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게 상큼하더군요. 내가 뭔 잘못이 있어 택시를 탔을까 제 자신에게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 그냥 적당히 아하 네~그렇군요 하고 듣고 있으니 급기야는 제게 묻더군요.

-외박 언제 처음 해 봤어요?

듣자마자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질문의 의도가 뻔하잖아요.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있다가 내려버릴까도 싶었지만 등신같고 바보같은 나는 또 대답을 했습니다.

-대학 때 엠티간다고 해 본게 처음이네요.

이만하면 그냥 넘어가겠지 싶었는데 천만에도 전혀

-아니 그거 말고, 남자랑요. 외박해서 엄마한테 처음 혼난 게 언제예요?

라는 질문으로까지......

참 정말 뻔뻔하구나 생각하며

-그런 적은 없는데요.

하고 딱 잘라 대답했습니다. 그담부터는 뭐라뭐라 떠들어도 못들은척했더니 더이상 이야기는 진행이 아니고 붕붕 뜨더군요. 그러니까 더더욱 제 자신에게 화도 나고, 내가 등신같이 뭐하러 이야기를 다 들어줬을까 싶고. 다행히 얼마 안가 목적지에 도착은 했습니다만 그날 하루종일 내내 기분이 거지같았네요. 보통 택시타서 기사분들이 말을 걸면 하루종일 일하는데 피곤하고 심심하시겠다 싶어 적당하게 대답을 잘 하는 편인데, 이날은 정말이지 앞으로 택시타도 일절 대꾸조차 안 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들었어요.

참 며칠이 지났는데 이렇게 글을 쓰는 걸 보니 어지간히 저도 짜증이 났나 봅니다. 이것 말고도 참 소소하게 성희롱을 한 번씩 당하는데 제일 짜증나는 건 본인 당사자들은 이게 희롱이란 것도 모르고 대단히 센스있는 양or재치있게 유혹하는 양 굴지만 보면 참 같잖아요. 그게 아니라고 이 등신들아.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507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443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4875
124780 승무원 [4] Sonny 2023.11.20 401
124779 한일전 야구 시청률/사우디 야구 진출 조짐 daviddain 2023.11.20 170
124778 Joss Ackland 1928 - 2023 [1] 조성용 2023.11.20 108
124777 듀게 오픈채팅방 멤버 모집 물휴지 2023.11.20 67
124776 [왓챠바낭] 크로넨버그의 연기가 궁금하시다면, '심야의 공포'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3.11.19 298
124775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할머님 소식 [1] 상수 2023.11.19 379
124774 프레임드 #618 [2] Lunagazer 2023.11.19 70
124773 [넷플릭스] 알고보니 타고난 저항군 소녀 이야기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4] 쏘맥 2023.11.19 314
124772 18:00 mbc 한일전/선발 이마이/스미다 [15] daviddain 2023.11.19 167
124771 레트로튠 - What about me? [6] theforce 2023.11.19 193
124770 “日 2개 구단이 야수 2명에 주목”…韓 선수의 NPB 진출, APBC 통해 재개될까 daviddain 2023.11.18 150
124769 ISTJ에 대해 catgotmy 2023.11.18 200
124768 [디즈니플러스] 브뤼헤의 킬러들이 다시 뭉쳤다!!(?), '이니셰린의 밴시' 잡담입니다 [20] 로이배티 2023.11.18 479
124767 독전2 스포포함 [1] 라인하르트012 2023.11.18 277
124766 프레임드 #617 [4] Lunagazer 2023.11.18 76
124765 용적심 일본판 [4] 돌도끼 2023.11.18 269
124764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플루토' 를 봤습니다. [3] soboo 2023.11.18 440
124763 한일전 신승' 이바타 감독 "한국 투수진 어려웠다…포수 도루저지 인상적"/19:00 대만전 [14] daviddain 2023.11.18 135
124762 [넷플릭스바낭] 사랑스런 두 궁상의 뿌듯한 성장담, '지옥만세'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3.11.17 435
124761 아버님이 병원 가셨다가 귀가가 늦어지신 이유(정부의 전신마비... 가 아닌 전산마비) [4] 상수 2023.11.17 35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