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11 13:03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공포감의 역치가 올라가다 보니 이젠 웬만한 공포영화로는 무서움을 느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의도적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라면 놀라게 되지만, 공포의 여운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도 몸을 떠는 일은 없어요. 내면 한 구석에
어차피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냐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는데요..(네.. 사람이 제일 무섭더라 하는 분위기 브레이커 스타일의 사람이 되었죠)
제가 공포영화에서 가장 불쾌함? 혹은 음산함?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영화 내용보다는 음악이나 영화를 구성하는 개별적인 요소들인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컨저링이나 애나벨의 불쾌하게 만드는 배경음악 선율이라든지, 더 넌에서 나오는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폐쇄된 환경과 조명조차 거의 없는 수도원에서 나오는 그 특유의 분위기라든지..
이런 것들이요.
공포영화 보면서 제일 무섭다고 느꼈던 경험을 뽑으라면 이벤트 호라이즌과 주온 극장판을 처음 봤을 때거든요.
특히 이벤트 호라이즌의 지옥 탐구와 샘 닐이 환영을 보면서 자기 파멸에 이르는 과정(...인지 스스로 악이 되겠다는 건지..)을 거쳐
전신에 화상을 가득 입은 채로 돌아다니는 장면이 너무너무 무서웠구요.
주온은 저택에서 시체마냥 푸른색이 되어 친구를 데리러 찾아오는 그 친구들 장면이 너무 무서웠어요.
이벤트 호라이즌은 제가 무서워할만한 스타일이었는데 아직도 주온은 왜 그렇게 무서워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그리고 예전에 KBS에서 펭슈이라는 공포영화를 해줬었는데 아시는 분이 계신가요.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다시 보고 싶은 공포영화인데 방법이 없네요.
행운을 얻는 대신 그에 걸맞은 불행을 얻게 되는 저주를 받게 된다는 내용인데요, 귀신이 대놓고 놀라게 하는 장면은 없는데 행운을 얻을 때마다 집안에 귀신이 하나씩
늘어가는 장면에 왠지 모를 공포를 느꼈던 게 기억이 나네요.
2020.05.11 13:33
2020.05.11 14:52
네 맞아요. 교훈 하나는 명확합니다 ㅋㅋㅋㅋ
물건을 함부로 주워오지 말라, 이유없이 찾아오는 행운은 의심해라
2020.05.11 15:31
2020.05.12 10:07
기억해두겠습니다. 찾아보니 이 영화도 샘 닐이 주인공이네요... 왠지 꼭 봐야 할 거 같은 느낌..
2020.05.11 19:30
이벤트 호라이즌은 친구가 추천해서 봤는데 저는 그냥 지루했어요. 생각보다 내가 밝고 명랑하구먼 하고 기뻐했었죠.ㅋㅋ
주온은 분위기부터 무서워서 못 보겠더군요. 워낙 동양 귀신 분장을 무서워하기도 하지만 특히 일본 귀신 얘네는 진짜 재앙 같아요. 이유도 없고 괴로울 뿐인 것이...
공포에 대한 감각도 개인차가 큰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 채널 돌리다 전설의 고향 처녀귀신 얼굴과 정면으로 마주친 뒤로 한동안 티비 채널을 못 돌렸죠. 지금도 그냥 개그프로에서 머리만 풀어헤쳐도 못 봅니다.
남들 다 무섭다던 곡성은 머리 푼 여자가 안 나와서 별로 안 무서웠고요.
역대 귀신 중 가장 무서웠던 장면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에서 뜬금없이 등장한 엄마 귀신이었어요. 귀신이 나올 장면이 아니고 그냥 물에 젖은 머리가 긴 여자였죠. 보고 나서도 귀신 맞는지 어리둥절했지만 어쨌거나 이미 오싹한 뒤.;;
2020.05.12 10:11
정말 다 다르더라고요.
경험으로는 공포영화는 평론가 평점보다 관객 평점이 높은 영화들이 볼 만한 거 같아요. 팔로우도 극찬해서 봤는데...
주인공애들이 의외로 너무 똑똑하고 착한 편이라서 공포영화라기 보다 모험극(?)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고..
오히려 안티크라이스트나 마터스 같은 영화들을 도저히 못보겠더라구요..
2020.05.11 22:07
2020.05.12 10:12
아! 부기우기님이 말씀하신 부분들 때문에 주온이 무서웠던 거 같아요. 일단 찍히면 아무리 도망가도 죽을 때까지 절대 끝나지 않는 저주라는 느낌이요...
2020.05.12 10:58
저도 호러를 이것저것 많이 보다보니 '무서움' 이라는 기분은 거의 느끼지 못 하는 상태이긴 합니다. 신체 손상 장면은 오히려 전보다 더 못 견디게 되어버렸지만 이게 공포인지 그냥 불쾌감인지 애매해서...
대신에 긴장감, 스릴 같은 건 그래도 안 사라지고 남아있긴 한데, 이것도 점점 생활 밀착형 감정으로 변해가더라구요. 예를 들어 주인공이 죽을까 말까 이런 장면에선 별 생각이 없지만 주인공의 거짓말이 들통날까 말까 하는 장면에서 막 긴장이 된다든가... 그런 의미에서 제게 최고의 스릴러 무비는 '우리들' 이었습니다. ㅋㅋ 주인공 꼬맹이들 인생이 더 꼬일까 안 꼬일까 하는 긴장감 때문에 정말 보기 피곤했던 영화에요.
2020.05.12 11:29
저도 어느 순간 무서우라고 하는 존재들이 확 나오는 것보다 그 순간까지 주인공을 옥죄어오는 불안감이나 긴장감, 협조적이지 않은 주변의 반응들 이런 게 더 힘들더라고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56457
이 영화인가요? 다른 사람이 쓰던 물건 함부로 주워오는거 아니라는 교훈을 주는 영화라는데..